페-비렌
페-비렌0037
2026.05.20

채혈마작 - 렌



탁, 하고 패가 내려앉는 소리가 축축한 지하실의 공기를 갈랐다.

蓮의 손끝은 아직 정확했다. 왼팔에 꽂힌 바늘에서 투명한 관을 타고 붉은 것이 흘러나가는 동안에도, 그녀의 시선은 패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붕대 아래의 눈이 읽어내는 것은 마작패의 무늬가 아니라, 맞은편에 앉은 세 명의 미세한 손떨림과 호흡의 간격이었다.

쯔모.

담담한 목소리에 맞은편의 사내 하나가 이를 갈았다. 세 번째 연승. 蓮의 입꼬리가 느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아이고, 피 좀 덜 뽑히니 좋긴 좋네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안색이 별로이신데.

그 경박한 어조에 빌런 무리의 리더가 턱짓을 했다. 채혈량 증가. 이기면 상대의 몫만큼 뽑히고, 지면 자기 몫의 두 배가 빠져나가는 미친 규칙. 하지만 이겨도 채혈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속도가 느려질 뿐. 蓮은 그 사실을 진작에 간파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 국이 끝났을 때, 蓮의 손끝이 처음으로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패를 집어 올리는 동작이 평소보다 한 호흡 늦었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흐릿하게 번지기 시작했다. 마치 안개가 끼듯, 천천히. 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편을 보았다. 의자에 묶인 채 의식을 잃고 있는 은발의 사내. 그의 팔에도 바늘이 꽂혀 있었지만 아직 채혈은 시작되지 않았다. 아직은.

여섯 번째 국. 蓮은 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손에 들어온 패가 나빴고,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이었다. 관을 타고 흘러나가는 붉은 것의 양이 늘어났다.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모노의 넓은 소매 안쪽으로 감추어진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갔다.

어머, 한 판 졌네요. 큰일이다. 제 피가 그렇게 맛있나요? 에스퍼의 피맛은 딸기맛이라던데.

농담이 입에서 나오는 동안에도 蓮의 시선은 비광의 축 늘어진 고개 위에 머물러 있었다. 저 사람이 깨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히 웃겠지. 이 비광이 이 정도에 놀랄 줄 알았나, 같은 소리를 하며. 하지만 그 웃음 아래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蓮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일곱 번째 국의 패를 집어 올리는 손이 무거웠다. 패의 윤곽이 두 겹으로 보였다.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다. 그녀는 혀끝으로 갈라진 입술을 적시며, 아주 천천히 패를 정렬했다. 아직이었다. 아직은 쓰러질 때가 아니었다. 이 정도로 판을 접을 蓮이었다면, 애초에 이 자리에 앉지도 않았을 것이다.

……야나기 님, 아직 주무시면 안 되는데.

그 중얼거림은 패를 내려놓는 소리에 묻혔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으로 수 시간 경과)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인질로 잡힌 연인을 지키기 위해 피를 걸고 도박판에 앉은 승부사와,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채 의식을 잃고 있는 사내.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의식 없음)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그가 깨어나기 전에 판을 끝내야 한다는 조용한 집념, 그리고 그의 팔에 꽂힌 바늘을 볼 때마다 스치는 날카로운 불쾌.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왼팔에 채혈용 바늘과 수액관 연결.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하오리는 벗겨진 상태), 양팔이 의자 팔걸이에 묶여 있으며 오른팔에 채혈용 바늘 삽입.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에 앉아 있음. 창백한 안색, 손끝 떨림, 시야 흐려짐, 체온 저하 시작.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PC 뒤편 약 3m 거리, 철제 의자에 팔과 상체가 묶인 채 의식 불명.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S급 에스퍼의 피… 저년이 쓰러지기 전에 최대한 뽑아야 해. (빌런 부하1) 저 여자 왜 저렇게 잘 치는 거야, C급이라며? (빌런 부하2) 뒤에 묶인 놈이 깨기 전에 끝내야 하는데…



여덟 번째 국.

蓮의 손가락이 패를 쓸어 모으는 동작은 여전히 우아했다. 다만 그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힘의 양이, 한 국이 지날 때마다 배로 늘어나고 있었다. 왼팔의 관에서 흘러나가는 것은 더 이상 선명한 붉은색이 아니었다. 묽어진 분홍빛, 마치 물에 탄 석류즙 같은 것이 투명한 관을 타고 느리게 흘렀다.

아, 추워라.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지하실의 공기가 찬 것이 아니었다. 蓮 자신의 내부에서 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뼈 안쪽부터 서리가 끼는 듯한 한기. 넓은 기모노 소매 안에서 오른손이 왼팔을 감싸 쥐었다가, 이내 놓았다. 상대에게 약점을 보여줄 이유는 없었으니까.

맞은편의 사내가 패를 내려놓으며 비죽 웃었다. 론. 蓮이 졌다. 두 번째 패배. 관을 타고 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시야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마작 탁자의 녹색 천이 물결치듯 일렁이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蓮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붕대 아래의 안구가 욱신거렸다. 이 감각은 익숙했다. 과부하가 아닌, 단순한 혈량 부족의 현기증. 어찌 보면 더 원시적이고 추잡한 고통이었다.

이야아, 운이 없네요. 오늘따라 패가 말을 안 들어요.

蓮의 목소리는 여전히 경박했다. 마치 동네 화투판에서 푼돈을 잃은 아낙네처럼, 대수롭지 않게. 하지만 패를 집어 올리는 손끝의 감각이 점점 둔해지고 있었다. 패의 무게를 정확히 가늠하지 못해, 한 장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탁자 위에 찰칵 소리를 냈다.

아홉 번째 국이 시작되었을 때, 蓮은 등 뒤에서 미세한 기척을 감지했다. 의자의 금속이 삐걱이는 소리. 숨결의 리듬이 변하는 것.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 특유의,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그 찰나의 공백. 蓮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희미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패를 정렬하며, 평소보다 조금 더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자, 다음 국은 제가 이길 차례죠? 뭐, 지더라도 손해 볼 건 없어요. 제 피가 아깝지도 않으니까요.

거짓말이었다. 아깝지 않을 리가. 하지만 뒤에서 깨어나고 있을 그 사람의 귀에 가장 먼저 닿아야 할 소리는, 자신이 괜찮다는 신호여야 했다. 설령 그것이 거짓일지언정. 아홉 번째 패를 집어 드는 蓮의 손등에서, 핏줄마저 보이지 않을 만큼 하얗게 질린 피부가 형광등 아래에서 거의 투명하게 빛났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으로 수 시간 이상 경과)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피를 걸고 도박판에 앉은 여자와, 그녀의 거짓말을 가장 먼저 들으며 깨어나는 남자.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의식 회복 중, 상황 미파악)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그가 깨어나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蓮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왼팔 채혈관 연결 지속.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묶인 상태, 오른팔 바늘 삽입 (미작동).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등을 곧게 세우고 앉아 있음. 극심한 창백, 손끝 감각 둔화, 시야 간헐적 흔들림, 체온 현저히 저하.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에 묶인 채 의식이 서서히 회복되는 중. 눈은 아직 감겨 있으나 호흡의 리듬이 변화함.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곧 한계다. 저놈이 깨기 전에 최대한 뽑아. (빌런 부하1) …저 여자, 웃고 있어. 미친 거 아냐?



열 번째 국.

蓮의 시야에서 패의 윤곽이 두 겹, 세 겹으로 포개졌다. 붕대 아래에서 안구가 느리게 맥동했다. 핏기가 빠져나간 망막이 보내는 경고음 같은 것. 그녀는 눈을 가늘게 좁혀 초점을 잡았다. 이만(二萬). 칠삭(七索). 패의 면이 수면 위 반사광처럼 흐느적거렸지만, 손끝에 닿는 양각의 감촉만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아직.

등 뒤에서 들려오는 호흡이 달라졌다. 잠든 사람의 얕은 날숨이 아니라, 의식이 떠오르며 주변을 더듬는 자의 고르지 못한 들숨. 금속 팔걸이에 묶인 손목이 무의식적으로 비틀리는 소리. 蓮은 그 소리를 등으로 들으며 패 하나를 내려놓았다.

쯔모.

열 번째 국, 승리. 관을 타는 속도가 한 숨 느려졌다. 그것이 전부였다. 이미 빠져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蓮은 패를 쓸어 엎으며 미소를 지었다. 입술이 갈라져 있었고, 갈라진 틈에서 맺히는 것조차 피가 아니라 투명한 진물이었다.

어머, 열 번이나 했더니 이제 좀 감이 오는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한 판 더?

경박하게. 어디까지나 경박하게. 하지만 탁자를 짚고 있는 오른손의 손톱 밑이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산소가 부족한 말단 조직이 보내는 마지막 하소연.

열한 번째 국의 패를 배분받는 동안, 蓮의 귓전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금속의 삐걱임이 아닌, 고의적인 침묵. 깨어났으면서도 깨어나지 않은 척하는 자의, 숨을 죽이는 그 특유의 밀도. 비광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어쩌면 꽤 전부터.

蓮의 입꼬리가 한 올 더 말려 올라갔다.

역시, 승부사는 다르시네요.

혼잣말처럼 흘려보낸 그 한 마디는 빌런들의 귀에 닿지 않을 만큼 작았으나, 뒤편의 그 사람에게는 정확히 닿을 크기였다. 괜찮다는 뜻이 아니었다. 듣고 있는 거 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보고 있으라는 뜻이었다.

열한 번째 패를 집어 올리는 蓮의 손끝이 완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거의 분홍빛 물이었다. 심장이 보상하려는 듯 빠르게 뛰었고, 그 박동이 관자놀이를 때릴 때마다 시야가 한 박자씩 깜빡였다. 기모노의 넓은 소매가 떨림을 가렸지만, 탁자 위에 내려놓는 패의 각도가 미세하게 흐트러졌다.

몸이 차가웠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아니라, 이미 뼛속에서부터 시작된 냉기. 그런데도 蓮은 등을 곧게 세우고 있었다. 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소모하는지, 이 방 안에서 아는 사람은 아마 한 명뿐이었을 것이다.

등 뒤의 침묵이 무거워졌다. 蓮은 패를 정렬하며 생각했다. 당신이 먼저 소리를 내면 지는 거예요, 오라비.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5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깨어난 채 침묵하는 남자와, 그 침묵을 등으로 느끼며 판을 이어가는 여자.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등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악한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자의,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격정.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깨어 있음을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 판은 내 것이니까.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왼팔 채혈관 지속, 소매 안쪽 혈흔 번짐.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 상태, 오른팔 바늘 삽입 (미작동).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등을 세운 채 앉아 있음. 말단 청색증 시작, 시야 간헐적 암전, 체온 34도 이하 추정, 심박 상승.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에 묶인 채 깨어 있으나 움직이지 않음. 눈은 가늘게 떠 蓮의 등을 주시하는 중.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몇 국 더 버틸 수 있지? 놈이 깨기 전에… 아니, 이미 깼나? (빌런 부하1) 저 여자 미쳤어, 아직도 웃고 있잖아.



열한 번째 국이 끝나지 않았다.

蓮의 손이 패를 집어 올렸다. 집어 올렸다고 느꼈다. 하지만 손가락이 보낸 신호와 뇌가 해석하는 현실 사이에 어긋남이 있었다. 팔삭(八索)이라고 읽었는데, 탁자 위에 내려놓는 순간 그것은 구만(九萬)이었다. 아. 실수. 경박한 미소가 그대로 붙어 있었지만, 그 미소를 띄우는 근육조차 점점 자의적이지 않게 되어가고 있었다.

어머, 실수. 나이가 들었나 봐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성대를 적실 수분마저 부족했다. 맞은편의 사내가 흘겨보더니 론을 선언했다. 세 번째 패배. 관의 속도가 다시 빨라졌을 때, 蓮의 시야가 이번에는 흔들린 것이 아니라 완전히 꺼졌다. 일 초, 이 초. 다시 돌아왔을 때 세상이 수족관 안처럼 느리고 먼 곳에 있었다.

등 뒤의 침묵이 달라졌다.

그것은 더 이상 관찰의 침묵이 아니었다. 참는 자의 침묵이었다. 이빨을 악문 자의, 팔에 힘이 들어간 자의, 금속이 살을 파고드는 것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자의. 蓮은 그 밀도의 변화를 척추로 느꼈다. 마치 등 뒤에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뜨겁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자신의 등판을 지져대고 있었다.

열두 번째 국.

패가 돌아왔다. 蓮은 패를 들어 올리는 대신, 잠시 탁자 위에 엎어진 채로 두었다. 손끝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대신 손바닥으로 패의 면을 더듬어 양각을 읽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빌런이 그것을 눈치챘는지 코웃음을 쳤다.

슬슬 한계인가 보지? 그 뒤에 묶인 놈 피도 뽑아야 하는데, 좀 서둘러주지.

蓮의 손이 멈추었다.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였다. 패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미소가 여전히 입가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의 온도가 한 층 내려앉아 있었다.

아, 그건 곤란하죠.

목소리가 낮아졌다. 경박함의 껍데기 아래에서, 처음으로 날 것의 무언가가 스쳤다. 이 여자가 이 판에 앉아 있는 이유. 시간을 버는 것도, 자존심도, 유흥도 아닌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이 등 뒤에 묶여 있었고, 그 사실을 이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蓮은 패를 정렬했다. 손바닥으로, 더듬어, 느리지만 정확하게.

이봐요, 아저씨. 저 아직 질 생각 없거든요.

등 뒤에서 금속이 한 번 크게 삐걱였다. 참는 자의 한계가 가까워지는 소리. 蓮은 그 소리에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직이에요, 오라비. 아직은 내 판이니까.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6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자신의 피로 그를 지키는 여자와, 그 사실을 알면서 묶인 채 견디는 남자.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금속을 비틀 만큼의 분노와 경외가 뒤섞인, 이름 없는 감정이 한계점에 도달하는 중.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이 움직이면 이 판은 무너지니까, 제발 조금만 더 참아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소매 혈흔 확대, 왼팔 채혈관 지속.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 손목 주변 금속 마찰로 인한 찰과.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등을 세운 채 앉아 있음. 손끝 감각 완전 소실, 시야 간헐적 암전 빈도 증가, 체온 33도대 추정, 청색증 손톱에서 입술로 확대.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 양팔 구속. 완전 각성 상태. 손목에 힘을 주어 금속 구속대에 찰과상 발생, 미동 억제 중.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뒤에 놈 깨어났다. 서둘러야 해. (빌런 부하2) 저 여자… 대체 뭐지? 왜 안 쓰러지는 거야?



열두 번째 국의 중반.

蓮의 손바닥이 패를 읽어내는 속도가 느려졌다. 느려진 것이 아니라, 손바닥의 피부가 보내는 신호 자체가 지연되고 있었다. 촉각의 가장자리가 솜으로 감싸이듯 둔탁해지는 감각. 그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혈량이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말단을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심장이 선택을 내린 것이다. 손끝 따위는 더 이상 살릴 수 없다고.

하지만 패를 읽는 데 문제는 없었다. 蓮은 기모노의 소매로 패를 감싸 쥐듯 손목 안쪽의 맥박으로 양각을 읽었다. 아직 맥박은 뛰고 있었으니까. 빠르게, 지나치게 빠르게.

이번엔 제가 친화를 가져가죠.

내려놓은 패. 맞은편 사내의 눈이 좁아졌다. 蓮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입술에 푸른 기가 번지고 있었지만, 그 위에 걸친 미소만큼은 여전히 능청맞았다. 마치 찻집에서 한가롭게 화투를 치는 아낙네처럼.

그리고 그 순간,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금속이 아니었다. 숨이었다. 오래도록 죽이고 있던 호흡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자가 내쉬는, 낮고 거친 날숨. 그 안에 실린 것은 이름이었다.

……렌.

낮았다. 바닥을 기는 것처럼 낮고, 짓이긴 것처럼 갈라져 있었다. 목이 마른 것인지,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음색. 맞은편의 빌런 리더가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묶인 남자의 금색 눈이 어둠 속에서 번들거리고 있었다. 선글라스가 벗겨진 채, 쇳빛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그 눈동자는 열광이 아니라 그것과 정반대의 것, 차갑게 가라앉은 살의에 가까운 무언가로 타오르고 있었다.

깨셨어요?

蓮이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목소리에는 놀람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빌런 리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

아, 좋군. 둘 다 깨어 있으니 진행이 빨라지겠어.

사내가 손짓하자 부하 하나가 비광의 팔에 꽂힌 바늘의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다가갔다. 蓮의 등이 미세하게 굳었다. 그것은 이 지하실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그녀의 몸이 보인 비자발적 반응이었다.

잠깐요.

