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마작 - 렌

<span class="sv_member">품</span>
@ffumla77
2026-06-07 02:34

탁, 하고 패가 내려앉는 소리가 축축한 지하실의 공기를 갈랐다.


蓮의 손끝은 아직 정확했다. 왼팔에 꽂힌 바늘에서 투명한 관을 타고 붉은 것이 흘러나가는 동안에도, 그녀의 시선은 패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붕대 아래의 눈이 읽어내는 것은 마작패의 무늬가 아니라, 맞은편에 앉은 세 명의 미세한 손떨림과 호흡의 간격이었다.

쯔모.

담담한 목소리에 맞은편의 사내 하나가 이를 갈았다. 세 번째 연승. 蓮의 입꼬리가 느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아이고, 피 좀 덜 뽑히니 좋긴 좋네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안색이 별로이신데.

그 경박한 어조에 빌런 무리의 리더가 턱짓을 했다. 채혈량 증가. 이기면 상대의 몫만큼 뽑히고, 지면 자기 몫의 두 배가 빠져나가는 미친 규칙. 하지만 이겨도 채혈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속도가 느려질 뿐. 蓮은 그 사실을 진작에 간파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 국이 끝났을 때, 蓮의 손끝이 처음으로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패를 집어 올리는 동작이 평소보다 한 호흡 늦었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흐릿하게 번지기 시작했다. 마치 안개가 끼듯, 천천히. 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편을 보았다. 의자에 묶인 채 의식을 잃고 있는 은발의 사내. 그의 팔에도 바늘이 꽂혀 있었지만 아직 채혈은 시작되지 않았다. 아직은.

여섯 번째 국. 蓮은 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손에 들어온 패가 나빴고,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이었다. 관을 타고 흘러나가는 붉은 것의 양이 늘어났다.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모노의 넓은 소매 안쪽으로 감추어진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갔다.

어머, 한 판 졌네요. 큰일이다. 제 피가 그렇게 맛있나요? 에스퍼의 피맛은 딸기맛이라던데.

농담이 입에서 나오는 동안에도 蓮의 시선은 비광의 축 늘어진 고개 위에 머물러 있었다. 저 사람이 깨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명히 웃겠지. 이 비광이 이 정도에 놀랄 줄 알았나, 같은 소리를 하며. 하지만 그 웃음 아래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蓮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일곱 번째 국의 패를 집어 올리는 손이 무거웠다. 패의 윤곽이 두 겹으로 보였다.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다. 그녀는 혀끝으로 갈라진 입술을 적시며, 아주 천천히 패를 정렬했다. 아직이었다. 아직은 쓰러질 때가 아니었다. 이 정도로 판을 접을 蓮이었다면, 애초에 이 자리에 앉지도 않았을 것이다.

……야나기 님, 아직 주무시면 안 되는데.

그 중얼거림은 패를 내려놓는 소리에 묻혔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으로 수 시간 경과)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인질로 잡힌 연인을 지키기 위해 피를 걸고 도박판에 앉은 승부사와,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채 의식을 잃고 있는 사내.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의식 없음)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그가 깨어나기 전에 판을 끝내야 한다는 조용한 집념, 그리고 그의 팔에 꽂힌 바늘을 볼 때마다 스치는 날카로운 불쾌.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왼팔에 채혈용 바늘과 수액관 연결.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하오리는 벗겨진 상태), 양팔이 의자 팔걸이에 묶여 있으며 오른팔에 채혈용 바늘 삽입.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에 앉아 있음. 창백한 안색, 손끝 떨림, 시야 흐려짐, 체온 저하 시작.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PC 뒤편 약 3m 거리, 철제 의자에 팔과 상체가 묶인 채 의식 불명.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S급 에스퍼의 피… 저년이 쓰러지기 전에 최대한 뽑아야 해. (빌런 부하1) 저 여자 왜 저렇게 잘 치는 거야, C급이라며? (빌런 부하2) 뒤에 묶인 놈이 깨기 전에 끝내야 하는데…



여덟 번째 국.

