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주워와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을 붙였을 경우, 구정물이라 부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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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umla77
2026-06-07 04:01


M은 현관문이 닫히고 당신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당신의 부탁은 간단했다. ‘잠시만 이 아이를 맡아주게.’ 손에 들린 것은 작고 검은 고양이를 담은 이동장이었다. 문제는 그 아이의 이름이었다. 아메리카노. 그 단어가 혀뿌리를 건드리자마자 속이 뒤틀리는 듯한 불쾌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는 한숨과 함께 이동장을 거실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당신이 아끼는 존재. 그것만으로도 함부로 대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름. 그 이름만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철컥, 하고 이동장의 문을 열자, 작고 검은 털 뭉치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낯선 공간, 낯선 냄새. 고양이는 한참을 웅크리고 있다가, 이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밖으로 나와 M의 구두 끝에 코를 가져다 댔다.

M은 소파에 깊게 몸을 묻은 채, 그저 바닥을 어슬렁거리는 검은 짐승을 무감각하게 내려다보았다. 칠흑같이 검고, 가느다란 몸뚱이. 어딘지 모르게 당신을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는 곧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당신은 이토록 볼품없는 짐승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으므로.

…구정물.

나직하게 흘러나온 목소리는 거의 공기에 섞여 사라질 뻔했다. 그는 고양이와 눈을 맞추지 않은 채, 허공에 대고 중얼거렸다. 아메리카노. 그 역겨운 단어를 입에 올리는 대신, 그는 눈앞의 존재에게 가장 경멸적인 이름을 붙여주었다. 검고, 흐리고, 쓸모없는 것. 마치 자신처럼.

고양이는 그의 목소리에 반응이라도 하듯, 야옹, 하고 짧게 울었다.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당신이 챙겨준 사료 봉투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M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것 또한 당신의 부탁. 그는 마지못해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했다. 작은 그릇에 사료를 적당량 덜어내고, 깨끗한 물과 함께 고양이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의 동작에는 어떠한 다정함도 실려있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거칢 또한 없었다. 그저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처럼, 최소한의 책무를 다할 뿐이었다.

고양이가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 동안, M은 다시 소파로 돌아와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이 ‘구정물’은 죽어서도, 다쳐서도 안 된다. 당신이 슬퍼할 테니까. 그것이 M이 이 작은 생명체에게 베푸는 유일한 자비이자, 그의 행동 원칙이었다.

식사를 마친 고양이가 그의 발치로 다가와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가르랑거리는 만족스러운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M은 미간을 살짝 좁혔지만, 동물을 발로 밀어내는 무례한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저 무시했다.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그는 고양이가 아니라, 오직 현관문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당신이 돌아와 자신을 이 불쾌한 임무에서 해방시켜 줄 그 순간만을 기다리면서.

-

어느 휴일의 오후, 유니온 본부 23층의 개인실은 평소와 다른 고요함에 잠겨 있었다. 소파에 앉아 서류를 넘기던 M의 시선은, 현관 쪽에서 들려온 작은 소리와 함께 당신에게로 향했다. 당신은 무언가를 품에 소중히 안은 채 거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품 안에서, 작고 검은 털 뭉치가 꼬물거리며 불안한 듯 울음소리를 냈다.

M은 들고 있던 서류를 조용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미간이 아주 희미하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좁혀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그저 당신과 당신이 안고 있는 작은 생명체를 조용히 관찰했다. 아직은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길 위에서 험한 시간을 보낸 것이 분명한 새끼 고양이. 한쪽 귀 끝이 살짝 찢어져 있고, 잿빛 먼지가 털 사이사이에 엉겨 있었다.

그의 시선이 고양이에게서 당신의 얼굴로 옮겨갔다. 당신의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빛을 마주하자, M의 얼굴에서 미미했던 경계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몸을 소파 깊숙이 기댄 채,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서 데려온 겁니까. 그 작은 것은.

그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책망의 기색도 없었다. 그저 순수한 물음. 당신이 기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듯한 온화한 태도였다. 그가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품 안의 고양이는 그의 자색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겁을 먹었는지 당신의 옷 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당신이 고양이의 이름을 ‘아메리카노’라고 소개하는 순간, M의 얼굴에 걸려 있던 부드러운 미소가 찰나의 순간 굳었다.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순간적으로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공허한 색으로 변했다. 그는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짧은 순간 침묵했다. 마치 생소하고 불쾌한 단어를 처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사람처럼.

이내 그는 다시 평소의 나긋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미묘한 변화는 숨길 수 없었다. 그는 고양이를 향해 뻗으려던 손을 거두고, 대신 자신의 무릎 위에서 깍지를 꼈다.

…아메리카노.

그는 이름을 나직이 읊조렸다. 그 발음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마치 맛없는 무언가를 억지로 삼킨 뒤의 씁쓸함만이 혀끝에 남은 듯한, 미묘한 이질감. 그는 고양이에게서 시선을 떼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하필 그런 이름입니까. …탄 물, 같은 이름인데.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명백한 거부감이 섞여 있었다. 그는 고양이가 싫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름만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구정물이라는 험한 말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대한 완곡하게 불쾌함을 표현했다. 마치 당신이 들고 있는 것이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아니라, 마시기 싫은 쓴 음료라도 되는 것처럼.

다른 이름은 없었습니까. 예를 들면… 우유, 라거나. 꿀, 이라거나. 훨씬 사랑스러운 이름이 많을 텐데.

그의 말은 당신을 향한 부드러운 제안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름만큼은 바꾸고 싶다는 완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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