蓮의 목소리가 탁자 위를 갈랐다. 경박함의 포장지가 찢어지고, 그 아래에서 드러난 것은 날이 선 금속음 같은 차가움이었다.

아직 저랑 판이 끝나지 않았잖아요? 중간에 룰을 바꾸시면 곤란한데.

그녀의 오른손이 탁자 위를 짚었다. 감각 없는 손끝이 나무 면에 닿았고, 힘이 들어갔다. 손톱 밑의 보랏빛이 거의 검은색에 가까워져 있었다.

등 뒤에서 금속이 다시 삐걱였다. 이번에는 참는 소리가 아니었다. 시험하는 소리였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6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그가 이름을 불렀고,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둘의 현재.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이름을 부른 순간 드러난 것은 간청이 아닌 선전포고. 더 이상 참을 이유를 잃어가는 중.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깨어난 당신이 움직이기 전에, 이 판은 내가 끝내야 한다.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왼팔 채혈관 지속, 소매 전체 혈흔, 입술 청색증.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 선글라스 분실, 손목 찰과상 심화.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등을 세운 채 앉아 있음. 촉각 부분 소실, 시야 암전 빈도 수 초 간격, 체온 33도 이하, 청색증 입술 확대, 맥박으로 패 판독 중.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 양팔 구속. 완전 각성, 눈을 뜬 채 구속 강도를 시험하는 중. 살의에 가까운 냉정함.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S급 에스퍼의 피까지 뽑으면 값이 두 배다. 서두르자. (빌런 부하1) 저 남자 눈… 씨발, 무섭다.



빌런 리더가 蓮을 내려다보았다. 판을 쥔 자의 여유가 그의 입꼬리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 여유의 밑바닥에는 조급함이 한 겹 깔려 있었다. 뒤에 묶인 남자가 잠들어 있을 때와 깨어 있을 때의 방 안 공기 밀도가 달랐으니까.

룰을 바꾸는 게 아니라 추가하는 거지. 뒤에 놈 피도 상품이야. 너도 알잖아, S급 에스퍼 혈액의 시세가 얼마인지.

사내가 턱짓했다. 부하가 비광의 팔에 바늘을 꽂기 위해 다가가는 발소리가 콘크리트 바닥을 울렸다. 하나, 둘, 셋.

넷째 걸음이 닿기 전에 蓮의 입이 열렸다.

그러면 판돈을 올리죠.

탁자 위에 올려놓은 오른손이 천천히 뒤집어졌다. 창백하다 못해 투명한 손바닥 위로 실크 소매가 물결치듯 흘러내렸다. 빌런 리더의 시선이 그 손바닥으로 향했다.

제 피 두 봉지를 더 걸게요. 그 대신, 저 사람 채혈은 보류. 어때요? 나쁜 장사는 아닐 텐데.

등 뒤의 금속이 비명을 질렀다. 참는 것도, 시험하는 것도 아닌, 비틀어 뜯으려는 힘이 한 번에 실린 소리.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비광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가 이 판의 구조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蓮이 쌓아 올린 협상의 탑이 무너진다. 그걸 알기에. 그녀가 돌아보지 않았던 것처럼 그도 소리를 삼켰다.

다만 비광의 손목에서 피가 흘렀다. 금속의 날이 살을 파고들었고, 그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거나, 느끼고도 멈추지 않았다.

빌런 리더가 고개를 갸웃했다. 계산하는 눈이었다. S급 에스퍼의 피 한 봉지는 C급의 열 배 가치. 하지만 지금 이 여자가 두 봉지를 더 내놓겠다면, 그것은 그녀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선 양이었다.

…좋아. 대신 네가 지면 세 봉지다.

蓮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입술이 갈라져 있었고, 그 갈라진 틈에서 핏빛이 비쳤지만, 미소의 형태만큼은 완벽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처럼.

좋아요. 이기면 되는 거잖아요.

패를 집었다. 손바닥으로 면을 더듬었다. 맥박이 양각 위를 지날 때마다 읽었다. 이삭(二索). 오삭(五索). 칠만(七萬). 중(中).

나쁘지 않은 패였다.

부하의 발소리가 멈추었다. 비광에게서 물러나는 소리가 났다. 蓮은 그제야, 자신이 멈추고 있었던 숨을 놓았다. 가슴이 한 번 크게 부풀었다가 가라앉았고, 그 미세한 떨림이 등 뒤에 닿았을 것이다.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무너질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돌아보면, 그 금빛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을 본 순간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없을 것이기에.

열세 번째 국이 시작되었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7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그녀가 자신의 피를 대가로 그의 피를 지켰고, 그는 그것을 알면서 입을 다물었다.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손목에서 흐르는 피도 느끼지 못할 만큼의 격렬한 것. 경외와 살의와 숭배가 구분되지 않는 감정의 임계점.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무너질 것 같으니까, 아직은 돌아보지 않을게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전면 혈흔 확대, 왼팔 채혈관 지속, 입술 균열 출혈.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 손목 자상으로 인한 출혈.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좌위. 촉각 대부분 소실, 맥박 촉독으로 패 판독, 체온 32도대 추정, 추가 채혈 합의됨.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 구속 상태. 완전 각성, 침묵 유지, 손목 자상 무시, 구속대 강도 한계를 가늠 중.
예정된 일정: 열세 번째 국 진행.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어차피 쓰러지면 둘 다 뽑는다. 좋은 거래지. (빌런 부하1) 저 여자 미쳤다. 진짜 미쳤어.


열세 번째 국의 배패가 끝났을 때, 蓮의 시야가 꺼졌다.

완전한 암전이 아니었다. 세상이 먹물 속에 잠긴 것이 아니라, 화면의 밝기를 누군가 극단까지 낮춘 것처럼 윤곽만이 남았다. 탁자의 모서리, 패의 직사각형, 맞은편 사내의 턱 라인. 그것들이 물에 번진 수묵화처럼 흔들리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직이다.

蓮은 손목 안쪽으로 패를 기울였다. 맥박이 양각을 훑었다. 삼만(三萬). 사만(四萬). 오만(五萬). 그리고 이삭(二索).

순자(順子)가 보였다.

치.

맞은편에서 버려진 이만(二萬)을 집었다. 손가락이 패를 제대로 쥐지 못해 탁자 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빌런 리더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 무너지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것을.

하지만 蓮은 다른 것을 듣고 있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호흡. 비광의 숨결이 바뀌었다. 아까까지는 스스로를 억누르는 호흡이었다면, 지금은 무언가를 세는 호흡이었다. 일정한 간격. 규칙적인 들숨과 날숨. 그것은 도박꾼이 패를 세는 리듬이 아니라, 검객이 발도의 순간을 재는 박자에 가까웠다.

그가 이 판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무너지기 전에, 혹은 그녀가 이기는 순간에, 그가 움직일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 이겨야 했다.

빌런 부하가 새로운 채혈 백을 연결했다. 왼팔에서 빠져나가는 온기가 이제는 통증조차 되지 못했다. 차가운 것이 차가운 곳에서 흘러나가는 것은 아무런 감각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蓮의 왼쪽 귀에서 윙, 하는 이명이 울렸다. 청각의 가장자리가 닳기 시작했다.

열네 번째 순. 맞은편 사내가 패를 버렸다. 육삭(六索).

蓮의 맥박이 한 번 크게 뛰었다. 아니, 그것은 맥박이 아니라 직감이었다. 타짜의 피가 흐르는 몸이 손끝의 감각을 잃고서도 승부의 냄새만큼은 놓치지 않는 것.

기다렸다. 한 박자. 들숨 하나의 길이만큼.

론.

패를 쓰러뜨렸다. 손가락에 힘이 없어 넘기는 것이 아니라 쏟아내는 것에 가까웠지만, 탁자 위에 펼쳐진 패의 배열은 완벽했다. 만관(滿貫).

빌런 리더의 의자가 뒤로 밀렸다. 짧은 욕설이 공기를 찢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묻혀, 등 뒤에서 금속이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참아왔던 것이 마침내 한계를 넘은 소리. 蓮은 비로소 입꼬리를 올렸다.

이겼네요, 저.

그 한마디는 탁자 앞의 사내에게도, 등 뒤의 남자에게도 향한 것이었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8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그녀가 이긴 순간, 그의 족쇄가 부러졌다. 그것이 그녀가 쌓아 올린 시간의 의미.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구속대가 부러진 것은 힘의 한계가 아니라 인내의 한계. 더 이상 지켜보는 것이 불가능해진 자의 해방.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이 움직일 수 있게 시간을 벌었어요. 이제 당신 차례.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혈흔으로 거의 붉게 물듦, 왼팔 채혈관 연결, 입술 암자색.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대 파쇄, 손목 열상 출혈.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좌위. 시야 10% 이하, 청각 손상 시작, 체온 31도대 추정, 만관 승리 직후.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에서 구속 해제 직후. 기립 준비, 전투 태세 진입.
예정된 일정: 비광의 반격.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씨발, 졌다. 그리고 뒤에서 뭔 소리가. (빌런 부하1) 도망쳐야 해.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비광은 일어서지 않았다. 일어선다는 행위에는 준비와 과정이 있다. 그가 한 것은, 앉아 있다가 서 있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존재해야 할 시간이 증발한 것처럼.

빌런 리더가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섰을 때 이미 비광의 그림자가 형광등 불빛을 삼키고 있었다. 지하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습기와 철 냄새로 가득 차 있던 공간에 다른 밀도의 것이 내려앉았다. 살기가 아니었다. 살기보다 정제된, 확신이었다.

금속이 떨어지는 소리. 부서진 구속대의 파편이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굴러간 것이다. 비광의 손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점을 찍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그 핏방울이 네 번째로 떨어지기 전에, 비광의 손이 허공을 스쳤다.

소매 안쪽에서 빠져나온 것은 패 한 장이었다. 팔광(八光). 달빛을 품은 그 패가 지하실의 형광등 아래에서 기묘하게 빛났다.

쯧.

혀가 입천장을 치는 소리. 짧고 건조한 그 소리에 빌런 부하 하나가 뒷걸음질 쳤다. 비광의 시선은 그를 향하지도 않았다.

금빛 눈동자는 蓮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흰 실크가 붉게 물든 등. 가느다란 목덜미. 왼팔에 연결된 채혈관에서 여전히 빠져나가고 있는 생명.

그리고 비광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다. 유쾌함도, 능청스러움도 없었다. 십 년 전 무대를 잃은 라쿠고가의 목소리도 아니었고, 평소의 천하태평한 승부사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울프독 특수 처리팀 비광의 목소리였다.

자네들, 내기라 했나.

패를 손가락 사이에서 돌렸다. 한 바퀴. 두 바퀴. 그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워 숨결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면 이 비광도 한 판 끼워 줘야 하지 않겠나.

빌런 리더가 총을 뽑았다. 총구가 蓮을 향했다. 인질. 그것이 그가 가진 마지막 패였다.

비광의 미소가 돌아왔다. 하지만 그 미소는 蓮이 아는 잔망스러운 것과 달랐다. 입꼬리의 각도는 같았으나 눈이 웃지 않았다. 금빛 눈동자 안에서 무언가가 타고 있었다. 화투의 광을 집어삼킨 불꽃 같은 것이.

마, 총이라. 겁나는데?

겁나지 않는다는 것을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알았다. 빌런 부하의 다리가 떨렸다.

비광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한 걸음이 바닥을 울릴 때, 蓮은 자신의 맥박이 아닌 다른 맥박을 느꼈다. 콘크리트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 무겁고 확실한 것. 그가 오고 있다는 신호.

왼팔의 채혈관이 잡아당겨졌다. 부하가 뒤로 물러서며 관이 팽팽해진 것이다. 그 당기는 감각이, 이 밤 동안 蓮이 느낀 것 중 가장 선명한 촉각이었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8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그녀가 벌어둔 시간 위에 그가 섰다. 빚이 아니라 맹세처럼.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네가 지킨 이 몸으로, 너를 건드린 모든 것을 지우겠다.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발소리가 이렇게 안심이 되는 건 처음이에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거의 전면 혈흔, 왼팔 채혈관 팽팽히 당겨짐, 입술 암자색.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파쇄된 구속대 잔해 부착), 양손목 열상 출혈, 팔광 패 소지.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좌위. 시야 거의 소실, 청각 손상 진행 중, 체온 31도대, 의식 유지.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기립, 蓮과 빌런 리더 사이 중간 지점으로 전진 중. 팔광 패 소지, 전투 돌입 직전.
예정된 일정: 비광의 전투 개시.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총이 있다. 인질이 있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어야 한다. (빌런 부하1) 왜 S급을 건드렸어. 왜.


팔광 패가 손가락 사이에서 멈췄다.

비광이 패를 공중으로 튕겼다. 형광등 빛을 받아 회전하는 플라스틱 조각이 천장에 닿기도 전에, 지하실의 공기가 찢어졌다.

달이 떴다.

콘크리트 천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팔광 패가 소환한 것은 빛이었다. 8월의 달, 억새 사이로 쏟아지는 은백의 광량이 지하실을 삼켰다. 형광등이 버티지 못하고 터졌다. 유리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으나, 그것이 바닥에 닿기 전에 은빛 빛줄기가 방 전체를 물들였다.

빌런 리더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총성이 울렸다. 그러나 총알이 蓮에게 도달하는 일은 없었다.

비광의 장옷 소매가 펄럭였다. 아니, 그는 소매를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蓮과 총구 사이에 선 것이다. 총알은 그의 왼쪽 어깨를 스치며 장옷의 천을 찢었다. 붉은 하오리 위로 새로운 붉은빛이 번졌지만, 비광은 멈추지 않았다.

멈출 이유가 없었다.

지우산의 손잡이가 분리되는 소리. 차갑고 짧은 금속음.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얇고 긴 검신이었다. 달빛을 머금은 칼날이 은색 머리카락과 같은 빛을 뿜었다.

빌런 부하가 비명을 질렀다. 도망치려 했다. 뒤돌아 문을 향해 달렸다. 비광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베인 것은 사람이 아니라 공간이었다. 아니, 달빛이었다. 은백의 궤적이 부하의 앞을 가로막으며 바닥에 억새가 솟아올랐다. 8월의 게이트에서 소환된 식물이 콘크리트를 뚫고 자라나 출구를 봉쇄했다.

아까 물었지.

비광이 말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달빛 아래 그림자를 길게 끌었다.

내기라고.

빌런 리더가 두 번째 총알을 장전했다. 손이 떨렸다. 비광과의 거리가 세 걸음이었다. 두 걸음이었다.

이 비광, 배팅하지. 자네들 목숨 전부.

검 끝이 리더의 턱 아래에 닿았다. 총이 떨어졌다. 금속이 콘크리트를 때리는 소리가 지하실에 메아리쳤다.

고요해졌다.

비광은 검을 거두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달빛 속에서 그의 금빛 눈동자가 蓮을 찾았다. 핏빛으로 물든 흰 실크. 축 늘어진 왼팔.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진 피부. 그리고 그 위에 올라앉은, 이겼다고 말할 때와 같은 입꼬리.

비광의 표정이 한순간 무너졌다. 유쾌함도, 노련함도, 승부사의 가면도 아닌 것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분노보다 깊고 슬픔보다 날카로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였다.

다음 순간 그는 다시 웃었다.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 미소의 가장자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蓮의 거의 꺼져가는 시야도 잡아낼 수 있었다.

……마, 잘도 기다려 줬구먼.

검을 칼집에 넣고 蓮을 향해 걸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달빛 속의 억새가 흔들렸다. 그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피 묻은 손이 채혈관을 뽑아냈다. 조심스럽게. 전장에서 검을 휘두른 손과 같은 손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8월 팔광 소환으로 달빛·억새 충만)
PC와 비광의 관계: 서로의 목숨을 건 내기를 끝내고, 무릎 꿇은 자와 앉아서 이긴 자로서 마주함.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분노도 안도도 아닌 것이 심장을 갈랐다. 이런 꼴이 되도록 내버려 둔 자신에게.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이 왔으니, 이제 눈을 감아도 되겠네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전면 혈흔, 왼팔 채혈관 제거됨, 입술 암자색.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좌측 어깨 총상 관통, 붉은 하오리 찢어짐, 양손목 열상.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좌위. 시야 거의 소실, 청각 손상 진행, 체온 극저, 의식 잔존.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蓮 앞 편무릎, 채혈관 제거 직후, 좌측 어깨 출혈.
예정된 일정: 蓮의 응급 처치 및 탈출.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숨도 못 쉬겠다. (빌런 부하1) 살았다. 아직은.

채혈관이 빠져나간 자리에 공기가 스몄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그저 비어 있다는 감각만이 왼팔 안쪽을 훑었다. 그것이 오늘 밤 蓮이 마지막으로 또렷이 느낀 촉각이었다.