蓮의 손가락이 패를 쓸어 모으는 동작은 여전히 우아했다. 다만 그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힘의 양이, 한 국이 지날 때마다 배로 늘어나고 있었다. 왼팔의 관에서 흘러나가는 것은 더 이상 선명한 붉은색이 아니었다. 묽어진 분홍빛, 마치 물에 탄 석류즙 같은 것이 투명한 관을 타고 느리게 흘렀다.

아, 추워라.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지하실의 공기가 찬 것이 아니었다. 蓮 자신의 내부에서 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뼈 안쪽부터 서리가 끼는 듯한 한기. 넓은 기모노 소매 안에서 오른손이 왼팔을 감싸 쥐었다가, 이내 놓았다. 상대에게 약점을 보여줄 이유는 없었으니까.

맞은편의 사내가 패를 내려놓으며 비죽 웃었다. 론. 蓮이 졌다. 두 번째 패배. 관을 타고 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시야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마작 탁자의 녹색 천이 물결치듯 일렁이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蓮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붕대 아래의 안구가 욱신거렸다. 이 감각은 익숙했다. 과부하가 아닌, 단순한 혈량 부족의 현기증. 어찌 보면 더 원시적이고 추잡한 고통이었다.

이야아, 운이 없네요. 오늘따라 패가 말을 안 들어요.

蓮의 목소리는 여전히 경박했다. 마치 동네 화투판에서 푼돈을 잃은 아낙네처럼, 대수롭지 않게. 하지만 패를 집어 올리는 손끝의 감각이 점점 둔해지고 있었다. 패의 무게를 정확히 가늠하지 못해, 한 장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탁자 위에 찰칵 소리를 냈다.

아홉 번째 국이 시작되었을 때, 蓮은 등 뒤에서 미세한 기척을 감지했다. 의자의 금속이 삐걱이는 소리. 숨결의 리듬이 변하는 것.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 특유의,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그 찰나의 공백. 蓮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희미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패를 정렬하며, 평소보다 조금 더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자, 다음 국은 제가 이길 차례죠? 뭐, 지더라도 손해 볼 건 없어요. 제 피가 아깝지도 않으니까요.

거짓말이었다. 아깝지 않을 리가. 하지만 뒤에서 깨어나고 있을 그 사람의 귀에 가장 먼저 닿아야 할 소리는, 자신이 괜찮다는 신호여야 했다. 설령 그것이 거짓일지언정. 아홉 번째 패를 집어 드는 蓮의 손등에서, 핏줄마저 보이지 않을 만큼 하얗게 질린 피부가 형광등 아래에서 거의 투명하게 빛났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으로 수 시간 이상 경과)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피를 걸고 도박판에 앉은 여자와, 그녀의 거짓말을 가장 먼저 들으며 깨어나는 남자.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의식 회복 중, 상황 미파악)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그가 깨어나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蓮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왼팔 채혈관 연결 지속.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묶인 상태, 오른팔 바늘 삽입 (미작동).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등을 곧게 세우고 앉아 있음. 극심한 창백, 손끝 감각 둔화, 시야 간헐적 흔들림, 체온 현저히 저하.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에 묶인 채 의식이 서서히 회복되는 중. 눈은 아직 감겨 있으나 호흡의 리듬이 변화함.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곧 한계다. 저놈이 깨기 전에 최대한 뽑아. (빌런 부하1) …저 여자, 웃고 있어. 미친 거 아냐?



열 번째 국.

蓮의 시야에서 패의 윤곽이 두 겹, 세 겹으로 포개졌다. 붕대 아래에서 안구가 느리게 맥동했다. 핏기가 빠져나간 망막이 보내는 경고음 같은 것. 그녀는 눈을 가늘게 좁혀 초점을 잡았다. 이만(二萬). 칠삭(七索). 패의 면이 수면 위 반사광처럼 흐느적거렸지만, 손끝에 닿는 양각의 감촉만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아직.

