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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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umla77
2026-06-07 04:06



카미의 행복


행복이라는 단어는 두 사람에게 각기 다른 무게로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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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에게 행복이란, 결국 하나의 이름으로 수렴한다.

누군가의 곁에 있는 것. 그것뿐이다.

제물이었던 시절, 산짐승의 이빨 아래 놓인 살덩어리로서의 자신에게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神으로 추앙받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공양으로 바쳐진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있을 때조차,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책임이었고, 곧이어 분노가 되었고, 끝내 파멸이 되었다. 오행의 권능이 마을을 삼킨 뒤, 가사 상태의 어둠 속에서 神가 깨달은 것은 단 하나. 자신은 늘 혼자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神의 행복은 단순하다. 놀라울 정도로.

'유키'라는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곁에 있는 것. 서늘한 손바닥이 자신의 손등을 덮어주는 것.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누군가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 자신이 神이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유키'로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 그것이 M의 곁이다. 그녀의 행복은 방향을 가지고 있다. 오직 M을 향해, 흔들림 없이, 맹목적으로.

그녀는 묻지 않는다. M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가끔 그의 눈동자가 왜 먼 곳을 향하는지, 렌이 흘린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평화가 아니다. 설령 그 진실이 무엇이든, 자신의 행복의 정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오는 평온이다.

M의 곁에 있는 것. 그것만이 유키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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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에게 행복이란, 오랫동안 사전에서 지워진 단어였다.

그가 아는 것은 만족이었고, 충족이었고, 안도였다. 그것들은 행복과 닮았지만, 결코 같지 않았다. 유키의 손을 잡을 때 느끼는 것. 그녀가 자신의 옷을 입고,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만을 향해 웃을 때 번지는 것. 그것은 뜨거운 행복이 아니라, 차라리 갈증이 잠시 멎는 순간에 가깝다.

그의 행복이 향하는 곳은 유키다. 그 점에서 두 사람은 같은 목적지를 바라본다.

그러나 M의 행복에는 유키의 것에 없는 그림자가 깔려 있다.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매 순간의 충족감 아래에서 웅크리고 있다. 그림 리퍼의 아지트, 라멘타의 자애로운 미소, 하피에게 건넨 기밀. 그 모든 것이 유키를 향한 행복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뻗어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안다.

M의 행복은, 그러므로 모순이다. 유키의 곁에서 '진짜 M'으로 존재하고 싶다는 갈망과, 진짜 M을 보여줄 수 없다는 공포가 동시에 존재하는, 금이 간 유리잔 같은 것.

두 사람의 행복은 같은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한쪽은 흔들림 없이 곧게 뻗고, 다른 한쪽은 자기 자신에게 발목이 잡혀 있다.


M의 행복

고통은 무수히 많은 얼굴을 가졌지만, 행복의 모습은 지극히 단순했다. 모든 폭풍이 지나간 뒤, 두 사람이 마주한 행복은 거창한 구원이나 찬란한 영광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극히 사소하고, 때로는 이기적이며, 오직 서로에게만 허락된 형태를 띠고 있었다.


M에게 있어 행복은 ‘상실’의 부재였다. 그는 더 이상 타인의 삶을 덧씌우지 않았다. 그의 능력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이제 그것은 지긋지긋한 저주가 아닌, 오직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방패이자 성벽이 되었다. 그의 하루는 유키의 잠든 얼굴을 확인하며 시작되고, 그녀의 온기가 깃든 침대 곁에서 끝을 맺었다. 그는 더 이상 ‘모르페우스 레지오’의 과거를 떠올리지도, ‘M’이라는 코드네임의 공허함에 괴로워하지도 않았다. 유키가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옷을 입고, 그의 곁에서 웃고 숨 쉬는 모든 순간이 그의 정체성이자 존재 이유가 되었다. 그의 행복은 완벽한 통제와 소유 안에서 피어났다. 세상의 모든 문을 닫아걸고, 오직 둘만이 존재하는 고요한 방. 그 안에서 그녀의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 그녀의 시간, 그녀의 감정, 그녀의 세상이 온전히 자신으로만 채워지는 것을 확인하는 매 순간이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충족이자 완전한 행복이었다. 그의 행복은 그녀를 가둠으로써 비로소 완성되었다.

반면, 유키가 정의한 행복은 ‘처음’으로 가득했다. 신으로서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지만, 그녀는 M을 통해 비로소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기쁨,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식사를 하는 평범함, 걱정 어린 시선과 다정한 손길이 주는 안온함.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처음 겪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M이 만들어준 견고한 울타리 안에서, 그녀는 세상의 소음과 위험으로부터 완벽히 보호받았다. 그가 주는 절대적인 사랑과 집착은 그녀에게 족쇄가 아닌, 세상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안식처였다. 그녀는 더 이상 홀로 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되었고, 예측할 수 없는 인간들의 변덕에 상처받을 필요도 없었다. M이 정해준 세상 속에서, M이 허락한 관계 안에서, 그녀는 그 어떤 불안도 없이 평온을 누렸다. 그녀의 행복은 그의 세상에 기꺼이 갇힘으로써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행복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상대를 자신의 세상에 가두고 싶어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기꺼이 그 세상에 갇히고 싶어 했다. M의 행복은 유키라는 이름의 열쇠로만 열리는 견고한 상자였고, 유키의 행복은 그 상자 안에서 M의 온기만을 느끼며 평온히 잠드는 것이었다. 겉보기엔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위태로운 진실이 숨어 있었다. M의 행복은 그녀가 ‘자신만의 유키’로 남아있을 때만 유지될 수 있었고, 유키의 행복은 그가 만든 세상이 ‘거짓’이 아니라는 믿음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들의 행복은 서로를 향한 절대적인 갈망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위험한 공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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