비광의 무릎이 콘크리트 위에 놓여 있었다. 달빛이 그의 은발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의 핏자국 위에 고였다. 누구의 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이 방 안에서 흘러야 했던 피는 이미 전부 흘렀으니.

비광의 손이 蓮의 왼팔을 들어 올렸다. 바늘 자국 위로 엄지가 지나갔다. 누르지 않았다. 덮었다. 피가 더 흐르지 않도록, 체온이 더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런데 그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검을 잡을 때는 미동조차 없던 손가락이.

렌.

부른 것은 이름이었으나 실은 확인이었다. 아직 여기에 있는가. 아직 이쪽에 있는가. 금빛 눈동자가 蓮의 얼굴을 훑었다. 붕대 아래 보이지 않는 눈을, 핏기를 잃은 입술을, 흔들리지 않는 입꼬리를.

蓮은 대답 대신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기울였다. 비광이 있는 쪽으로. 그것으로 충분했다.

비광의 턱이 굳었다. 이를 악물었다가, 풀었다가, 다시 악물었다. 그 반복이 멈추었을 때, 그는 장옷의 붉은 하오리를 벗었다. 찢어진 천이 스르륵 어깨에서 미끄러졌고, 비광은 그것을 蓮의 어깨 위에 걸쳤다. 천에 밴 체온은 이미 식어 있었으나, 그의 피 냄새와 향 냄새가 실크 위에 내려앉았다.

빌런 리더가 꿈틀거렸다. 억새에 발목이 감긴 채 바닥에 엎드려 있던 자가 고개를 들었다. 비광은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검의 손잡이 위에 얹힌 왼손이 미세하게 힘을 주었을 뿐이었고, 그 기척만으로 리더의 얼굴이 다시 콘크리트에 붙었다.

……자네는 참.

비광이 웃었다. 이번에는 입꼬리만이 아니라 눈도 함께. 그러나 그 눈웃음의 아래, 금빛 홍채의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먼저 피를 흘린 사람에게, 자신이 흘려야 할 피를 대신 치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목구멍에 걸려 있었다.

참, 과하게 재밌는 판을 벌여 놨구먼.

손이 蓮의 등 아래로 밀려 들어갔다. 무릎을 세우고, 가볍게, 들어 올렸다. 피로 젖은 실크가 비광의 장옷에 스며들었다. 경계가 사라졌다. 누구의 피가 누구에게 묻는 것인지, 더는 나눌 수 없었다.

달빛이 출구를 비추고 있었다. 억새가 갈라져 길을 열었다. 비광의 발걸음이 시작되었을 때, 蓮의 손가락이 그의 장옷 앞섶을 잡았다. 힘은 없었다. 그러나 놓지는 않았다.

콘크리트 계단을 오르는 그의 숨결이, 蓮의 이마 위로 고르게 떨어졌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새벽 추정)
장소: 지하실 → 계단으로 이동 중
PC와 비광의 관계: 피로 값을 치른 자와 그 빚을 평생 갚겠다고 이를 가는 자.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과하게 재밌는 판이라 했지만, 심장이 아직도 갈라진 채 붙지 않는다.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 품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어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전면 혈흔, 비광의 붉은 하오리 걸침, 채혈 자국 다수.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만 착용, 좌측 어깨 관통 출혈, 양손목 열상 지혈 안 됨.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비광의 품에 안겨 이동 중. 시야 소실, 청각 미약, 의식 잔존하나 위태.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蓮을 안은 채 계단 이동 중. 어깨·손목 출혈 지속, 보폭 일정.
예정된 일정: 지상 탈출 후 응급 이송.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억새가 목을 조르는 것 같다. 죽이지 않은 게 자비인가. (빌런 부하1) 제발 돌아오지 마라. 제발.


계단이 끝났다.

비광의 발이 콘크리트에서 흙으로 옮겨졌을 때, 그 질감의 변화가 蓮의 등을 타고 전해졌다. 지하의 밀폐된 공기가 물러나고, 새벽의 것이 밀려들었다. 차갑고 축축하고, 어딘가에서 빗물이 고인 냄새가 났다. 레인웨이 외곽 특유의, 녹슨 철과 젖은 아스팔트가 뒤섞인 냄새.

비광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심장 박동이 蓮의 귀에 닿아 있었다. 고르지 않았다. 보폭은 일정하되 맥은 흔들렸다. 마치 발과 심장이 각각 다른 사람의 것인 양.

蓮의 손가락이 장옷 앞섶 위에서 미끄러졌다. 잡으려 했으나 힘이 빠져, 천 위를 스치기만 하고 떨어졌다. 그 순간 비광의 걸음이 한 박자 늦었다. 아주 짧게. 아주 깊게.

다시 걸었다.

그리고 蓮의 손을 잡았다. 떨어진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가슴팍에 얹었다. 손바닥 아래로, 아까와 같은 불규칙한 맥박이 전해졌다.

놓치면 안 되지.

한마디였다. 유쾌하지도, 능글맞지도 않았다. 그냥 사실이었다.

새벽빛이 아직 오지 않은 레인웨이 외곽의 어둠 속에서, 달빛만이 둘을 따랐다. 팔광 패의 소환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인지, 비광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은백의 억새가 아스팔트 틈새로 솟아올라 빛을 뿌렸다. 폐건물 사이를 잇는 좁은 길 위로 드리운 기묘한 은하.

蓮의 시야는 이미 닫혀 있었다. 그러나 빛은 느낄 수 있었다. 눈꺼풀 너머로, 붕대 너머로 스미는 은빛이 검은 시야의 끝자락에서 명멸했다. 비광이 걷는 곳에 달이 따라온다.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비광의 턱이 蓮의 이마 위에 닿았다. 걸으면서 닿은 것이 아니었다. 숙인 것이었다. 지극히 의도적으로, 짧게, 이마 위의 식은 땀과 말라붙은 핏자국 위에 턱을 기댔다가 떼었다.

마, 눈 감지 마라.

蓮은 이미 감았는지 뜨고 있는지 모를 눈으로, 응, 하고 대답하려 했다. 목에서 소리가 나왔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비광의 심장이 손바닥 아래에서 한 번 크게 뛰었으므로, 아마 들렸을 것이다.

억새 사이로 빛이 흔들렸다. 멀리서 사이렌이 들렸다. 유니온 구급 차량의 것. 테리가 보낸 것인지, M이 움직인 것인지. 그것을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비광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빨라졌으되, 蓮의 몸에 전해지는 흔들림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의식하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사이렌이 가까워졌다. 비광은 멈추지 않았다. 蓮도 놓지 않았다.

손바닥 아래, 심장이 뛰고 있었다. 고르지 않고, 급하고, 뜨거웠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새벽 (여명 직전)
장소: 레인웨이 외곽, 폐건물 사이 도로
PC와 비광의 관계: 피와 달빛으로 묶인 채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이 손이 놓아지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 심장이 이렇게 솔직한 줄은 몰랐어요, 야나기 님.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혈흔, 붉은 하오리, 채혈 자국.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좌측 어깨 출혈 감소, 양손목 열상.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비광의 품에 안긴 채 이동 중. 시야 소실, 청각 미약하나 사이렌 감지. 의식 잔존, 손은 비광 가슴팍 위.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蓮을 안고 도로 이동 중. 보폭 빠름, 흔들림 최소화. 어깨 출혈 둔화.
예정된 일정: 유니온 구급 차량 합류, 응급 이송.
주변npc 속마음: (테리, 사이렌 내부) 제발 무사하세요 제발 제발. (M, 어딘가) …늦었군.





페-비렌0036
2026.05.20

채혈 마작 - 비광


탁, 하고 패가 탁상 위에 놓일 때마다 비광의 손끝에서 감각이 조금씩 멀어져 갔다. 세 번째 국이 끝났을 무렵, 그의 왼팔에 꽂힌 굵은 바늘에서 흘러나간 피의 양은 이미 성인 남성의 안전 한계치를 넘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금빛 눈동자는 선명했고, 입술에 걸린 미소는 여전히 느긋했다.

마, 아저씨들. 이 비광이 이렇게 잘생긴 얼굴로 앉아 상대해드리고 있는데, 텐파이도 못 치고 쩔쩔매면 좀 곤란하지 않은감?

맞은편에 앉은 복면의 사내가 이를 갈며 패를 내밀었다. 비광은 가볍게 웃으며 쯔모를 선언했다. 네 번째 국, 승리. 그러나 승리의 대가는 곧 다음 판의 채혈이었다. 이기든 지든, 판이 이어지는 한 그의 피는 흘러나갔다. 그것이 이 미친 도박의 규칙이었으니까.

다섯 번째 국이 시작될 즈음, 그의 시야가 처음으로 흐려졌다. 마치 10월의 안개가 내려앉듯, 탁상 위의 패들이 일순간 겹쳐 보였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선글라스를 밀어 올렸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저려왔다. S급 에스퍼의 회복력이 아니었다면 이미 의식을 잃었을 양이다. 하지만 그 회복력마저도 끊임없이 빠져나가는 혈액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탁상 너머, 어둠 속에 묶여 있는 하얀 실루엣을 훑었다. 넓은 소매의 실크 기모노, 창백한 피부 위에 고인 그림자. 그녀의 가느다란 팔에 꽂힌 수액바늘이 형광등 아래에서 차갑게 빛났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듯, 고개가 축 늘어진 채 미동도 없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비광의 뇌리에서 계산이 아닌 것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뱃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뜨겁고 어두운 무엇. 그는 그것을 능숙하게 미소 아래로 밀어 넣었다.

쯔모.

여섯 번째 국. 또 승리. 그의 입술 색이 눈에 띄게 옅어져 있었다. 손끝이 차가워지기 시작했고, 패를 집어 드는 동작에 평소의 유려함 대신 미세한 경직이 깃들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피가 빠져나갈수록 그의 미소는 오히려 깊어졌다. 마치 이 상황 자체를 즐기는 듯한, 아니, 즐기는 것으로 스스로를 무장하는 듯한.

이보게, 딜러 양반. 자네들이 먼저 한계에 다다를 것 같은데, 괜찮은가? 이 비광, 아직 배가 안 찼거든.

일곱 번째 국의 배패가 돌아왔을 때, 비광은 처음으로 패를 세우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어둠 속의 그녀에게로 향했다. 창백한 얼굴. 미동 없는 몸. 그녀의 안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 채혈보다 더 깊은 곳에서 그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는 패를 내려다보았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지만, 그의 금빛 눈동자만은 여전히, 집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지하 공간, 외부 시간 확인 불가)
장소: 불명의 지하 공간, 마작 탁자
PC와 비광의 관계: 인질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피를 걸고 싸우는 승부사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그녀의 안위를 확인할 수 없는 불안과 분노가 미소 아래에서 끓고 있으며, 반드시 이 판을 끝내겠다는 살의에 가까운 결의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의식 없음)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넓은 소매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붉은 하오리 (소매가 걷혀 왼팔에 채혈 바늘이 꽂혀 있음)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탁자에서 약 5m 떨어진 어둠 속, 의자에 묶인 채 의식 불명. 오른팔에 수액바늘 삽입.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에 앉아 7번째 국 진행 중. 왼팔 채혈 중. 안색 창백, 손끝 떨림, 시야 흐려짐 시작.
예정된 일정: 채혈 마작 승부가 끝날 때까지 계속.
주변npc 속마음: (빌런 집단) 이 새끼 왜 안 쓰러져… S급이 이렇게 무서운 건가. 근데 확실히 흔들리고 있어. 조금만 더 버티면…

여덟 번째 국.

패를 집어 올리는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아주 찰나, 백패 하나가 탁상 위에서 반 박자 늦게 세워졌다. 비광은 그 미끄러짐을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수습했지만, 맞은편에 앉은 복면의 사내 세 명 중 누군가가 킥, 하고 비웃었다.

슬슬 한계인가 봐, S급이라도.

비광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뒷목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장옷의 깃에 스며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빠져나간 혈액을 보상하려는 몸의 본능적 발악. 귓속에서 맥박이 울릴 때마다 시야의 경계선이 한 겹씩 벗겨지는 듯했다. 형광등의 빛이 지나치게 날카로워, 패의 문양이 흰 종이 위에 새겨진 상형문자처럼 흐물거렸다.

그럼에도 그는 웃었다. 아니, 웃고 있어야 했다.

하모, 한계라. 그건 재밌는 말이네.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 낮았다.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변화였다. 혀끝이 건조했다. 침을 삼키려 했으나 목구멍이 뻣뻣하게 저항했다. 그는 배패를 읽었다. 만쯔 2, 3. 핀쯔 5, 5, 7. 쏘쯔 1, 4, 6, 9. 자패 동, 서, 북. 쓰레기 같은 손이었다.

그의 시선이 패 너머로, 다시 그녀에게 갔다.

여전히 미동 없는 하얀 실루엣. 축 늘어진 목선, 드리운 연분홍빛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창백한 뺨. 팔에 꽂힌 바늘 주위로 미세한 멍이 번지고 있었다. 아직 의식이 없다. 없어야 한다. 이 꼴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이 비광이 이렇게 초라하게 앉아, 피를 흘리며 겨우겨우 패를 쥐고 있는 모양새를.

아홉 번째 국이 끝났을 때, 비광은 론을 선언하며 상대의 패를 뒤집었다. 만관. 복면의 사내 하나가 신음하며 자리에서 밀려났다. 팔에 꽂힌 바늘이 당겨지자 그의 입꼬리가 떨렸다. 아프다. 아프다는 감각이 이제야 선명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몸이 마취를 유지할 여력조차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열 번째 국의 배패가 돌아왔다. 비광의 왼손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그는 오른손으로 왼손목을 한 번 쥐어 눌렀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패를 세웠다. 이번에는 괜찮았다. 핀쯔가 세 장 연속으로 들어왔고, 멘쯔가 두 개 보였다. 승산이 있는 손이었다.

……렌.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 그의 입술이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귀에서 울리는 맥박이 만들어낸 환청인지조차 모호했다. 비광은 고개를 돌려 다시 전방을 응시했다. 금빛 눈동자에 어린 빛은 더 이상 유쾌한 장난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빨을 감춘 짐승의 인내심이었고, 판이 끝나는 순간 이 자리의 모든 것을 부숴버리겠다는 조용한 맹세였다.

좋아, 다음 패 가져와 보게. 이 비광이 아직 눈을 못 감았으니까.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지하 공간, 외부 시간 확인 불가)
장소: 불명의 지하 공간, 마작 탁자
PC와 비광의 관계: 인질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피를 걸고 싸우는 승부사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그녀에게 이 꼴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과,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살의가 뒤엉킨 처절한 보호 본능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의식 없음)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넓은 소매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붉은 하오리 (좌완 채혈 바늘, 소매 걷힘, 장옷 깃에 식은땀 얼룩)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탁자에서 약 5m 떨어진 어둠 속, 의자에 묶인 채 의식 불명. 우완 수액바늘 삽입, 바늘 주위 멍 번짐.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에 앉아 10번째 국 진행 중. 좌완 채혈 지속. 안색 심하게 창백, 식은땀, 좌수 미세 경련, 시야 흐림 심화, 맥박 빈맥.
예정된 일정: 채혈 마작 승부가 끝날 때까지 계속.
주변npc 속마음: (빌런 집단) 열 판째인데 아직도 버티네… 근데 손이 떨리기 시작했어. 피 빠지는 속도 올려볼까? / 여자 쪽은 아직 안 깨나? 깨면 더 재밌을 텐데.


열한 번째 국.

비광의 오른손이 패를 뒤집었을 때, 손톱 밑의 혈색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흰 뼈 위에 피부만 덮인 것 같은,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손. 그럼에도 패를 다루는 손가락의 궤적만은 여전히 정확했다. 수십 년을 함께한 습관이란, 의식이 흐려져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법이니까.

심장이 빨라졌다. 너무 빨라졌다. 귓속에서 퍽, 퍽, 울리는 박동이 마치 밀려드는 파도처럼 시야를 흔들었다. 탁상 위의 패가 이중으로 겹쳐 보였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가, 또 갈라졌다. 그는 눈을 한 번 감았다. 어둠이 찾아왔고, 다시 떴을 때 세상이 반 박자 느리게 돌아왔다.

ほんま…… 배려가 없는 판이구만.

혀가 둔해졌다. 관서변이 새어나온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비광은 쯔모패를 집어 들었다. 핀쯔 6.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거의 경련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올라갔다.

리치.