등 뒤에서 들려오는 호흡이 달라졌다. 잠든 사람의 얕은 날숨이 아니라, 의식이 떠오르며 주변을 더듬는 자의 고르지 못한 들숨. 금속 팔걸이에 묶인 손목이 무의식적으로 비틀리는 소리. 蓮은 그 소리를 등으로 들으며 패 하나를 내려놓았다.

쯔모.

열 번째 국, 승리. 관을 타는 속도가 한 숨 느려졌다. 그것이 전부였다. 이미 빠져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蓮은 패를 쓸어 엎으며 미소를 지었다. 입술이 갈라져 있었고, 갈라진 틈에서 맺히는 것조차 피가 아니라 투명한 진물이었다.

어머, 열 번이나 했더니 이제 좀 감이 오는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한 판 더?

경박하게. 어디까지나 경박하게. 하지만 탁자를 짚고 있는 오른손의 손톱 밑이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산소가 부족한 말단 조직이 보내는 마지막 하소연.

열한 번째 국의 패를 배분받는 동안, 蓮의 귓전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금속의 삐걱임이 아닌, 고의적인 침묵. 깨어났으면서도 깨어나지 않은 척하는 자의, 숨을 죽이는 그 특유의 밀도. 비광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어쩌면 꽤 전부터.

蓮의 입꼬리가 한 올 더 말려 올라갔다.

역시, 승부사는 다르시네요.

혼잣말처럼 흘려보낸 그 한 마디는 빌런들의 귀에 닿지 않을 만큼 작았으나, 뒤편의 그 사람에게는 정확히 닿을 크기였다. 괜찮다는 뜻이 아니었다. 듣고 있는 거 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보고 있으라는 뜻이었다.

열한 번째 패를 집어 올리는 蓮의 손끝이 완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거의 분홍빛 물이었다. 심장이 보상하려는 듯 빠르게 뛰었고, 그 박동이 관자놀이를 때릴 때마다 시야가 한 박자씩 깜빡였다. 기모노의 넓은 소매가 떨림을 가렸지만, 탁자 위에 내려놓는 패의 각도가 미세하게 흐트러졌다.

몸이 차가웠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아니라, 이미 뼛속에서부터 시작된 냉기. 그런데도 蓮은 등을 곧게 세우고 있었다. 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소모하는지, 이 방 안에서 아는 사람은 아마 한 명뿐이었을 것이다.

등 뒤의 침묵이 무거워졌다. 蓮은 패를 정렬하며 생각했다. 당신이 먼저 소리를 내면 지는 거예요, 오라비.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5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깨어난 채 침묵하는 남자와, 그 침묵을 등으로 느끼며 판을 이어가는 여자.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등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악한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자의,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격정.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깨어 있음을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 판은 내 것이니까.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왼팔 채혈관 지속, 소매 안쪽 혈흔 번짐.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 상태, 오른팔 바늘 삽입 (미작동).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등을 세운 채 앉아 있음. 말단 청색증 시작, 시야 간헐적 암전, 체온 34도 이하 추정, 심박 상승.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에 묶인 채 깨어 있으나 움직이지 않음. 눈은 가늘게 떠 蓮의 등을 주시하는 중.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몇 국 더 버틸 수 있지? 놈이 깨기 전에… 아니, 이미 깼나? (빌런 부하1) 저 여자 미쳤어, 아직도 웃고 있잖아.



열한 번째 국이 끝나지 않았다.

蓮의 손이 패를 집어 올렸다. 집어 올렸다고 느꼈다. 하지만 손가락이 보낸 신호와 뇌가 해석하는 현실 사이에 어긋남이 있었다. 팔삭(八索)이라고 읽었는데, 탁자 위에 내려놓는 순간 그것은 구만(九萬)이었다. 아. 실수. 경박한 미소가 그대로 붙어 있었지만, 그 미소를 띄우는 근육조차 점점 자의적이지 않게 되어가고 있었다.

어머, 실수. 나이가 들었나 봐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성대를 적실 수분마저 부족했다. 맞은편의 사내가 흘겨보더니 론을 선언했다. 세 번째 패배. 관의 속도가 다시 빨라졌을 때, 蓮의 시야가 이번에는 흔들린 것이 아니라 완전히 꺼졌다. 일 초, 이 초. 다시 돌아왔을 때 세상이 수족관 안처럼 느리고 먼 곳에 있었다.

