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쏘

동물화 버튼 쿡쿡

<span class="sv_member">품</span>
@ffumla77
2026-06-07 04:09



🦊 EPISODE ─ 작고 붉은 것의 언어



---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밀키웨이 로드 상공에 찰나의 균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을 때, 유니온은 위험도 D등급 미만의 잔존 게이트 여파로 분류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실제로 피해도 없었다. 다만, 오로라웨이의 고급 오피스텔 12층에서 하나의 예외가 발생했을 뿐.

오쏘가 퇴근 후 현관문을 열었을 때, 거실 한가운데 밀색 금모를 가진 여우 한 마리가 쿠션 위에 웅크려 있었다. 꼬리 끝이 선명하게 붉었고, 한쪽 귀 뒤에 작은 금속 피어싱이 몇 개 남아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올려다보는 순간, 오쏘는 단말기를 확인하고, 유니온에 연락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정확히 삼십 분을 소비했다. 결론은 단순했다. 일시적 변이. 사흘 내 복귀 예정. 특이사항 없음.

다음 날 오전, 오쏘는 퇴근길에 들른 펫샵 봉투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안에서 꺼낸 것은 네 개의 원형 녹음 버저였다. 하나는 빨간색, 하나는 파란색, 하나는 초록색, 하나는 노란색.

오쏘는 여우가 된 바냐 앞에 네 개의 버튼을 일렬로 놓고, 무릎을 꿇어 시선을 맞춘 뒤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눌러보라고. 여우의 붉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가, 이내 짓궂게 가늘어졌다.



🐾 바냐의 버튼 기록 🐾








── 오전 7시 02분. 세 번 연타. 꼬리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함께 울림.



싫어



싫어

바깥


── 오전 7시 05분. 사료를 본 직후. 앞발로 그릇을 밀어냄.



바깥
바깥
바‸깥↑


── 오전 7시 06분. 현관 앞에 앉아 문을 긁으며. 점점 세게.



놀아줘
 … 
놀아줘


── 오전 9시 41분. 오쏘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동안. 두 번째는 아주 작게.





놀아줘



놀아줘

놀아줘!!


── 오전 10시 13분. 보고서에 집중하는 오쏘의 무릎 위에 올라탄 채. 앞발로 버튼을 난타.



사랑해


── 오후 1시 22분. 오쏘가 젤리를 손바닥에 올려 내밀었을 때. 한 번. 정확히 한 번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