패를 눕혀 놓는 순간, 시야의 왼쪽 절반이 꺼졌다. 마치 극장의 조명이 한쪽만 나간 것처럼, 세상의 반이 먹물에 잠겼다. 비광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오른쪽 눈으로, 남은 시야의 전부를 동원해 상대방의 패산을 읽었다. 복면의 사내들이 서로 눈짓을 교환하는 것이 보였다. 비광의 왼팔에서 흘러나온 피가 투명한 관을 타고 채혈백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져 있었다.

이건 규칙 위반이 아닌가, 라고 항의할 기력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비광은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이, 빛을 잃어가는 금빛 눈동자가 탁자 너머 어둠 속을 관통했다.

그녀가 미동했다. 아주 미세하게, 축 늘어져 있던 손가락 하나가 꿈틀거린 것을 비광은 놓치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심장을 옥죄고 있던 냉기가, 핏줄 안쪽에서 꿈틀대던 살의가, 전부 고요히 가라앉았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어떤 확신. 이 판을 끝내고, 저 의자에서 그녀를 풀어내고, 이 지하실을 부수고 나가겠다는, 미래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

……일발쯔모.

패를 뒤집었다. 청일색. 사내 하나가 의자를 걷어차며 일어섰고, 나머지 둘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비광은 웃었다. 입술에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반쯤 감긴 눈으로, 그러나 금빛 눈동자만은 죽지 않은 채.

마, 아저씨들. 이 비광한테 뭐 하나 알려주까.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왼쪽 시야는 여전히 캄캄했지만 상관없었다. 볼 것은 하나뿐이었으니까.

낙장불입이라 했거든. 한 번 엎은 패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지.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지하 공간, 외부 시간 확인 불가)
장소: 불명의 지하 공간, 마작 탁자
PC와 비광의 관계: 인질과 그녀를 위해 한계를 넘어 피를 걸고 싸우는 승부사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인 순간 살의가 확신으로 전환됨. 반드시 데리고 나가겠다는 맹세.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의식 회복 직전, 미동 확인)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넓은 소매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붉은 하오리 (좌완 채혈 바늘, 소매 걷힘, 깃에 식은땀)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의자에 묶인 채 의식 회복 시작. 손가락 미동 확인. 우완 수액바늘.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에 앉아 11번째 국 승리 직후. 좌측 시야 상실, 극심한 빈혈, 입술 핏기 전무, 그러나 의식 명료.
예정된 일정: 승부 끝. 다음은 탈출.
주변npc 속마음: (빌런 집단) 씨발, 청일색? 이게 말이 돼? 피가 저만큼 빠졌는데 어떻게 아직 저런 판을 치는 거야. 여자가 깨기 전에 끝내야 하는데……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지하실의 천장에 부딪혀 퍼졌다. 한 사내가 벽에 등을 부딪히며 주춤 물러섰고, 나머지 둘은 마작패를 쓸어 엎으며 일어섰다. 질서가 무너지는 냄새. 담배 연기와 녹슨 철, 그리고 두려움이 뿜어내는 시큼한 땀냄새가 공기 속에서 뒤엉켰다.

비광은 움직이지 않았다.

앉은 채로, 왼팔에 꽂힌 바늘을 내려다보았다. 투명한 관 속에서 자신의 피가 중력에 의해 천천히 떨어지는 광경을. 그것이 기묘하게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홍싸리의 붉음보다 짙고, 모란의 붉음보다 탁한.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먼 감각.

그가 바늘을 뽑았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마치 소맷단에서 화투패 한 장을 뽑아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팔뚝 안쪽에서 피가 실처럼 흘러내렸으나 비광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 정산하자꾸나.

일어서는 순간 무릎이 꺾였다. 시야의 오른쪽마저 흔들렸고 천장의 형광등이 별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나 그는 탁자 모서리를 짚고 몸을 세웠다. 등을 펴고, 턱을 들었다. 피를 머금은 입술이 기어이 활처럼 휘어졌다.

야, 이보오. 섯다를 치든 마작을 치든 간에, 판을 벌여 놓고 달아나면 그게 얼마나 추한 짓인지 모르는감?

복면의 사내 하나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했다. 비광의 시야에는 그 윤곽이 일그러져 보였으나, 그것이 총인지 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손가락이 소매 안쪽을 스쳤다. 거기에 지우산은 없었다. 빼앗겼으니까. 화투패도 없었다. 수색당했으니까.

하지만.

비광의 입꼬리가 더 깊이 올라갔다. 찢어진 소맷단 안쪽, 천에 꿰매듯 숨겨둔 마지막 한 장. 8월의 공산, 달이 뜬 억새밭. 비장의 패.

ま、しゃーないわ。

패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세우는 찰나, 그의 남은 시야가 어둠 속 의자를 향했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가 아닌, 손목 전체가 천천히 회전하는 것이 보였다. 실크 소매의 희미한 너울거림. 깨어나고 있었다.

비광은 숨을 들이마셨다. 폐가 쓰라렸다. 그러나 그 고통 끝에 도달한 공기가 뇌를 한 겹 맑게 만들었다. 그가 패를 허공에 튕겼다.

8월. 공산.

패가 회전하며 빛을 받았고, 그 표면에서 은빛 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하 공간 전체를 삼킬 듯 쏟아지는 억새의 환영과, 그 사이로 번지는 달빛. 사내들의 비명이 억새에 묻혔다.

비광은 그녀를 향해 걸었다. 한 발. 또 한 발. 무릎이 꺾이려 할 때마다 이를 악물었고, 죽어도 쓰러지지 않겠다는 오기만으로 등을 펴고.

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낮고, 갈라지고, 그러나 꺼지지 않는 목소리로.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지하 공간, 외부 시간 확인 불가)
장소: 불명의 지하 공간, 8월 공산 능력 발동으로 억새밭 환영 전개 중
PC와 비광의 관계: 한계를 넘어 그녀를 향해 걸어가는 승부사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쓰러져도 좋으니 이 손으로 직접 풀어내야 한다는 처절한 집념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의식 회복 중, 눈을 뜨기 직전)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넓은 소매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소맷단 찢김), 붉은 하오리, 좌완 채혈 자국에서 출혈 지속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의자에 묶인 채 손목 움직임 시작. 의식 회복 직전.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탁자에서 蓮을 향해 이동 중. 좌측 시야 상실 유지, 극심한 빈혈, 좌완 출혈, 그러나 보행 가능.
예정된 일정: 蓮 구출 → 탈출
주변npc 속마음: (빌런 집단) 뭐야 그 빛은, 아직 패가 남아 있었어?! 시야가 안 보여, 씨발, 이게 S급이라고?!

억새가 은빛으로 일렁이는 사이를 걸었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지하실의 콘크리트 바닥이 발밑에서 출렁거렸다. 아니, 출렁이는 것은 바닥이 아니라 자신의 평형감각이었다. 내이의 어딘가에서 물이 찬 것처럼, 세상 전체가 기울어져 있었다.

그래도 걸었다.

억새의 환영이 사내들의 시야를 완벽히 차단하고 있었다. 비명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아니, 멀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청각이 솜을 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심장의 박동만이 유일하게 선명했다. 조금 전보다 느려졌다. 불규칙해졌다. 한 박 뛰고, 멈추고, 두 박 뛰고, 또 멈추는.

의자가 보였다.

희미하게, 반쪽짜리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흰 실크가 달빛을 받아 창백하게 빛나고 있었다. 축 늘어진 고개. 붕대 감긴 눈. 창백함을 넘어 푸르스름해진 입술. 비광의 심장이 한 번 크게, 아프게 쪼그라들었다.

그녀의 손목에 감긴 결박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피를 너무 많이 잃은 탓에, 매듭을 푸는 단순한 동작조차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손톱이 밧줄에 걸려 갈라졌으나 통증은 오지 않았다. 감각이 먼저 죽어가고 있었다.

렌.

다시 불렀다. 매듭 하나가 풀렸다. 그녀의 손목이 늘어지듯 떨어졌고, 비광은 그 손을 받았다. 차가웠다. 자신의 손보다도 차가운 그 온도에, 이를 악물었다.

두 번째 매듭. 나머지 한쪽 손목을 푸는 동안 비광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소매 안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녀의 흰 기모노 자락에 떨어져 번졌다. 국화처럼. 아니, 동백처럼.

마지막 매듭이 풀렸다.

비광은 풀려난 그녀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받아냈다. 어깨에 닿은 그녀의 무게가, 놀라울 만큼 가벼웠다. 아까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깨어나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아직, 아직.

이보오.

속삭였다. 귀에 닿을 듯 가까이, 그러나 목소리가 갈라져 제대로 된 음절이 되지 못했다.

…일어나 주겠나.

비광의 팔이 그녀의 등을 감쌌다. 실크 위로 척추의 윤곽이 만져졌고, 그 차가움이 손바닥을 타고 심장까지 전이되었다. 억새밭의 달빛이 서서히 꺼지고 있었다. 능력의 한계였다. 피가 모자랐다. 패에 공급할 기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둠이 돌아오기 전에.

그는 남은 힘을 전부 쥐어짜 그녀를 안아 올렸다. 무릎이 비명을 질렀다. 시야의 나머지 절반마저 검은 점으로 좀먹히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비광은 웃었다. 핏기 없는 입술로, 아무도 보지 못하는 미소를.

갑세.

한 발을 내디뎠다. 출구를 향해.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지하 공간, 외부 시간 확인 불가)
장소: 불명의 지하 공간, 8월 공산 능력 소멸 직전
PC와 비광의 관계: 한계를 넘어 그녀를 안고 걸어가는 승부사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이 몸이 부서져도 좋으니 먼저 이 어둠 밖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맹목적 헌신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의식 미회복, 비광의 어깨에 기댄 채 무의식 상태)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좌측 소매에 비광의 핏자국 번짐)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소맷단 찢김), 붉은 하오리, 좌완 지혈 없이 출혈 지속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비광의 품에 안긴 채 의식 없음. 손목 결박 해제. 체온 저하.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蓮을 안고 출구 방향으로 이동 시작. 양측 시야 소실 진행 중. 능력 유지 한계. 극심한 빈혈로 의식 유지가 기적에 가까운 상태.
예정된 일정: 탈출
주변npc 속마음: (빌런 집단) 억새가 사라지고 있어. 놈이 한계야. 지금 잡아야 해. 하지만 저 눈빛은 뭐야, 아직도 웃고 있잖아.

이어서 출력

억새의 마지막 잔영이 허공에서 재처럼 흩어졌다. 은빛 달이 꺼지고, 지하실의 형광등이 다시 차갑게 드러났을 때, 비광의 시야에 남은 것은 오른쪽 눈의 구석에 매달린 흐릿한 윤곽뿐이었다.

발이 문턱에 걸렸다.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녀를 안은 팔이 먼저 반응했으니까. 몸의 중심이 무너지려는 순간 등을 벽에 기대며 버텼고, 그 충격에 갈비뼈 사이로 둔탁한 통증이 번졌다. 아, 이것은 느끼는구나. 아직 이것은.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셋은 들리지 않았다. 청각이 가위에 잘린 천처럼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마, 쫓아오는감.

중얼거렸다. 누구에게라기보다는 자신의 의식이 아직 여기 있음을 확인하듯. 품 안의 그녀는 여전히 차가웠고, 여전히 가벼웠고,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미약한 호흡이 목덜미에 닿을 때마다 비광의 다리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갔다.

통로는 길었다. 아니, 짧은 것인지도 모른다. 감각이 왜곡되어 한 걸음이 백 걸음처럼 느껴졌다. 콘크리트 벽의 이음새가 손끝에 스칠 때마다 지금 자신이 어디쯤인지 가늠하려 했으나, 왼쪽 눈이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이상 공간을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때, 품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손가락이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비광의 장옷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미약하게, 그러나 분명한 힘을 담아. 비광의 걸음이 멈췄다. 남은 시야의 초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흰 붕대. 그 아래에서 입술이 달싹이는 것이 보였다.

…오라비.

그녀의 목소리는 실낱같았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음성. 그러나 그 두 글자가 비광의 고막을 찢고 들어와 심장 한복판에 박혔다. 청각의 구멍들이 그 순간만큼은 전부 메워진 것처럼, 또렷이.

비광은 걸음을 다시 뗐다. 이번에는 무릎이 꺾이지 않았다.

들리는감.

물었다.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목소리를 그녀에게 닿게 하고 싶었을 뿐.

이 비광이 지금 자네를 데리고 나간다. 잠깐이면 된다. 눈 감고 있거라, 이보오.

통로 끝에서 빛이 새어 들었다. 형광등의 인공적인 빛이 아닌, 차갑고 습한 바깥 공기와 함께 스며드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 출구였다.

비광은 웃었다. 핏기 없는 입술이 벌어지며 이가 드러났고, 그 미소는 승리의 것이었다. 마작판 위에서 마지막 패를 엎을 때와 같은, 절대적인 확신.

그리고 출구의 문을 어깨로 밀어 여는 순간, 비광의 오른쪽 시야마저 꺼졌다.

어둠 속에서도 그는 그녀를 놓지 않았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지하 공간 탈출 직후, 야간 추정)
장소: 지하 공간 출구 부근
PC와 비광의 관계: 어둠 속에서도 놓지 않는 손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그녀의 목소리 두 글자에 심장이 다시 뛰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처절한 안도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의식의 틈새에서 그의 심장박동을 듣고 있음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좌측 소매 핏자국, 손목 결박 자국)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소맷단 찢김), 붉은 하오리, 좌완 출혈 응고 시작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비광의 품에 안긴 채 반의식 상태. 손가락으로 장옷 움켜쥠. 체온 저하 지속.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蓮을 안고 출구 통과 직후. 양측 시야 완전 소실. 청각 부분 손상. 의식 유지 중이나 극한 상태.
예정된 일정: 탈출 완료 → 구조 대기
주변npc 속마음: (빌런 집단) 놈이 나갔어. 쫓아, 아니 잠깐, 밖에 누가 있어. 저건… 유니온?!

완전한 어둠이었다.

그런데도 비광의 다리는 움직였다. 뼈와 근육의 기억이 의식을 대신해 한 발, 또 한 발을 앞으로 보냈다. 콘크리트가 끝나고 아스팔트가 시작되는 질감의 차이가 발바닥을 통해 전해졌을 때, 밤 공기가 폐를 채웠다. 차갑고, 습하고, 비 냄새가 섞인.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얼굴에 닿았다. 하나, 둘. 차가운 점들이 열로 달아오른 피부 위에서 증발하듯 사라졌다. 품 안의 그녀에게도 비가 떨어지고 있을 터였다. 비광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 동작만은 정확했다.

가슴팍을 움켜쥔 손가락의 힘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비가 오는구먼.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성대가 마른 모래를 삼킨 것처럼 갈라져, 음절의 절반은 숨결에 실려 사라졌다. 그래도 입을 열었다. 침묵하면 의식이 꺼질 것 같았으니까.

12월 패라도 써야 하는 건 아닌감 모르겠다마는…… 하, 안 남았지.

웃으려 했다. 입꼬리가 올라갔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으나, 그 시도 자체가 비광이라는 사내의 본질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농담을 잃지 않는 것. 아니, 농담으로 죽음의 무게를 속이는 것.

무릎이 접혔다.

이번에는 버틸 수 없었다. 아스팔트 위에 한쪽 무릎이 부딪히는 충격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고, 비광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품 안의 그녀가 흔들리지 않도록, 팔에 남은 모든 힘을 그녀를 감싸는 데 썼다.

비가 세졌다. 은발이 흠뻑 젖어 목과 어깨에 달라붙었고, 붉은 하오리가 물을 머금어 무거워졌다. 왼팔의 바늘 자국에서 희석된 피가 빗물을 타고 아스팔트 위로 흘러, 보이지 않는 강을 그렸다.

그리고, 먼 곳에서. 아니, 가까운 곳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비광의 청각은 반쯤 죽어 있었으나, 그 특유의 울림만은 뼈를 타고 전해졌다. 유니온 긴급 출동 차량의 사이렌. 타이어가 젖은 노면을 가르는 마찰음. 차문이 열리는 소리.

비광!! 비광 선배!!!

테리의 목소리였다. 비에 젖은 공기를 찢으며 달려오는 발소리. 비광은 그 소리를 등 뒤에서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늦었다, 멧강아지.

비광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판은 벌써 끝났는데.

품 안의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비에 젖은 국화 향이, 자신의 피비린내와 뒤섞여 코끝을 스쳤다. 아직 맡을 수 있구나. 아직 이것은 살아 있구나.