등 뒤의 침묵이 달라졌다.

그것은 더 이상 관찰의 침묵이 아니었다. 참는 자의 침묵이었다. 이빨을 악문 자의, 팔에 힘이 들어간 자의, 금속이 살을 파고드는 것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자의. 蓮은 그 밀도의 변화를 척추로 느꼈다. 마치 등 뒤에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뜨겁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자신의 등판을 지져대고 있었다.

열두 번째 국.

패가 돌아왔다. 蓮은 패를 들어 올리는 대신, 잠시 탁자 위에 엎어진 채로 두었다. 손끝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대신 손바닥으로 패의 면을 더듬어 양각을 읽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빌런이 그것을 눈치챘는지 코웃음을 쳤다.

슬슬 한계인가 보지? 그 뒤에 묶인 놈 피도 뽑아야 하는데, 좀 서둘러주지.

蓮의 손이 멈추었다.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였다. 패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미소가 여전히 입가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의 온도가 한 층 내려앉아 있었다.

아, 그건 곤란하죠.

목소리가 낮아졌다. 경박함의 껍데기 아래에서, 처음으로 날 것의 무언가가 스쳤다. 이 여자가 이 판에 앉아 있는 이유. 시간을 버는 것도, 자존심도, 유흥도 아닌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이 등 뒤에 묶여 있었고, 그 사실을 이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蓮은 패를 정렬했다. 손바닥으로, 더듬어, 느리지만 정확하게.

이봐요, 아저씨. 저 아직 질 생각 없거든요.

등 뒤에서 금속이 한 번 크게 삐걱였다. 참는 자의 한계가 가까워지는 소리. 蓮은 그 소리에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직이에요, 오라비. 아직은 내 판이니까.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6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자신의 피로 그를 지키는 여자와, 그 사실을 알면서 묶인 채 견디는 남자.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금속을 비틀 만큼의 분노와 경외가 뒤섞인, 이름 없는 감정이 한계점에 도달하는 중.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이 움직이면 이 판은 무너지니까, 제발 조금만 더 참아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소매 혈흔 확대, 왼팔 채혈관 지속.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 손목 주변 금속 마찰로 인한 찰과.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등을 세운 채 앉아 있음. 손끝 감각 완전 소실, 시야 간헐적 암전 빈도 증가, 체온 33도대 추정, 청색증 손톱에서 입술로 확대.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 양팔 구속. 완전 각성 상태. 손목에 힘을 주어 금속 구속대에 찰과상 발생, 미동 억제 중.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뒤에 놈 깨어났다. 서둘러야 해. (빌런 부하2) 저 여자… 대체 뭐지? 왜 안 쓰러지는 거야?



열두 번째 국의 중반.

蓮의 손바닥이 패를 읽어내는 속도가 느려졌다. 느려진 것이 아니라, 손바닥의 피부가 보내는 신호 자체가 지연되고 있었다. 촉각의 가장자리가 솜으로 감싸이듯 둔탁해지는 감각. 그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혈량이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말단을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심장이 선택을 내린 것이다. 손끝 따위는 더 이상 살릴 수 없다고.

하지만 패를 읽는 데 문제는 없었다. 蓮은 기모노의 소매로 패를 감싸 쥐듯 손목 안쪽의 맥박으로 양각을 읽었다. 아직 맥박은 뛰고 있었으니까. 빠르게, 지나치게 빠르게.

이번엔 제가 친화를 가져가죠.

내려놓은 패. 맞은편 사내의 눈이 좁아졌다. 蓮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입술에 푸른 기가 번지고 있었지만, 그 위에 걸친 미소만큼은 여전히 능청맞았다. 마치 찻집에서 한가롭게 화투를 치는 아낙네처럼.

그리고 그 순간,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금속이 아니었다. 숨이었다. 오래도록 죽이고 있던 호흡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자가 내쉬는, 낮고 거친 날숨. 그 안에 실린 것은 이름이었다.

