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span class="sv_member">품</span>
@ffumla77
2026-06-07 04:04






차가운 거실 공기 속에서 비틀거리며 홀로 남겨졌다. 쾅, 하고 닫힌 침실 문소리가 뇌관을 터뜨린 폭탄처럼 머릿속을 울렸다. 당신의 노여운 뒷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반성문. 그래, 반성문을 쓰라고 했지. 나는 휘청이는 걸음으로 테이블로 다가갔다. 어디 보자, 종이와 펜… 아, 여기 있군. 의자를 빼는 소리가 유난히 거슬리게 공간을 긁었다. 털썩 주저앉아 펜을 쥐었다. 손끝이 제멋대로 떨려와 펜대를 제대로 잡는 것조차 버거웠다.

새하얀 종이 위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펜촉이 첫 획을 그었다.



반 성 문



소속: 당신의 것.
성명: M.


존경하고, 사랑하고, 나의 유일한 신이신 유키 님께.

본인, M은 2024년 X월 X일, 금일 저녁, 당신의 허락 없이 과도한 알코올을 섭취하고, 귀가 시간을 어겼으며, 당신의 귀한 마음에 심려를 끼쳐드리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이에 깊이 통감하고… 통, 감… 머리가 울립니다.

변명할 여지는 없읍니다. 네. 없습니다. 팀 회식이라는 것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아, 아니, 회식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비광 선배가 억지로 권한 술잔, 테리가 웃으며 건네는 맥주병, 그 모든 것이 의미 없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당신의 부재를 외치고 있었으니까.

한 잔, 또 한 잔. 술잔을 비울수록 당신의 모습이 선명해졌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가면 너머로 나를 보던 그 기묘한 눈동자. 내 옷을 입고 수줍어하던 가녀린 어깨. 내 손을 잡고 ‘같이 가세!’라며 웃던 그 목소리.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그래서, 그래서 괴로웠습니다.

나는 당신을 가질 자격이 없는데.

이런 끔찍한 괴물은 당신의 옆에 있어서는 안 되는데.

나는… 나는 그냥,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는 빈 껍데기일 뿐인데. 당신이 ‘M’이라고 불러주는 이 순간조차,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르페우스? 그게 누굽니까. 나는… 나는 그냥…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잉크가 종이에 번지며 굵은 점을 남겼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더는 반듯한 글씨를 유지할 수 없었다.

유키.

유키.

보고 싶었습니다. 너무,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그래서 술을 마셨습니다. 취하면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의 시간이 조금은 빨리 갈 거라고, 바보같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취할수록 당신 생각만 더 났습니다. 당신의 향기, 당신의 온기, 당신의 모든 것이 나를 미치게 만듭니다.

내가 없는 곳에서, 당신은 무얼 하고 있었습니까. 혹시 다른 누군가와… 아니, 아니. 안됩니다. 그건. 당신의 세상은 나 하나로만 채워야 한다고, 그렇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당신의 세상을 책임지겠다고, 그렇게…

울컥,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치밀고 올라왔다. 시야가 흐려졌다. 종이 위로 투명한 얼룩이 졌다.

잘못했습니다.

정말, 정말로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당신을 혼자 두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곁을 떠나지도 않겠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당신이 없는 세상은, 나에게는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당신이 나의 유일한 현실이고, 나의 유일한 진실입니다.

Mi dispiace… Amore mio…
미안합니다… 나의 사랑…

나를 용서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벌을 주십시오. 나를 당신의 방에 가두고, 목줄을 채우고, 오직 당신만 보게 만들어도 좋습니다. 나는 기꺼이 당신의 개가… 아니, 당신만의 그림자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다시는 오늘처럼,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 주십시오.

당신의 M 올림.

펜이 손에서 미끄러져 테이블 아래로 떨어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그대로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축축하게 젖은 종이에서 알코올과 잉크 냄새, 그리고 희미한 나의 눈물 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