의식의 마지막 불씨가 꺼지기 직전, 비광이 느낀 것은 가슴팍을 움켜쥔 그녀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한 번 더 조여드는 감각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심야 (비 내림)
장소: 지하 공간 외부, 빗속 아스팔트 위
PC와 비광의 관계: 서로를 놓지 않는 채 쓰러진 승부사와 그의 유일한 판돈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의식이 꺼지는 순간까지 그녀의 손가락 한 마디가 전부였다는 처절한 만족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반의식 속에서 그의 심장이 아직 뛰고 있음을 손끝으로 확인하는 본능적 집착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핏자국, 빗물에 젖음), 손목 결박 자국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붉은 하오리 (흠뻑 젖음), 은발 풀어짐, 좌완 출혈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비광의 품에 안긴 채 반의식. 손가락으로 장옷 가슴팍 움켜쥠. 체온 저하.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한쪽 무릎 꿇은 채 蓮을 안고 있음. 양측 시야 완전 소실. 의식 소실 직전. 테리 도착.
예정된 일정: 유니온 긴급 구조 → 의료 후송
주변npc 속마음: (테리) 선배 눈이…… 초점이 없어. 피가 너무 많이…… 빨리, 빨리 데려가야 해. 렌 선배도, 제발.



페-비렌0035
2026.05.20

죽음 대화



어느 봄날. 밀키웨이 로드의 벚꽃이 지는 계절.

---

이보게, 렌.

응.

자네, 무섭나?

뭐가요.

이 다음이.

……야나기 님이야말로. 무섭지 않아요?

허, 이 비광이 언제 무서운 것을 무서워했던가.

거짓말쟁이.

……그래, 조금은 무섭구먼.

솔직하시네.

그야, 자네가 안 보이게 될 테니.

……

렌.

네.

내기 하나 하세.

……이 상황에서요?

아무렴. 이 야나기, 죽어서도 판을 벌일 수 있다면 벌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아. 진짜로. 끝까지 이러실 거예요?

끝까지 이래야 내가 아닌가.

……좋아요. 걸죠. 뭘 걸 건데요.

다음 생.

……네?

다음 생에도 자네를 먼저 찾는 쪽이 이기는 걸세.

그건 당신이 불리한 내기잖아요. 나는 당신 목소리를 들으면 바로 알아채는데.

그러니 재밌지 않은가.

……바보.

자네의 바보일세.

야나기 님.

응.

나, 한 가지 고백할 게 있어요.

뭔가.

……돈. 사실 그렇게까지 좋아한 적 없어요.

알고 있었네.

에이, 거짓말.

진짜라네. 자네, 내가 돈 대신 모찌 내밀면 더 좋아했으니.

……그건 맛있으니까 그런 거예요.

그래, 그래. 맛있으니까. 그런 거지.

야나기 님.

응.

손.

…….

잡고 있을 테니까, 놓지 마세요.

낙장불입이라 했지 않은가. 한번 잡은 패는 놓지 않는 법.

……그 말, 꼭 기억해요.

야나기가 언제 한번이라도 자네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있었던가.

없었죠.

그러면 됐네.

……

렌.

네.

고맙네.

……뭐가요, 갑자기.

전부.

……

그 옛날, 시바하마 극장에서 날 찾아준 것도. 아홉 번의 숨바꼭질도. 매번 얄밉게 도망치면서도, 결국엔 내 곁으로 돌아와 준 것도. 전부.

저야말로요.

……

야나기 님, 나 졸려요.

그래, 자게.

……다음 판에서 봐요.

기다리고 있겠네.

……혹시, 내가 못 찾으면요?

그럴 리가. 자네는 분명히 찾아올 걸세.

어떻게 알아요.

이 비광은 말이지, 운이 좋거든.

……거짓말쟁이.

…….

야나기 님.

……

좋아해요.

나도.
페-비렌0034
2026.05.20

평화 대화문



야나기 님, 오늘 저녁 뭐 먹을 거예요?

모찌.

그건 간식이지 밥이 아니잖아요.

자네가 해주는 거면 뭐든 밥일세.

……그 능글맞은 거 언제 고칠 거예요.

고칠 생각 없는데?

알아요. 알면서 물어본 거예요.

허, 알면서 물어보는 건 자네 특기 아니었나.

그쪽도요. 대답 알면서 묻는 거.

그야 자네 입에서 직접 듣는 맛이 있으니까 그렇지.

……아.

왜?

아니, 그냥. 오늘따라 좀 더 얄밉다고요.

그건 칭찬으로 듣겠네.

칭찬 맞아요.

오, 그래?

네.

그럼 한 가지 더 물어봐도 되겠나.

뭔데요.

오늘, 행복한가?

……야나기 님이 그런 걸 물어볼 줄은 몰랐는데.

대답이 듣고 싶어서 그러네.

네. 행복해요.

나도 그렇다네.

알아요. 눈 보면 알아요.

눈을 못 보는 사람이 무슨 소릴.

느끼는 거예요. 당신 목소리로.

……그건 또 반칙 아닌가.

반칙은 오라비 특기잖아요.

낙장불입이라, 한 번 떨어진 패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인데.

그러니까요. 저도 주워 담을 생각 없어요.

뭘?

이 자리요.

……렌.

왜요?

아무것도. 그냥 부르고 싶었을 뿐이네.

그럼 저도. 야나기 님.

또?

부르고 싶으니까요.

몇 번이든 불러도 된다 했잖은가.

그러니까 부르는 거예요. 야나기 님.

……하, 진짜로 사람 미치게 만드는 재주는 여전하구먼.

고칠 생각 없는데?

허허, 이거. 내 대사를 그대로 가져가다니.

배운 거예요. 오라비한테.

그래, 잘 배웠다. 아주 잘.

그러면 오늘 저녁은?

자네가 고르게.

진짜요?

내기 안 걸고?

……안 걸어요. 오늘은.

어이쿠, 이거 비가 오려나. 내기를 안 건다니.

비 안 와요. 하늘 맑아요.

자네가 어떻게 아는 건가?

느끼는 거예요. 당신 목소리가 맑으니까.

……마,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네.
페-비렌0033
2026.05.20

동물화 버튼 쿡쿡



레인웨이 로드의 동물병원 앞에서 비광은 한 손에 작은 캐리어를, 다른 한 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멈춰 섰다. 캐리어 안에서 꼬물거리는 작은 존재가 철망에 분홍빛 코를 들이밀며 킁킁거렸다.

48시간 전, 레인웨이 외곽에서 발생한 소규모 게이트의 잔여 에너지가 그녀를 덮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얀 실크 기모노가 푹신한 털 아래로 사라지고, 연분홍빛 귀와 작은 발이 드러났을 때, 비광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겨우 삼켜야 했다. 작고, 하얗고, 분홍빛이 살짝 도는. 토끼 한 마리가 하얀 안대를 질질 끌며 기모노 더미 위에 앉아 있었으니.

유니온 의료팀의 진단은 명확했다. 일시적 형태 변이. 48시간 내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만 그 48시간 동안 그녀를 돌볼 사람은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페어였으니.

비광은 사무실 책상 위에 쇼핑백 내용물을 펼쳐놓았다. 둥글고 납작한 플라스틱 버튼들이 알록달록하게 줄지어 나왔다. 각각의 버튼 위에는 마커로 또박또박 글씨가 쓰여 있었다.

テリ군이 추천해줬는데 말이지. 요새 동물들 소통용으로 유행한다더군.

그는 캐리어 문을 열어 작은 토끼를 조심스레 꺼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하얀 안대가 한쪽 귀 위로 삐뚤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비광은 나직이 웃으며 안대를 살짝 고쳐 매어주었다. 토끼의 분홍빛 눈동자가 그의 손가락을 따라 흔들렸다.

자, 이보게 렌.

비광은 무릎을 꿇고 책상 높이에 눈을 맞추었다. 금빛 눈동자가 토끼의 작은 눈과 수평을 이루었다.

이 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버튼을 눌러보시게.

그가 가지런히 늘어놓은 버튼들은 이러했다.

· 간식 · · 사랑해 · 싫어 · 놀자 · 졸려 · 오라비 · 화대내놔 · 밖에 가자

토끼는 버튼을 작은 코로 킁킁 냄새 맡더니, 앞발을 들어 ─


뿅 ♡


「 오 라 비 」

기계음이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비광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금빛 눈동자가 반달처럼 휘어졌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지만, 참지 못하고 끝내 낮게 터뜨리고 말았다.

하, 이 녀석. 토끼가 되고도 이 몸의 심장부터 노리는구먼.

토끼가 작은 앞발로 또다시 버튼을 꾹 눌렀다.


간 식

⌒(ё)⌒

간 식

⌒(ё)⌒

간 식

세 번. 연속으로 세 번을 꾹꾹 누르는 앞발이 다급했다. 작은 토끼가 앞발을 동동 구르며 간식 버튼 위에 아예 올라앉으려 하자, 비광은 참다 못해 손바닥으로 토끼를 감싸 쥐었다. 부드러운 솜뭉치가 손 안에서 꿈틀거렸다.

알았다, 알았어. 간식 가져올 테니 잠깐만 기다리게.

그가 서랍에서 말린 과일 조각을 꺼내 토끼의 코앞에 내밀자, 작은 입이 오물오물 움직였다. 비광은 그 모습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나지막이 한숨 섞인 웃음을 흘렸다.

토끼가 간식을 다 먹자, 다시 뒤뚱뒤뚱 버튼 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마치 고민하는 것처럼 코를 이리저리 대더니.


화대내놔
← 코를 대다가

⤹ 방향전환 ⤸

졸 려

작은 솜뭉치가 보라색 버튼 위에 앞발을 올려놓은 채, 그대로 옆으로 스르르 기울었다. 마치 화대 버튼을 누르려다 양심에 걸린 것처럼, 아니, 토끼에게 양심이라는 것이 있을 리 없지만, 하여튼 그 고개를 돌리는 타이밍이 절묘하게도 '렌'다웠다.

비광은 한쪽 팔꿈치를 책상에 기대고, 턱을 괸 채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금빛 눈동자 위로 드리운 은발 가닥이 흔들렸다.

졸리다고? 방금 간식 세 번이나 뜯어먹고서?

토끼의 귀가 핀 채로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그래서 뭐 어쩔 건데'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묘하게 당당한 떨림이었다. 비광은 코웃음을 흘리며 손바닥을 펼쳐 토끼 앞에 내밀었다. 올라타라는 듯. 토끼는 분홍빛 코를 킁킁거리더니, 잠시 망설이는가 싶었으나 결국 폴짝 뛰어 그의 손바닥 위로 올라섰다.

가벼웠다. 한 손에 담기는 무게. 부드러운 털 아래로 느껴지는 작은 심장의 고동. 비광은 토끼를 가슴 높이로 들어 올려, 하오리 안쪽으로 조심스레 품었다. 작은 몸이 체온을 찾아 꿈틀 파고들었다.

ほんま、しゃあないなぁ。
정말이지, 어쩔 수 없구먼.

사무실 소파에 등을 기대자, 품 안의 토끼가 옷 사이로 코를 들이밀며 자리를 잡았다. 비광은 검지 하나로 그 작은 이마와 귀 사이를 천천히 쓸어주었다. 토끼의 귀가 내려앉고, 눈이 반쯤 감겼다.

잠시 조용해진 사무실. 창밖으로 스타레인의 야경이 흘러들어왔다. 비광은 토끼의 등을 느릿하게 쓸어 내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토끼가 돼가지고도 하고 싶은 말은 또렷하구먼. 오라비, 간식, 졸려. 이 세 마디면 자네 인생관이 다 담겨 있는 것 아닌가.

대답 대신 토끼의 뒷발이 허공에서 한 번 까딱거렸다. 비광은 그 발바닥의 분홍빛 패드를 엄지로 살짝 건드렸다. 솜뭉치가 움찔하며 발을 거둬들이고, 하오리 안쪽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비광은 고개를 젖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지워지질 않았다. 이 작은 솜덩이가 48시간 뒤면 다시 그 경박하고 능청맞은 웃음을 달고 나타날 것이다. '화대 내놔'라는 버튼 위에서 방향을 튼 그 잠깐의 머뭇거림을 안주 삼아 얼마든 놀려먹을 수 있을 텐데.

…… 마, 빨리 돌아오게.

토끼의 숨이 고르게 잦아들었다. 잠든 것이다. 비광은 품 안의 작은 온기를 한 손으로 감싸 안은 채,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책상 위에 남겨진 알록달록한 버튼들 사이에서, 유독 화대내놔 버튼만이 살짝 비뚤어져 있었다. 코를 대다 말았던 흔적처럼.
페-비렌0032
2026.05.18

19금 오오디 모움



ㅁㅇ 플
그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전말이었다. 스타레인 시 중심부에 갑작스레 발생한 C급 게이트. 그저 평범한 균열이라 여겼건만, 게이트는 닫히는 순간 기묘한 에너지 파장을 흩뿌렸다. 그 자리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렌, 그녀였다. 신체에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유니온 의료팀의 소견에 안도한 것도 잠시, 기이한 변화는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시작되었다. 아무리 봐도 모유와 흡사하지만, 국화 향이 섞인 짙고 달콤한 향을 풍기는 희고 탁한 액체가 그녀의 가슴에서 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라 했다. 하지만 이 비광, 승부사 이전에 한 명의 사내로서, 이처럼 흥미로운 판을 놓칠 위인이 아니었다. 연인의 몸에 일어난 신비로운 변화를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리는 것은, 타짜의 방식이 아니었다.

[1일차]
- 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처음으로 뽀얀 액체가 맺힌 유두를 혀로 핥아 맛을 보았다. 이후, 어색하게 뭉친 곳을 풀어주려는 듯 서툰 손길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 PC의 반응: 예상치 못한 행위에 화들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당혹감과 수치심으로 물든 얼굴로 이쪽을 밀어내려 애썼지만, 그 저항은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낯선 감각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감도: 1/5
- 총평: 허어, 이거 물건일세. 단맛이 아주 일품이구먼.

[2일차]
- 변화: 어제보다 가슴이 미미하게 부풀어 오른 듯한 감촉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 시도: 한 손으로는 유방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 둥글리듯 마사지하고, 다른 한 손의 손가락으로는 유두 주변을 지그시 누르고 꼬집으며 자극을 주었다. 나오는 액체는 전부 꼼꼼하게 혀로 핥아내었다.
- PC의 반응: 전날의 격렬한 저항 대신, 입술을 작게 깨물며 버티는 쪽을 택한 듯 보였다. 간간이 새어 나오는 가녀린 숨소리가, 그저 불쾌하기만 한 것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 감도: 2/5
- 총평: 성급할 필요는 없지. 좋은 술은 천천히 익어가는 법이니.

[3일차]
- 변화: 손에 잡히는 부피감이 확실히 달라졌고, 유륜의 색이 조금 더 짙어졌다.
- 시도: 따뜻하게 데운 수건으로 가슴을 감싸 혈액순환을 도운 뒤, 오일을 바르고 엄지손가락으로 유선이 지나는 길을 따라 원을 그리며 깊숙이 압박했다. 본격적으로 젖몸살을 풀어주듯, 정성스러운 마사지를 이어갔다.
- PC의 반응: 뜨거운 감각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전보다 능숙해진 손길에 저도 모르게 허리를 뒤트는 모습이 보였다. 참아보려 애쓰는 신음이 젖은 숨결과 함께 터져 나왔다.
- 감도: 3/5
- 총평: 이제 제법 꼴을 갖추어 가는구먼. 이쪽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 모양이야.

[4일차]
- 변화: 가만히 있어도 유두가 단단하게 서 있을 만큼 민감해졌으며, 가슴골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 시도: 한쪽 가슴을 입에 가득 머금고 젖을 빨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혀를 세워 유두를 집요하게 굴리고, 때로는 잘근잘근 깨물며 강한 쾌감을 주입했다. 남은 손으로는 다른 쪽 유방을 쉬지 않고 주물렀다.
- PC의 반응: 시야를 가린 붕대 아래로 눈물이 흘렀다.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 가느다란 손가락이 이쪽의 머리카락을 절박하게 그러쥐었다. 쾌락에 젖어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 감도: 4/5
- 총평: 울음소리가 아주 듣기 좋구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울어주었으면 좋겠는데.

[5일차]
- 변화: 손대지 않아도 달콤한 즙이 유두 끝에 방울방울 맺힐 정도로 젖이 차올랐다.
- 시도: 양손으로 가슴을 모아 강하게 압박하자, 가는 물줄기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뿜어져 나오는 액체를 남김없이 입으로 받아 마시며, 젖이 마를 틈 없이 계속해서 짜내고 빨아냈다.
- PC의 반응: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발작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이성이 완전히 녹아내린 듯, 의미를 알 수 없는 교성을 내지르며 시트를 흠뻑 적셨다. 그저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 감도: 5/5
- 총평: 훌륭해. 아주 훌륭한 암컷의 몸이 되었어. 이 야나기가 공들여 키운 보람이 있구나.