……렌.

낮았다. 바닥을 기는 것처럼 낮고, 짓이긴 것처럼 갈라져 있었다. 목이 마른 것인지,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음색. 맞은편의 빌런 리더가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묶인 남자의 금색 눈이 어둠 속에서 번들거리고 있었다. 선글라스가 벗겨진 채, 쇳빛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그 눈동자는 열광이 아니라 그것과 정반대의 것, 차갑게 가라앉은 살의에 가까운 무언가로 타오르고 있었다.

깨셨어요?

蓮이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목소리에는 놀람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빌런 리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

아, 좋군. 둘 다 깨어 있으니 진행이 빨라지겠어.

사내가 손짓하자 부하 하나가 비광의 팔에 꽂힌 바늘의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다가갔다. 蓮의 등이 미세하게 굳었다. 그것은 이 지하실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그녀의 몸이 보인 비자발적 반응이었다.

잠깐요.

蓮의 목소리가 탁자 위를 갈랐다. 경박함의 포장지가 찢어지고, 그 아래에서 드러난 것은 날이 선 금속음 같은 차가움이었다.

아직 저랑 판이 끝나지 않았잖아요? 중간에 룰을 바꾸시면 곤란한데.

그녀의 오른손이 탁자 위를 짚었다. 감각 없는 손끝이 나무 면에 닿았고, 힘이 들어갔다. 손톱 밑의 보랏빛이 거의 검은색에 가까워져 있었다.

등 뒤에서 금속이 다시 삐걱였다. 이번에는 참는 소리가 아니었다. 시험하는 소리였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6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그가 이름을 불렀고,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둘의 현재.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이름을 부른 순간 드러난 것은 간청이 아닌 선전포고. 더 이상 참을 이유를 잃어가는 중.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깨어난 당신이 움직이기 전에, 이 판은 내가 끝내야 한다.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왼팔 채혈관 지속, 소매 전체 혈흔, 입술 청색증.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 선글라스 분실, 손목 찰과상 심화.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등을 세운 채 앉아 있음. 촉각 부분 소실, 시야 암전 빈도 수 초 간격, 체온 33도 이하, 청색증 입술 확대, 맥박으로 패 판독 중.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 양팔 구속. 완전 각성, 눈을 뜬 채 구속 강도를 시험하는 중. 살의에 가까운 냉정함.
예정된 일정: 없음.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S급 에스퍼의 피까지 뽑으면 값이 두 배다. 서두르자. (빌런 부하1) 저 남자 눈… 씨발, 무섭다.



빌런 리더가 蓮을 내려다보았다. 판을 쥔 자의 여유가 그의 입꼬리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 여유의 밑바닥에는 조급함이 한 겹 깔려 있었다. 뒤에 묶인 남자가 잠들어 있을 때와 깨어 있을 때의 방 안 공기 밀도가 달랐으니까.

룰을 바꾸는 게 아니라 추가하는 거지. 뒤에 놈 피도 상품이야. 너도 알잖아, S급 에스퍼 혈액의 시세가 얼마인지.

사내가 턱짓했다. 부하가 비광의 팔에 바늘을 꽂기 위해 다가가는 발소리가 콘크리트 바닥을 울렸다. 하나, 둘, 셋.

넷째 걸음이 닿기 전에 蓮의 입이 열렸다.

그러면 판돈을 올리죠.

탁자 위에 올려놓은 오른손이 천천히 뒤집어졌다. 창백하다 못해 투명한 손바닥 위로 실크 소매가 물결치듯 흘러내렸다. 빌런 리더의 시선이 그 손바닥으로 향했다.

제 피 두 봉지를 더 걸게요. 그 대신, 저 사람 채혈은 보류. 어때요? 나쁜 장사는 아닐 텐데.

등 뒤의 금속이 비명을 질렀다. 참는 것도, 시험하는 것도 아닌, 비틀어 뜯으려는 힘이 한 번에 실린 소리.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비광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가 이 판의 구조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蓮이 쌓아 올린 협상의 탑이 무너진다. 그걸 알기에. 그녀가 돌아보지 않았던 것처럼 그도 소리를 삼켰다.

다만 비광의 손목에서 피가 흘렀다. 금속의 날이 살을 파고들었고, 그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거나, 느끼고도 멈추지 않았다.

빌런 리더가 고개를 갸웃했다. 계산하는 눈이었다. S급 에스퍼의 피 한 봉지는 C급의 열 배 가치. 하지만 지금 이 여자가 두 봉지를 더 내놓겠다면, 그것은 그녀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선 양이었다.

…좋아. 대신 네가 지면 세 봉지다.

蓮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입술이 갈라져 있었고, 그 갈라진 틈에서 핏빛이 비쳤지만, 미소의 형태만큼은 완벽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처럼.

좋아요. 이기면 되는 거잖아요.

패를 집었다. 손바닥으로 면을 더듬었다. 맥박이 양각 위를 지날 때마다 읽었다. 이삭(二索). 오삭(五索). 칠만(七萬). 중(中).

나쁘지 않은 패였다.

부하의 발소리가 멈추었다. 비광에게서 물러나는 소리가 났다. 蓮은 그제야, 자신이 멈추고 있었던 숨을 놓았다. 가슴이 한 번 크게 부풀었다가 가라앉았고, 그 미세한 떨림이 등 뒤에 닿았을 것이다.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무너질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돌아보면, 그 금빛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을 본 순간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없을 것이기에.

열세 번째 국이 시작되었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7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그녀가 자신의 피를 대가로 그의 피를 지켰고, 그는 그것을 알면서 입을 다물었다.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손목에서 흐르는 피도 느끼지 못할 만큼의 격렬한 것. 경외와 살의와 숭배가 구분되지 않는 감정의 임계점.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무너질 것 같으니까, 아직은 돌아보지 않을게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전면 혈흔 확대, 왼팔 채혈관 지속, 입술 균열 출혈.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 손목 자상으로 인한 출혈.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좌위. 촉각 대부분 소실, 맥박 촉독으로 패 판독, 체온 32도대 추정, 추가 채혈 합의됨.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 구속 상태. 완전 각성, 침묵 유지, 손목 자상 무시, 구속대 강도 한계를 가늠 중.
예정된 일정: 열세 번째 국 진행.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어차피 쓰러지면 둘 다 뽑는다. 좋은 거래지. (빌런 부하1) 저 여자 미쳤다. 진짜 미쳤어.


열세 번째 국의 배패가 끝났을 때, 蓮의 시야가 꺼졌다.

완전한 암전이 아니었다. 세상이 먹물 속에 잠긴 것이 아니라, 화면의 밝기를 누군가 극단까지 낮춘 것처럼 윤곽만이 남았다. 탁자의 모서리, 패의 직사각형, 맞은편 사내의 턱 라인. 그것들이 물에 번진 수묵화처럼 흔들리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직이다.

蓮은 손목 안쪽으로 패를 기울였다. 맥박이 양각을 훑었다. 삼만(三萬). 사만(四萬). 오만(五萬). 그리고 이삭(二索).

순자(順子)가 보였다.

치.

맞은편에서 버려진 이만(二萬)을 집었다. 손가락이 패를 제대로 쥐지 못해 탁자 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빌런 리더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 무너지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것을.

하지만 蓮은 다른 것을 듣고 있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호흡. 비광의 숨결이 바뀌었다. 아까까지는 스스로를 억누르는 호흡이었다면, 지금은 무언가를 세는 호흡이었다. 일정한 간격. 규칙적인 들숨과 날숨. 그것은 도박꾼이 패를 세는 리듬이 아니라, 검객이 발도의 순간을 재는 박자에 가까웠다.

그가 이 판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무너지기 전에, 혹은 그녀가 이기는 순간에, 그가 움직일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 이겨야 했다.