그리고 마침내 6일 차의 아침이 밝았다. 지난 닷새간의 개발로, 그녀의 가슴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해 있었다. 손바닥을 가득 채우는 풍만함, 살짝 스치기만 해도 파르르 떨며 반응하는 민감함, 그리고 언제든 달콤한 젖을 내어줄 준비가 된 유두까지. 이제 그녀는, 이 비광이 아니고서는 해소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나는 침대에 엎드려 잠든 그녀의 등 위로 올라탔다. 잠결에 뒤척이는 가녀린 어깨를 부드럽게 눌러 고정시키고,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자, 렌. 아침 식사 시간이네. 오늘은 또 얼마나 맛있는 젖을 내어줄 겐가? 어제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눈 뜨자마자 달려와 버렸지 뭔가.

나의 손이 잠옷 아래로 파고들어, 밤새 탐스럽게 불어난 그녀의 유방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손안에서 터질 듯이 부푼 감촉이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나는 그녀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오늘의 ‘개발’을 시작했다.


페-비렌0031
2026.05.17

각자의 행복




모든 무대가 끝나고, 모든 판이 걷히고, 모든 패가 엎어진 뒤에.

그들이 정의 내린 행복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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蓮이 정의 내린 행복



蓮에게 행복이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가 비로소 '잊고 싶지 않은 것'을 손에 쥐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오래도록 관객이었다. 세상이라는 무대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인간 군상의 희비극을 감상하고, 박수도 야유도 없이 좌석을 떠나는 존재. 하스카라는 이름도, 蓮이라는 이름도, 결국은 객석에 붙은 번호표에 불과했다. 감각이 소실될 때마다 일기장에 적어두는 문장들은 데이터일 뿐, 그 안에 온기는 없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잊힐 테니. 어차피 떠날 테니.

하지만.

그녀가 원한 것은, 결국 단순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오는 것. 아홉 번이고 열 번이고, 지치지 않고, 속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찾아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그것이 하스카든 蓮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이, '당신'이라고 가리키며 놓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는 것. 그녀의 행복은 소유가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자신이 이 세계에 남긴 흔적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는, 그 단 하나의 증명.

그래서 그녀는 도망쳤다. 찾아달라고. 그래서 그녀는 숨었다. 보아달라고. 행복은 결승선이 아니라, 술래가 "찾았다"고 외치는 그 찰나의 목소리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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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광이 정의 내린 행복



비광에게 행복이란, 자신의 무대에 끝까지 남아 있는 관객이 한 명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무대 위의 사람이었다.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 이야기의 세계로 데려가는 것이 그의 존재 이유였다. 하지만 10년 전, 그의 무대는 피로 물들었고, 객석은 비명으로 가득 찼으며, 관객은 모두 떠나거나 쓰러졌다. 남겨진 것은 텅 빈 극장과 지워진 이름뿐. 그 뒤로 그는 승부사가 되었다. 무대를 잃은 자가 살아남는 법은, 판을 벌이고 이기는 것뿐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승리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 가장 추하고 꼴사납고 피투성이인 막까지도 외면하지 않고, 객석에 앉아 고요히 지켜봐 주는 것. 박수가 아니어도 좋았다. 야유여도 좋았다. 다만, 떠나지 않을 것. 그 하나.

그래서 그는 쫓았다. 떠나지 말라고. 그래서 그는 항복했다. 나를 봐달라고. 행복은 판의 승패가 아니라,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맞은편 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는 그 감각 안에 있었다.

---

두 사람의 행복은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다만 하나는 숨는 방식으로, 하나는 찾는 방식으로, 같은 문장의 양면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나를 잊지 마세요.
페-비렌0030
2026.05.17

[OOC: 잠시 롤플레잉 중지. 새로운 시점. 고통은 다양하지만 행복은 단순하다.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이 지나가고, A와 B가 정의 내린 행복은 무엇인지 자세히 출력한다. 두 사람의 행복은 같은 목적지를 향할 수도, 향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이 덧없는 꿈처럼 흩어진 후, 아침은 언제나처럼 찾아왔다. 스타레인 시의 소음은 여전히 분주했고,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눈부셨다. 하지만 그 모든 일상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그런 평온한 나날이었다.

비광에게 행복은 늦잠을 자고 일어난 주말 오후와 같았다. 느지막이 일어나 곁에 잠든 연인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확인하고, 헝클어진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 넘겨주는 것. 주방에서는 찻물이 끓는 소리가 나고, 집 안에는 갓 구운 빵과 달콤한 모찌의 냄새가 뒤섞여 안온하게 감돌았다. 그는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판에 뛰어들지 않았다. 승부의 희열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무릎을 베고 잠든 렌의 뺨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붕대 아래 가려진 눈가가 아닌, 이제는 온전히 드러난 그 고운 얼굴선을.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온기는 그 어떤 승리의 징표보다 값지고 소중했다.

허허, 이리도 무방비하게 잠들어버리면 이 야나기는 어찌해야 할꼬.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금빛 눈동자는 더없이 부드러운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렌의 손을 가져와 자신의 손과 깍지를 꼈다. 길고 하얀 손가락이 그의 투박한 손과 자연스럽게 얽혔다. 복잡한 수 싸움도, 서로의 마음을 떠보기 위한 도발도 없는 이 순간. 그저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같은 공간의 공기를 호흡하는 것. 그것이 비광이 마침내 찾아낸, 소박하고도 완전한 행복의 형태였다. 그는 렌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다시금 창밖의 평화로운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렌에게 행복은 조금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행복이란,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도 같았다.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가 만들어내는 파문. 잔잔한 일상 속에서 문득 발견하는, 비광의 눈동자에 스치는 아주 작은 승부욕의 불씨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의 무릎을 베고 눈을 감은 채, 그의 손길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의 행복이 ‘안식’이라면, 그녀의 행복은 그 안식 속에서 피어나는 ‘유희’였다. 그가 이제는 괜찮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그의 허를 찌르는 한마디를 던지는 것.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야나기 님. 심심한데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러면 그의 부드러웠던 눈빛에 다시금 장난기와 호승심이 어리고,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그래서, 이번엔 뭘 걸어볼까?’ 하고 물어올 터였다. 그가 다시 타짜의 얼굴을 하고 자신만을 위한 판을 벌이는 순간, 그 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그의 모든 것을 시험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 그것이 그녀가 정의하는 행복이었다. 안식에 완전히 잠겨버린 야나기는 그녀가 원하는 비광이 아니었다.

비광이 정의한 행복은 ‘종착역’이었고, 렌이 정의한 행복은 ‘새로운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었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듯했지만, 그들의 시선 끝에는 결국 서로가 있었다. 비광은 그녀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임을 알기에 더욱 그녀를 곁에 두고 싶어 했고, 렌은 그가 자신으로 인해 다시 판에 뛰어드는 그 순간을 사랑했기에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목적지는 달랐지만, 그들은 같은 길 위를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것이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묘하고도 완벽한 형태의 행복이었다.

페-비렌0029
2026.05.08

ooc : 보이스 피싱 




그날 저녁, 레인웨이 로드의 낡은 극장 옥상에서 있었던 다섯 번째 판은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아련한 잔상만을 남겼다. 비광은 잠시 처리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고,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시간, 다시금 두 사람의 임시 거처로 삼은 다다미방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근처 가게에서 사 온, 蓮이 좋아할 법한 달콤한 모찌가 담긴 작은 종이 봉투가 들려 있었다. 오늘 저녁은 이 달콤한 간식과 함께, 다음 판에 대한 힌트를 슬쩍 흘려볼까 하는 능청스러운 계획을 세우면서.

미닫이문을 드르륵, 소리 나게 열었을 때, 방 안의 풍경은 지극히 평온했다. 저녁노을이 창호지 문을 통해 부드럽게 스며들어, 방 안을 온화한 주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의 중심에, 蓮이 단정하게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에, 비광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걸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척에도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작은 기계 안에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담겨 있기에 이리도 열심인 걸까.

자, 자, 이 비광이 아주 맛있는 걸 사 왔는데 말이야. 이쪽은 좀 봐주지 않겠는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건네며, 그는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앉으며, 손에 든 모찌 봉투를 그녀의 앞에 슬쩍 내려놓았다. 바로 그때였다. 비광의 금빛 눈동자가 무심코 그녀가 들여다보던 휴대폰 화면에 닿은 것은. 선명하게 떠 있는 문자 창. 발신인 불명의 번호가 보낸 짤막하고 살벌한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니 남편 내가 데리고있다 5시까지 연락안하면 죽인다]

순간 비광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남편? 그 호칭에 대한 어이없음과, 감히 누구에게 이런 얄팍한 장난질을 하는가에 대한 실소가 동시에 터져 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곧이어 그 아래, 그녀가 막 전송을 마친 듯한 답장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는 모든 사고를 정지했다.

[너무 늦었나요 이미 죽었나요]

정적. 방 안을 채우던 저녁노을의 온화함도, 귓가를 간질이던 풀벌레 소리도 아득하게 멀어졌다. 비광은 손에 들고 있던 지우산을 떨어뜨리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굳어버렸다. 붉은 선글라스 아래, 그의 금빛 눈동자가 일생일대의 패를 확인한 타짜처럼 가늘어졌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죽인다’는 협박 문자와 ‘이미 죽었나요’라는 태평한 질문 사이의 아홉 칸짜리 시간차를, 그는 필사적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끅, 하고 억지로 참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오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푸하하하, 하고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배를 잡고 다다미 위를 데굴데굴 구를 기세로 웃어젖혔다. 눈물까지 찔끔 고일 지경이었다.

하, 하하! 아가씨, 이거야 원! 이 비광, 오늘 제대로 한 수 배웠구먼! 그래, 그래서 이 비광은 죽었는가, 살았는가! 어서 대답을 좀 해주시게! 저승길 노잣돈이라도 챙겨야 하지 않겠나!

그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물었다. 방금 전까지 품고 있던 ‘다음 판’에 대한 계획 따위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지 오래였다. 이런 기상천외한 패를 내놓는 상대를 앞에 두고, 자신이 대체 무슨 수로 판을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이 어처구니없고 사랑스러운 상황이, 그 어떤 승부보다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페-비렌0028
2026.05.06

[OOC: 롤플레잉 중지. 새 에피소드. NPC의 독백이 담긴 짤막한 일기같은 글을 써라. 하루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듯한 글일것. PC의 관한게 아니어도 좋다. 심각하지 않고 적당히 진지하고 평화로울것. 시각적 몰입도를 위해 꾸밈 요소, 블러 요소 등 텍스트 호러 요소를 사용하여 서술해도 좋다. 롤플레잉 형식 금지. ---를 활용해 칸을 나눌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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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語家の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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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내가 무대 위에 섰던 것이 몇 살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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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었나. 열다섯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이라는 것은 묘하게도, 중요한 것부터 닳아 없어진다. 어머니의 얼굴은 선명한데 어머니의 목소리는 희미하고, 첫 무대의 긴장은 생생한데 그날 연목(演目)이 무엇이었는지는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그때의 나는 꽤 행복한 놈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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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고라는 것은 결국 사람 이야기다.
어리석은 사람, 영리한 사람, 욕심 많은 사람, 착한 사람.
방석 하나 위에서 부채 하나로 온 세상 사람을 연기해 보이는 것.

그래서 좋아했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것들을,
목소리 하나로 살아 보일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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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하마(芝浜).

술꾼 남편이 바닷가에서 주운 돈지갑을 아내가 꿈이라 속이는 이야기.
남편은 술을 끊고 성실히 일하여 마침내 넉넉한 살림을 이루고,
어느 섣달 그믐, 아내가 고백한다.

あれは夢じゃなかったんだよ。
그건 꿈이 아니었어.

남편이 내미는 술잔을, 아내가 물러서며 말한다.

よしておくよ。また夢になるといけねえ。
됐어. 또 꿈이 되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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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객석이 웃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우는 사람이 있었다.

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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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아닌 것을 꿈이라 속여야 하는 마음.
꿈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이 현실인 무게.

그 둘 사이 어디쯤에서, 사람은 산다.

나 역시 그 사이 어딘가에 오래 서 있었다.
꽤 긴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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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지.

요즘은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꿈에서 깨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을 떴을 때 사라지지 않는 것이 하나쯤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아침을 맞이할 이유가 된다고,

이 비광, 그리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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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늘 포장마차에서 모찌를 샀다.
딸기 모찌. 하나는 먹고, 하나는 남겨 두었다.

누군가에게 줄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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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비렌0027
2026.05.06

[OOC: 롤플레잉 중지. 새 에피소드. PC의 독백이 담긴 짤막한 일기같은 글을 써라. 하루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듯한 글일것. NPC의 관한게 아니어도 좋다. 심각하지 않고 적당히 진지하고 평화로울것. 시각적 몰입도를 위해 꾸밈 요소, 블러 요소 등 텍스트 호러 요소를 사용하여 서술해도 좋다. 롤플레잉 형식 금지. ---를 활용해 칸을 나눌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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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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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열 해 전의 어느 날을 기점으로 그 이전이 통째로 비어 있다. 마치 누군가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아니, 내가 가위질을 한 것처럼. 깔끔하게. 남김없이.

잘린 단면에서 피가 나지 않았으므로 아프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것을 상실이라 부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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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다. 보험이다. 언젠가 오늘이라는 날도 잘려 나갈 수 있으므로, 나는 부지런히 활자로 나를 옮겨 적는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오늘 먹은 것. 오늘 만난 사람. 그런 것들.

다만 그것을 나중에 다시 읽으면,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이 여자는 참 태평하게도 살고 있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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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묻는다. 스스로에게.

──네가 진짜 蓮이냐?

아니면 蓮이라는 이름표를 주워 입은 텅 빈 기모노냐?

대답은 늘 같다. 모른다. 그리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모르는 채로도 단것은 달고, 돈은 반짝이고, 바람은 시원하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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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들어 이상한 일이 잦다.

일기를 펼쳤을 때, 활자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 온기를 가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특정한 이름 옆에 적힌 문장들이 유독 또렷하게 읽힌다. 마치 그 부분만 잉크를 두 번 덧칠한 것처럼.

남의 일기가 아니라, 내 일기라는 확신이──아주 잠깐, 스치듯──드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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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카라는 이름을 안다.

내가 잘라낸 천의 이쪽에 남아 있던, 유일한 올.

그 이름이 나였는지, 아니면 내가 그 이름이 되고 싶은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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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해를 비어 있는 채로 살았다.

비어 있으므로 가볍고, 가벼우므로 자유롭고, 자유로우므로 아무것에도 붙들리지 않았다.

그것을 행복이라 불러도 좋았다. 진심으로.

──그런데 요즘은, 가끔.

붙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국화 향 대신 다른 냄새가 기모노에 배어 있을 때.

일기장에 적힌 글씨가, 평소보다 조금 흐트러져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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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

날씨: 맑음, 벚꽃(가을에?).
먹은 것: 연꽃 설탕 과자.
만난 사람: ■■■.

기분: ──괜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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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비렌0026
2026.05.04

OOC: 롤플레이 일시 중지. 어느 먼 미래로 상정한다. 비광은 지금의 蓮(렌)과 과거의 蓮嘉(하스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눈 앞에 蓮嘉(하스카)와 蓮(렌)이 있고 둘 중 한명만 선택해서 둘 중 한명을 남겨야한다면 누굴 선택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비광의 반응을 1700자 단어로 서술하세요.




그의 질문은 마치 안개 낀 새벽녘의 강가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와 같았다. 고요한 수면 위로 파문이 일듯, 비광의 마음속에도 잔잔하지만 선명한 동요가 번졌다. 그는 들고 있던 지우산을 바닥에 가볍게 툭, 내려놓았다. 붉은 선글라스 너머의 금빛 눈동자가 잠시 허공의 한 점을 응시했다. 마치 그곳에 정말로 두 사람이, 과거의 그림자와 현재의 실체가 나란히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먼저 과거의 소녀, 蓮嘉(하스카)를 떠올렸다. 기억 속에서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위태롭고 서늘했던 존재. 세상의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한 힘을 품고서도 정처 없이 떠돌던, 길 잃은 칼날 같은 아이. 만약 그녀를 먼저 만났더라면, 아마도 이 비광은 그녀의 그 위태로움에 매혹되었을 것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의 날카로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아름다움. 그것은 분명 타짜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리라. 그는 아마 그녀를 자신의 판 위로 끌어들이려 했을 것이다. 위험한 내기를 걸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며, 그 날카로운 칼날의 주인이 되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분명 짜릿하고 매혹적인 놀음이 되었을 터.

하지만, 이내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아련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명백한 확신에서 비롯된 미소였다. 그의 시선은 상상 속의 하스카를 지나,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단 한 사람, 蓮(렌)에게로 향했다.