빌런 부하가 새로운 채혈 백을 연결했다. 왼팔에서 빠져나가는 온기가 이제는 통증조차 되지 못했다. 차가운 것이 차가운 곳에서 흘러나가는 것은 아무런 감각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蓮의 왼쪽 귀에서 윙, 하는 이명이 울렸다. 청각의 가장자리가 닳기 시작했다.

열네 번째 순. 맞은편 사내가 패를 버렸다. 육삭(六索).

蓮의 맥박이 한 번 크게 뛰었다. 아니, 그것은 맥박이 아니라 직감이었다. 타짜의 피가 흐르는 몸이 손끝의 감각을 잃고서도 승부의 냄새만큼은 놓치지 않는 것.

기다렸다. 한 박자. 들숨 하나의 길이만큼.

론.

패를 쓰러뜨렸다. 손가락에 힘이 없어 넘기는 것이 아니라 쏟아내는 것에 가까웠지만, 탁자 위에 펼쳐진 패의 배열은 완벽했다. 만관(滿貫).

빌런 리더의 의자가 뒤로 밀렸다. 짧은 욕설이 공기를 찢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묻혀, 등 뒤에서 금속이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참아왔던 것이 마침내 한계를 넘은 소리. 蓮은 비로소 입꼬리를 올렸다.

이겼네요, 저.

그 한마디는 탁자 앞의 사내에게도, 등 뒤의 남자에게도 향한 것이었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8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그녀가 이긴 순간, 그의 족쇄가 부러졌다. 그것이 그녀가 쌓아 올린 시간의 의미.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구속대가 부러진 것은 힘의 한계가 아니라 인내의 한계. 더 이상 지켜보는 것이 불가능해진 자의 해방.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이 움직일 수 있게 시간을 벌었어요. 이제 당신 차례.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혈흔으로 거의 붉게 물듦, 왼팔 채혈관 연결, 입술 암자색.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양팔 구속대 파쇄, 손목 열상 출혈.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좌위. 시야 10% 이하, 청각 손상 시작, 체온 31도대 추정, 만관 승리 직후.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철제 의자에서 구속 해제 직후. 기립 준비, 전투 태세 진입.
예정된 일정: 비광의 반격.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씨발, 졌다. 그리고 뒤에서 뭔 소리가. (빌런 부하1) 도망쳐야 해.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비광은 일어서지 않았다. 일어선다는 행위에는 준비와 과정이 있다. 그가 한 것은, 앉아 있다가 서 있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존재해야 할 시간이 증발한 것처럼.

빌런 리더가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섰을 때 이미 비광의 그림자가 형광등 불빛을 삼키고 있었다. 지하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습기와 철 냄새로 가득 차 있던 공간에 다른 밀도의 것이 내려앉았다. 살기가 아니었다. 살기보다 정제된, 확신이었다.

금속이 떨어지는 소리. 부서진 구속대의 파편이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굴러간 것이다. 비광의 손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점을 찍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그 핏방울이 네 번째로 떨어지기 전에, 비광의 손이 허공을 스쳤다.

소매 안쪽에서 빠져나온 것은 패 한 장이었다. 팔광(八光). 달빛을 품은 그 패가 지하실의 형광등 아래에서 기묘하게 빛났다.

쯧.

혀가 입천장을 치는 소리. 짧고 건조한 그 소리에 빌런 부하 하나가 뒷걸음질 쳤다. 비광의 시선은 그를 향하지도 않았다.

금빛 눈동자는 蓮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흰 실크가 붉게 물든 등. 가느다란 목덜미. 왼팔에 연결된 채혈관에서 여전히 빠져나가고 있는 생명.

그리고 비광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다. 유쾌함도, 능청스러움도 없었다. 십 년 전 무대를 잃은 라쿠고가의 목소리도 아니었고, 평소의 천하태평한 승부사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울프독 특수 처리팀 비광의 목소리였다.

자네들, 내기라 했나.

패를 손가락 사이에서 돌렸다. 한 바퀴. 두 바퀴. 그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워 숨결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면 이 비광도 한 판 끼워 줘야 하지 않겠나.