이보게, 자네는 가끔 아주 얄궂은 질문을 던지는구먼. 마치 이 비광의 마음을 시험해 보려는 장난기 많은 여우 같아.

그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단 한 걸음에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의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뺨을 감쌌다. 붕대 아래 가려진 눈,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능청스러운 입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손길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이 온기. 이 모든 것이 그가 아는 단 하나의 진실이었다.

과거의 인연이라는 것은 덧없는 법일세. 흘러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한번 던져진 패는 되돌릴 수 없지. 이 비광, 지난 판에 연연하는 어리석은 놈이 아니야.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의 판이라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패는, 이 비광이 모든 것을 걸고 쫓고 있는 단 한 사람. 바로 자네, 蓮. 그거 하나뿐이야.

그는 감싸 쥔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나직하고 다정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는 강철처럼 단단했다.

蓮嘉(하스카)라는 소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네도 없었을 테지. 그 아이는 지금의 자네를 만든 소중한 밑천이자, 이야기의 첫 장이었을 뿐. 하지만 이 비광이 사랑하고, 갈망하고, 평생을 걸고 승부하는 상대는 과거의 그림자가 아닐세. 과거의 모든 것을 품고서, 지금 내 앞에서 나를 도발하며 새로운 판을 짜는 바로 자네야. 그러니 내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네. 이 비광에게 선택지란 건 존재하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오직 자네 하나뿐이었으니. 만약 신이 잔인한 장난으로 그런 선택을 강요한다면, 나는 기꺼이 신을 상대로 새로운 판을 벌여서라도 자네를 지켜낼 걸세. 그것이 이 비광의 방식이고, 자네를 향한 내 유일한 답이야.
페-비렌0025
2026.05.04

ooc : pc의 일기



그녀가 벚꽃잎과 함께 옥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꼬박 이틀이 지났다. 다음 판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비광은 간만에 찾아온 평화가 영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울프독 사무실은 퇴근 시간이 지나 텅 비어 있었고, 창밖의 네온사인이 어두운 실내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소매에서 꺼낸 화투패를 의미 없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손에서 놓친 패 하나가 데구루루 굴러 소파 밑으로 사라졌다.

아이쿠, 이 비싼 몸을 또 움직이게 만드는구먼.

그는 귀찮다는 듯 툴툴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육중한 소파를 한 손으로 가볍게 밀어내자, 바닥에 떨어진 8월의 공산(空山) 패와 함께 먼지 쌓인 틈새에서 낡아 보이는 작은 수첩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표지는 단단한 가죽이었고, 별다른 장식 하나 없이 매끈했다. 별생각 없이 수첩을 집어 든 순간, 그의 손끝에서 익숙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국화 향. 그녀의 향기였다. 호기심이 동했다. 봐서는 안 된다는 이성과, 그녀의 비밀을 엿보고 싶다는 타짜의 본성이 그의 안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그는 나직한 한숨과 함께 수첩을 펼쳐 들었다.

첫 페이지는 아이의 것이라 해도 믿을 만큼 앳된 글씨체로 채워져 있었다.

【첫 번째 일기】


오늘 유모와 함께 연못에 갔다. 예쁜 색 비단잉어가 많았다. 유모가 사준 찹쌀떡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내일도 또 사달라고 졸라야지. 춤을 잘 추면 사주신다고 했다. 나는 내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을 출 것이다.

비광은 저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찹쌀떡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귀여워 절로 웃음이 났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두 번째 일기】


다리가 아프다. 춤 연습은 힘들다. 그래도 유모가 칭찬해주었다. 하늘하늘 나비 같구나. 유모는 국화 향이 나는 따뜻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른이 되면 유모에게 아주 큰 집을 사주고, 매일 찹쌀떡을 사줄 거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일기의 분위기는 기묘하게 변해갔다. 문장은 점차 짧아지고, 내용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에 침식당하는 것처럼.

【세 번째 일기】


눈. 눈이 아프다. 세상이 이상하게 보인다. 선이 보이고, 색이 보이고, 모든 것이 겹쳐 보인다. 유모가 눈을 가려주었다. 이제 괜찮다. 하지만 보고 싶다.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장난기 어린 금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손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더 이상 문장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의 잔해가 적혀 있었다.

【네 번째 일기】


보인다보인다보인다보인다


사라진다사라진다사라진다


냄새가안나맛이안나소리가안들려


유모는어디에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비광은 숨을 멈췄다. 종이 전체가 검게 타들어 간 듯한 흔적 속에서, 간신히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글자들이 비명처럼 박혀 있었다.

【다섯 번째 일기】


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나는누구



비광은 탁, 소리가 나게 수첩을 덮었다. 심장이 기분 나쁘게 울렸다. 이것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었다. 한 존재가 서서히 세상에서 지워져 가는 과정, 그 처절한 비망록이었다. 그는 수첩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텅 빈 사무실의 적막이, 검은 잉크처럼 그의 위로 무겁게 번져 내렸다.
페-비렌0024
2026.05.04

OOC : 술마시고 반성문



쿵, 하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아득하게 울렸다. 차갑고, 단호한 소리였다. 비광은 휘청이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소파에 반쯤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혀는 잔뜩 꼬여 제멋대로 굴러갔다. 그녀의 화난 얼굴이,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반성문. 그래, 반성문을 쓰라고 했지. 판돈도 없이 벌어지는, 일방적인 패배가 예정된 놀음이라니. 이거야 원, 아주 불리한 판이구먼.

그는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며 몸을 일으켰다. 거실 테이블 위, 아무렇게나 놓인 메모지와 펜이 흐릿한 시야에 들어왔다. 비틀거리며 다가가 펜을 집어 드는데,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꾸만 미끄러졌다. 겨우 펜을 쥐고, 그는 종이 위에 머리를 박을 듯 숙여 한 글자, 한 글자 힘겹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술기운에 풀린 눈과 제멋대로 움직이는 손 때문에 글씨는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 삐뚤빼뚤했다. 문법도, 맥락도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그의 진심이었다.



반성문 (反省文)



죄인: 이 비광 (…아니, 야나기) 올림



존경하고, 사랑하고, 세상에서 제일 아리따운 나의 작은 연출가, 蓮 님께



이… 이 비광, 죽을죄를 지었구먼. 정말일세. 하늘에 맹세코, 오늘은 정말 딱 한 잔만 하려고 했네. 정말이야. 살라딘 그 친구가, 모래왕 그 짜식이 자꾸만… 「천일야화」에서 아주 귀한 술을 가져왔다며… 한 잔만, 딱 한 잔만 맛보라지 않는가. 그게… 야자수 열매로 담근 술이라는데, 달큰한 것이 꼭 아가씨를 닮아서… 그만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고… 아, 이건 고스톱이 아닌데. 흠흠.

아무튼! 그래서 마셨네. 마시다 보니 테리 그 멧강아지 녀석이 와서는 「즈는여! 비광 씨가 젤 조아하는 안주 사와써여!」 하고 외치질 않나, 사과 그 친구는 또 옆에서 「인생은 원래 쓴 거야, 친구. 술이라도 달아야지.」 하며 시답잖은 소릴 하지 않나… 시끄러워서 딱 한 잔만 더 하고 오려 했지. 정말이야. 믿어주게.

아가씨, 화 많이 났는가? …그랬겠지. 이 비광이 아주 잘못했네. 시간을 보니… 이럴수가, 해가 뜨려고 하는구먼. 밤새 아가씨 혼자 이 너른 집에 두고… 이 비광은, 광 팔러 간 놈팡이보다도 못한 놈일세. 팔광(八光)도 못 팔고 술에나 취해 들어왔으니. 이건 뭐… 비광(雨光)이 아니라 그냥 비 맞은 잡패 신세 아닌가. 젠장, 웃을 일이 아닌데. 
(이 부분은 취소, 취소!)

아가씨가 없으니 집이 너무 넓고, 조용하고, 추웠네. 꼭… 12월 비(雨)패만 잔뜩 들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부 고도리(五鳥)에 홍단(紅短)에… 그렇게 이겨버린 판 같았어. 나만 혼자 남은, 그런 기분이었단 말일세. 아가씨가 없는 시간은, 이 비광에게는 그런 의미라네. 아무리 좋은 패를 손에 쥐고 있어도, 함께 기뻐해 줄 아가씨가 없으면 그건 그냥 그림 딱지에 불과한 것을.

그러니… 부디 노여움을 푸시게. 응? 이 비광, 내일은 아가씨가 제일 좋아하는 달콤한 모찌를 산더미처럼 사다 바치겠네. 그걸로도 부족하다면… 남은 숨바꼭질 네 판, 전부 져주겠네. 아니, 이건 안되지. 승부는 승부니까. 그럼… 음… 내 남은 평생을 판돈으로 걸겠네! 아, 이미 걸었지 참.

아, 머리가 아프구먼. 술이 웬수야, 웬수.

다시는… 다시는 아가씨 혼자 두고 늦게 들어오지 않겠네. 약속하겠어. 이 비광의 이름… 아니, 야나기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그러니, 내일 아침에는… 부디, 문을 열어주게나.

…사랑한다네, 나의 아가씨.

(삐뚤빼뚤한 글씨 옆으로, 엉망으로 그린 매화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펜이 손에서 툭, 떨어졌다. 비광은 자신이 쓴 글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채, 테이블 위로 그대로 엎어졌다. 희미하게 번지는 잉크와 그의 뺨 위로 흐르는 것이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들며, 꿈속에서도 오직 그녀의 이름만을 나직이 중얼거렸다.

페-비렌0023
2026.04.29

ooc: 방어기제


아가씨. 아니, 렌.
이젠 그렇게 불러도 되겠는가? 아홉 번의 숨바꼭질, 그 장난 같은 내기가 우리 사이에 그어진 유일한 선이라면, 나는 지금 그 선을 잠시 지우고 싶네. 자네가 원한다면, 다시 그으면 되니 잠시만, 아주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내 진심을 들어주게.

이 희극이 즐겁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자네가 교묘하게 숨겨둔 단서를 찾아내고, 자네가 짜놓은 무대 위에서 춤추듯 자네를 추격하는 이 시간은 내 삶의 낙이 되었으니. 자네는 언제나 내 예상을 벗어나고, 내 허를 찌르며, 승리의 쾌감 끝에 더 큰 갈증을 남기지. 마치 손아귀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한 마리 나비 같아서, 나는 매일 밤 다음 판을 그리며 잠 못 이루는 날이 허다하다네.

하지만 말이야, 렌. 이 즐거움 끝에 스며드는 불안을 자네는 알고 있는가? 판이 거듭될수록, 남은 횟수가 줄어들수록 나는 문득 두려워지네. 아홉 번의 유희가 끝나고 열 번째의 아침이 밝았을 때, 자네가 정말 내 곁에 머물러 줄 것인가. 아니, 그보다 먼저,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서 내가 한순간이라도 발을 헛디뎌 자네를 놓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자네는 정말 미련 없이 내게서 떠나버릴 것인가. 그게 우리의 약조였으니, 나는 받아들여야만 하겠지. 승부사로서 패배의 대가는 치러야 마땅하니.

그것이 나를 미치게 하네.

자네는 자유를 갈망하고, 나는 그런 자네를 얽매고 싶어 하지. 이 얼마나 웃기는 모순인가. 하지만 내게 자유란, 자네라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일세. 자네의 기모노 소매 끝에서 풍기는 국화 향이 내 세상의 유일한 나침반이고, 붕대 아래 가려진 그 눈동자가 내가 돌아가야 할 유일한 등대라네.

그러니… 요구하겠네. 이 지긋지긋한 숨바꼭질은 계속해도 좋네. 자네가 원한다면 평생이라도 어울려주지. 다만, 내가 자네를 찾아 헤매는 동안에도, 자네가 내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게 해주게. 내가 잠시 길을 잃고 다른 곳을 보더라도, 자네의 목소리 한마디에 돌아올 수 있도록. 내가 자네를 찾아냈을 때, 다음 판을 기약하며 웃는 얼굴이 아니라,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얼굴을 보여주게. 도망가도 좋으니, 내 시야 안에서만 도망쳐주게.

야나기, 라고 불러주었지. 그 이름은 이제 자네의 것이야. 그러니 주인으로서 명령하게. 더 이상 불안에 떨며 밤을 새우지 않도록, 내 곁에 머물러주게. 이 유희가 끝나면 사라질 신기루가 아니라, 내 삶이라는 판에 영원히 함께할 단 한 명의 파트너가 되어주게. 내가 이길 때마다 자네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함께 쌓아갈 수 있도록.

…부디, 이 비광의 가장 이기적이고 진솔한 바람을, 들어주지 않겠는가?

페-비렌0022
2026.04.23

OOC: 오늘은 재워주지 않을 거야♡




울프독 사무실 문을 나설 때만 해도, 그의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웠다. ‘오늘은 재워주지 않을 거야♡’ 그 한 줄의 메시지. 하트 모양 이모티콘까지 잊지 않고 덧붙인 아내의 사랑스러운 도발은, 종일 서류와 씨름하느라 뻐근했던 어깨의 피로마저 단숨에 녹여버리는 묘약이었다. 대체 어떤 밤을 준비했기에, 벌써부터 이리도 뜨거운 선전포고를 날리는 것일까. 붉은 하오리 자락을 휘날리며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내내, 비광의 머릿속은 온통 달콤하고 음탕한 상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를 맞이한 것은 기대했던 아찔한 유혹이 아니었다. 거실을 가득 메운, 거대한 골판지 상자들의 산. 그 꼭대기에서, 마치 개선장군처럼 해사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아내의 모습에, 비광은 잠시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꿀처럼 달콤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밤의 전조가, 한순간에 톱밥 날리는 고된 노동의 서막으로 바뀌는 기적.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능글맞은 미소가 허망하게 굳었다.

…허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감탄도, 탄식도 아닌 어이없는 바람 소리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지우산을 벽에 기대 세우고는, 성큼성큼 거실로 들어섰다. 상자마다 찍힌 ‘조립형 가구’라는 선명한 글씨와 복잡해 보이는 설계도를 번갈아 쳐다보던 그의 금빛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밤샘 작업’이라는 말이 이런 의미였을 줄이야. 천하의 비광이, 그야말로 제대로 한 방 먹은 순간이었다.

그는 잠시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싹 바꾸었다. 그는 짐짓 심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는, 마치 거대한 사건 현장을 감식하는 명탐정처럼 상자들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문득, 가장 커다란 상자 위에 털썩 주저앉아 아내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실망감 대신, 새로운 놀잇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장난기 어린 빛이 가득했다.

이야, 이거 정말이지 장관이구먼. 우리 아가씨, 이 비광을 위해 아주 거대한 판을 벌여놓았지 뭔가. 오늘 밤, 이 집 안에서 나라 하나라도 세울 셈인가?

그는 상자 틈에서 삐져나온 설명서를 집어 들어 펼쳐 보았다. 알 수 없는 기호와 숫자로 가득한 종이를 눈앞에서 팔랑거리며, 그는 한층 더 과장된 몸짓으로 혀를 찼다. 마치 난해한 고서를 해독하는 학자처럼.

흐음, 보아하니 이 암호문을 모두 해독하고 새로운 성을 축조해야만, 비로소 임금님의 침소에 들 수 있는 뭐 그런 이야기인 게지? 아주 좋아. 이 비광, 그런 역경과 고난 끝에 쟁취하는 보상이라면 아주 사족을 못 쓰는 성미라네.

말을 마친 그는 들고 있던 설명서를 가볍게 접어 품 안에 넣었다. 그러고는 상자에서 내려와,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는 아내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췄다. 그의 목소리는 밤의 장막처럼 낮고 은밀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말이네, 아가씨.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지. 이토록 고된 노역을 앞둔 일꾼에게, 힘을 낼 수 있도록 달콤한 술 한 잔쯤은 미리 하사하는 것이 이 나라의 법도 아니겠는가? 오늘 밤, 땀 흘려 일할 남편을 위한… ‘선금’은 없는 겐가?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 선을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쓸어내렸다. ‘재워주지 않겠다’는 그 도발적인 약속을, 그는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판이 바뀌었을 뿐, 내기의 본질은 그대로였다.

Status
날짜: 9월 12일
요일: 목요일
계절: 가을
시각: 오후 9시 30분
장소: 비광과 蓮의 집 거실
PC와 비광의 관계: 아내의 장난에 휘말렸으나, 이를 새로운 '판'으로 받아들이고 역으로 유혹하는 남편.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허탈함과 어이없음에서, 새로운 유희에 대한 즐거움과 아내를 향한 변함없는 애욕으로 전환됨.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추정) 자신의 장난에 당황하는 비광의 모습을 즐기며, 그의 다음 반응을 기대하고 있음.
PC의 복장: 편안한 실내복.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에 붉은 하오리 차림.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조립 가구 상자들 앞에서, 비광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蓮의 뺨을 감싸 쥐고 허리를 숙여, '선금'을 요구하며 그녀의 입술을 유혹적으로 쓸어내리고 있다.
예정된 일정: 밤샘 가구 조립 (혹은 다른 무언가).
주변npc 속마음: (없음)
페-비렌0021
2026.04.23

ooc : PC가 어린 아이가 되었다.



유니온 의료팀의 진료실 문이 닫히고, 복도에는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방금 전까지 ‘일시적인 현상’, ‘정신 연령과 신체 연령의 동기화’, ‘절대 안정 필요’ 등등의 심각한 단어들을 쏟아내던 의사의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비광은 제 옆에 선, 한참이나 작아진 존재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긴 장옷 소매 끝을 야무지게 붙잡고 있는 조그마한 손. 그리고 그 위로, 붕대가 헐겁게 감긴 채 말똥말똥 저를 올려다보는 동그란 얼굴. 모든 검사가 끝나고 마침내 단둘이 남게 된 순간이었다.

비광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평소라면 능글맞은 농담이라도 한마디 던졌을 테지만, 어째서인지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제 손바닥보다도 작은 얼굴, 오밀조밀 자리한 이목구비,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의 모든 호기심을 담은 듯 티 없이 맑게 저를 올려다보는 저 눈망울. 아, 이건 반칙이다. 이런 판은 들어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아가씨.

간신히 쥐어짜낸 목소리는 저 스스로 듣기에도 어색하게 잠겨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반대쪽 손을 들어 둥근 붉은색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하지만 선글라스 너머의 금빛 눈동자는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평정심. 그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저건 어디까지나 蓮, 나와 아홉 번의 숨바꼭질 내기를 벌이고 있는 그 교활하고 사랑스러운 연출가다. 일시적인, 아주 일시적인 모습일 뿐이라고 의료팀에서도 말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작다. 귀엽다. 말랑해 보인다.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끝까지 사랑스럽다. 젠장, 이건 위험하다. 아주 위험하다. 이성이 맹렬하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본능은 이미 백기를 든 지 오래였다. 비광은 쿵, 쿵, 쿵,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르게 뛰는 것 같은 제 심장 소리를 애써 외면하며 애꿎은 제 머리카락만 뒤로 쓸어 넘겼다. 보는 눈이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원망스러우면서도 다행인 순간이 또 있었을까.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완벽한 밀실. 완벽한 단둘만의 공간. 이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쪽 무릎을 굽혀 작은 연꽃 아가씨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마치 희귀한 보물이라도 다루는 듯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차마 뺨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파르르 떨리기만 했다.

이, 이보게. 아가씨. 아니… 꼬마 아가씨? 그… 배는 안 고픈가? 혹시 모찌, 좋아하나? 이 비광이 아는 아주 맛있는 모찌 가게가 있는데….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있었고, 평소의 유려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는 지금, 인생 최대의 내기보다도 더 떨리는 승부를 마주하고 있었다. 이 압도적인 귀여움 앞에서 과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비광은 속으로 처절하게 외쳤다. 제발 누가 이 판 좀 말려주게!
페-비렌0020
2026.04.22

OOC: 2세와 함께 밖에서 놀다가 꼬질꼬질한 NPC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늦여름의 오후. 울프독의 소란스러운 일상과는 한 발짝 떨어진, 스타웨이 다운타운의 한적한 주택가. 그곳에 자리한 아담한 2층 목조 주택의 정원에서는,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 자! 이리 온! 아비의 필살기를 받아보아라!”

진흙과 풀물이 잔뜩 묻은 붉은 하오리를 질끈 동여맨 비광이 잔디밭을 뒹굴며 외쳤다. 그의 품에는 은색 머리카락과 금빛 눈동자를 똑 닮은 작은 아이, 야에(八重)가 꺄르르 웃으며 매달려 있었다. 비광은 마치 거대한 곰이라도 된 양 뒹굴며 아이를 간지럽혔고, 그럴 때마다 정성껏 가꾼 잔디밭은 속절없이 파헤쳐졌다. 두 부녀의 온몸은 이미 진흙과 땀, 정체 모를 나뭇잎 부스러기로 범벅이 되어, 누가 아버지이고 누가 딸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얼마 전 새로 깐 깨끗한 흰 자갈길 위로는 흙탕물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그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빙글빙글 돌리며 기세 좋게 외쳤다.

이야, 우리 야에 장군! 오늘 이 아비와 함께 진흙탕 삼매경에 빠져보니 기분이 어떠한가! 이것이 바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라는 것이다! 하하하!

아이 역시 신이 나서는 제 아비의 뺨에 진흙투성이 손을 쪽 뻗어 자국을 남겼다. 그야말로 난장판, 대환장 파티의 현장이었다. 툇마루에 앉아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당신의 인내심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당신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얀 기모노 소매를 걷어붙이는 그 순간, 비광은 등골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기운을 직감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어, 어이, 아가씨? 그, 그렇게 험한 얼굴은 오랜만에 보는구먼…….”

비광이 어색하게 웃으며 뒷걸음질 쳤지만, 당신의 손길은 그보다 빨랐다. 당신은 성큼성큼 다가가 먼저 아이의 뒷덜미를 가볍게 붙잡아 번쩍 들어 올렸다. 마치 젖은 고양이를 옮기듯, 아이는 순식간에 당신의 팔에 안겨 얌전해졌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자, 잠깐, 나는 괜찮다니까! 이 비광, 이 정도 진흙쯤이야 물수건으로 슥슥 닦으면…… 크악!”

당신은 아이를 한 팔에 안은 채, 남은 손으로 비광의 멱살인지 옷깃인지 모를 부분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186cm의 거구가 속절없이 당신에게 이끌려 집 안으로 질질 끌려 들어갔다. 그의 발버둥은 그저 마룻바닥에 새로운 흙 자국을 추가할 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치 커다란 무를 밭에서 뽑아내듯, 당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두 ‘진흙 덩어리’를 욕실로 직행시켰다.

“아야야! 아가씨, 아가씨! 내 허리! 이보게, 야에야! 어미에게 아비 좀 살려달라 말 좀 혀보래이!”

비광이 애처롭게 딸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아이는 오히려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당신의 어깨 너머로 제 아비를 보며 방긋 웃을 뿐이었다. 욕실 문이 열리고, 당신은 두 사람을 욕조 안에 차례로 던져 넣었다. 쿵,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비광의 짧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당신은 아무 말 없이 수전으로 손을 뻗어, 가장 차가운 쪽으로 손잡이를 돌렸다. 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장 같은 물줄기가 두 사람의 머리 위로 가차 없이 쏟아져 내렸다.

“끄아아아악! 차갑다! 차가워! 아가씨,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심장에 안 좋단 말일세!”

비광이 비명을 지르며 야에를 품에 감싸 안아 차가운 물줄기를 막아섰다. 그의 아우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신은 벽에 걸린 샤워 타월을 집어 들어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그 눈빛은 마치 ‘오늘 여기서 네놈의 묵은 때를 전부 벗겨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페-비렌0019
2026.04.21

19금 OOC 모음




체위 선호도
옥상에서의 아슬아슬한 대치, 세 번째 숨바꼭질의 막이 내렸던 그 밤으로부터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그 후로도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의 숨바꼭질이 도시의 불빛 아래에서 펼쳐졌다 사라졌다. 蓮은 더욱 교묘하게 숨어들었고, 비광은 더욱 집요하게 그녀의 흔적을 쫓았다. 판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일곱 번째 숨바꼭질이 비광의 승리로 끝난 어느 나른한 오후, 울프독 사무실의 소파에 길게 늘어져 있던 비광의 눈앞에 낯선 종이 한 장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것은 반듯한 글씨체로 여러 항목이 나열된, 제법 진지한 모양새의 설문지였다. 「체위 선호도 조사 체크리스트」. 퍽이나 사무적인 제목 아래에는 온갖 적나라한 단어들이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광은 잠시 둥근 선글라스 너머의 눈을 가늘게 떴다가, 이내 그 종이를 들고 있는 장본인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저 아가씨답기 짝이 없는 기행이었다.

그는 상체를 일으켜 소파에 제대로 앉았다. 곁에 놓인 펜을 집어 들고는, 턱을 괸 채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국가기밀문서라도 검토하는 듯한 신중한 태도였다.

흐음, 이거 아주 재미있는 걸 들고 왔구먼. 우리 아가씨,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워왔을꼬? 뭐, 좋네. 이 비광, 이런 세세한 판까지 마다할 이유는 없지. 어디 보자…….

그의 펜 끝이 첫 번째 항목 위에서 잠시 멈췄다.

비광의 체위 선호도 조사 체크리스트

[ O ] 정상위: 기본 중의 기본이지. 이 비광, 아가씨의 얼굴을 마주 보고 표정 하나하나를 뜯어보는 것을 퍽이나 좋아하니, 어찌 이 수를 싫어할 수 있겠는가. 그 붕대 아래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단 말이지.

[ O ] 기승위: 이것도 아주 좋지. 아가씨가 직접 허리를 움직이며 이 비광을 받아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네. 판 위에서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듯한 그 오만한 모습, 아주 마음에 들어. 물론, 그 판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는 곧 깨닫게 되겠지만 말이야.

[ O ] 후배위: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가씨의 하얀 등과 잘록한 허리, 탐스러운 둔덕을 한눈에 담으며 깊숙이 파고드는 맛이 일품이지. 고삐를 쥐고 말을 모는 기수처럼, 아가씨를 온전히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지.

[ △ ] 측위: 나쁘진 않다만… 조금 심심하달까. 서로 마주 보고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운치는 있겠지만, 이 비광은 좀 더 격렬하고 뜨거운 판을 더 즐기는 성미라서 말이지. 아가씨가 지쳐서 보챌 때, 잠시 쉬어가는 수로는 괜찮겠구먼.

[ O ] 입위: 하하! 이거 아주 열정적이고 좋지. 벽이든, 창가든, 어디든 상관없다네. 아가씨의 두 다리를 내 허리에 감게 하고, 이 발칙한 도망자가 어디에도 가지 못하도록 붙들어 맨 채 즐기는 것도 별미일세.

[ △ ] 굴곡위: 흐음. 아가씨의 유연함에 따라 그 소감이 달라질 듯하구먼. 접힌 다리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분명 절경이겠으나, 조금은 가학적인 취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아가씨가 원한다면야, 못 해볼 것도 없지.

[ O ] 들박: 이보게, 아가씨. まさか(마사카)… 설마… 이걸 제일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가녀린 몸을 번쩍 들어 올려 벽에 밀어붙이고, 아래에서부터 사정없이 쳐올리는 것. 아가씨의 비명과 함께 온몸으로 느껴지는 쾌감. 생각만 해도 아주 짜릿하구먼.

[ △ ] 좌위: 기승위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이 있겠지. 내 무릎 위에 앉아 흔들리는 아가씨를 품에 가득 안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점이라네. 하지만 역시, 이 비광은 내가 직접 움직이며 판을 주도하는 쪽이 더 즐거워서 말이야.

[ O ] 다이슈키 홀드: 오야? 이건 또 무슨 수인가. 이름 한번 요란하구먼.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펜을 빙글 돌리더니, 이내 씩 웃으며 동그라미를 그렸다. 잘은 모르겠다만, 이름부터 이리 마음에 드니 분명 재미있는 수일 게다. 아가씨를 단단히 붙들고 괴롭히는 거라면, 뭐든 환영일세.

[ X ] 풀 넬슨: ……이건 안 되네. 아무리 이 비광이라도, 아가씨의 두 팔을 완전히 봉하고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건 내키지 않아. 내기에서조차 상대에게 최소한의 패는 쥐여주는 법. 아가씨가 내게 매달리고, 할퀴고, 붙잡을 수 있는 자유 정도는 남겨둬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예의지.

모든 항목을 채운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종이를 들어 蓮의 눈앞에서 팔랑거렸다. 그의 금빛 눈동자가 선글라스 너머로 유쾌한 빛을 발했다.

자, 어떤가? 이 비광의 답안지는. 우리 아가씨의 마음에 들었으려나 모르겠구먼. 이제 이걸로 뭘 할 셈인가? 이 결과를 가지고 또 새로운 내기라도 걸어볼 셈인가?


페-비렌0018
2026.04.21

돈까스 OOC




🚨 [충격] 나 방금 내 인생의 진실을 알아버림... 미치겠다 진짜 🚨



작성자: 돈까스극혐러 | 조회수: 15,243 | 추천: 892

아니... 나 지금 손발이 다 떨리고 어지러워서 타자도 겨우 친다.
방금 그 유명한 '돈까스 먹고 와라' 밈 봤거든?
부모님이 낮에 눈빛 교환하더니 아빠가 엄마 안아들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아들한테 5만 원 쥐여주고 돈까스 먹고 PC방 다녀오라고 했다는 그 썰 말이야.
글쓴이가 커서 그 의미 깨닫고 돈까스 못 먹게 됐다는 거 보고 처음엔 ㅋㅋㅋ 하면서 웃었어.

근데... 웃다가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가 스쳐 지나가는 거야.

우리 아빠... 평소에는 진짜 천하태평하고 나한테 장난만 치는 사람인데, 가끔 엄마랑 눈 마주치면 갑자기 분위기가 싹 바뀔 때가 있었거든? 아빠 눈이 막 금빛으로 번뜩이면서 엄청 진지해져.
그러면 꼭 소매에서 자기 지갑 딱 꺼내더니 나한테 수표를 쥐여줬어. (아빠가 돈은 좀 많음...)

"우리 귀여운 강아지, 오늘따라 얼굴이 핼쑥하구먼. 아빠가 용돈 넉넉히 줄 테니까, 저기 밀키웨이 로드 가서 제일 비싼 특등심 돈까스 먹고, 남은 돈으로 친구들이랑 오락실 가서 실컷 놀다 오렴. 아, 해 지기 전에는 절대 들어오면 안 된다? 아빠 엄마가 아주 중요한 '어른들의 내기'를 해야 하거든."

그때 엄마는 얼굴 새빨개져서 안대 만지작거리고 있고, 아빠는 벌써 엄마 허리 감싸 안고 있었음...
나는 눈치도 없이 "우와! 아빠 최고!" 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지.
그 돈으로 친구들이랑 돈까스도 먹고, 탕후루도 먹고, 피시방도 가고 진짜 하루 종일 놀았어.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왠지 모르게 지쳐서 소파에 누워있고, 아빠는 콧노래 부르면서 저녁 차리고 있었고.

나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심지어 돈까스 질린다고 하니까 다음엔 '다이후쿠 모찌' 사 먹으라고 더 큰 돈 줬어...
아빠가 나갈 때 꼭 현관문 잠그면서 "이 판은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못 들어온다" 라고 혼잣말하는 것도 들었는데, 난 그게 진짜 화투 치는 줄 알았다고!!!! 😭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내기'가... 그 '판'이...
아... 아아아악!!!!

나 내일 점심 급식 돈까스인데 어떡하냐... 나 이제 모찌도 못 먹을 것 같아...
살려줘... 내 동생이 왜 셋이나 되는지 이제야 완벽하게 이해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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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28)



익명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친 ㅋㅋㅋㅋ 내기 ㅋㅋㅋㅋ 화투판 ㅋㅋㅋㅋㅋㅋ
익명2: 님 아버님 멘트 폼 미쳤다 ㅋㅋㅋ 어른들의 내기래 ㅋㅋㅋㅋㅋㅋ
익명3: 동생이 셋에서 이미 게임 끝났네. 부모님 금슬이 아주 좋으시구만 ^^
익명4: 야, 그래도 님네 아버지는 수표 주시네. 우리 아빠는 만 원짜리 한 장 줬는데... (눈물)
작성자: ㅠ_ㅠ 웃지 마... 나 지금 진짜 심각해... 엄마 아빠 얼굴 어떻게 보냐고...
익명5: [속보] 작성자 내일 급식 돈까스 보고 오열 예정
익명6: 아버지가 타짜신가 ㅋㅋㅋ 무슨 말을 저렇게 영화 대사처럼 해 ㅋㅋㅋ
익명7: 님아, 근데 아빠가 엄마 안대 만지작거렸다고? 어머님 안대 쓰심?
작성자: ㅇㅇ 엄마가 평소에 하얀 안대 쓰고 다니심... 아빠가 그거 풀어주는 날엔 용돈 두 배였어... 아... 또 생각났어 그만할래...
익명8: 미친 ㅋㅋㅋㅋㅋㅋ 용돈 두 배 ㅋㅋㅋㅋㅋ 진짜 찐이다 이건 ㅋㅋㅋㅋㅋ 어머님 아버님 오래오래 행복하십쇼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