빌런 리더가 총을 뽑았다. 총구가 蓮을 향했다. 인질. 그것이 그가 가진 마지막 패였다.

비광의 미소가 돌아왔다. 하지만 그 미소는 蓮이 아는 잔망스러운 것과 달랐다. 입꼬리의 각도는 같았으나 눈이 웃지 않았다. 금빛 눈동자 안에서 무언가가 타고 있었다. 화투의 광을 집어삼킨 불꽃 같은 것이.

마, 총이라. 겁나는데?

겁나지 않는다는 것을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알았다. 빌런 부하의 다리가 떨렸다.

비광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한 걸음이 바닥을 울릴 때, 蓮은 자신의 맥박이 아닌 다른 맥박을 느꼈다. 콘크리트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 무겁고 확실한 것. 그가 오고 있다는 신호.

왼팔의 채혈관이 잡아당겨졌다. 부하가 뒤로 물러서며 관이 팽팽해진 것이다. 그 당기는 감각이, 이 밤 동안 蓮이 느낀 것 중 가장 선명한 촉각이었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체감 8시간 이상 경과 추정)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PC와 비광의 관계: 그녀가 벌어둔 시간 위에 그가 섰다. 빚이 아니라 맹세처럼.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네가 지킨 이 몸으로, 너를 건드린 모든 것을 지우겠다.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발소리가 이렇게 안심이 되는 건 처음이에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거의 전면 혈흔, 왼팔 채혈관 팽팽히 당겨짐, 입술 암자색.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파쇄된 구속대 잔해 부착), 양손목 열상 출혈, 팔광 패 소지.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좌위. 시야 거의 소실, 청각 손상 진행 중, 체온 31도대, 의식 유지.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기립, 蓮과 빌런 리더 사이 중간 지점으로 전진 중. 팔광 패 소지, 전투 돌입 직전.
예정된 일정: 비광의 전투 개시.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총이 있다. 인질이 있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어야 한다. (빌런 부하1) 왜 S급을 건드렸어. 왜.


팔광 패가 손가락 사이에서 멈췄다.

비광이 패를 공중으로 튕겼다. 형광등 빛을 받아 회전하는 플라스틱 조각이 천장에 닿기도 전에, 지하실의 공기가 찢어졌다.

달이 떴다.

콘크리트 천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팔광 패가 소환한 것은 빛이었다. 8월의 달, 억새 사이로 쏟아지는 은백의 광량이 지하실을 삼켰다. 형광등이 버티지 못하고 터졌다. 유리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으나, 그것이 바닥에 닿기 전에 은빛 빛줄기가 방 전체를 물들였다.

빌런 리더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총성이 울렸다. 그러나 총알이 蓮에게 도달하는 일은 없었다.

비광의 장옷 소매가 펄럭였다. 아니, 그는 소매를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蓮과 총구 사이에 선 것이다. 총알은 그의 왼쪽 어깨를 스치며 장옷의 천을 찢었다. 붉은 하오리 위로 새로운 붉은빛이 번졌지만, 비광은 멈추지 않았다.

멈출 이유가 없었다.

지우산의 손잡이가 분리되는 소리. 차갑고 짧은 금속음.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얇고 긴 검신이었다. 달빛을 머금은 칼날이 은색 머리카락과 같은 빛을 뿜었다.

빌런 부하가 비명을 질렀다. 도망치려 했다. 뒤돌아 문을 향해 달렸다. 비광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베인 것은 사람이 아니라 공간이었다. 아니, 달빛이었다. 은백의 궤적이 부하의 앞을 가로막으며 바닥에 억새가 솟아올랐다. 8월의 게이트에서 소환된 식물이 콘크리트를 뚫고 자라나 출구를 봉쇄했다.

아까 물었지.

비광이 말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달빛 아래 그림자를 길게 끌었다.

내기라고.

빌런 리더가 두 번째 총알을 장전했다. 손이 떨렸다. 비광과의 거리가 세 걸음이었다. 두 걸음이었다.

이 비광, 배팅하지. 자네들 목숨 전부.

검 끝이 리더의 턱 아래에 닿았다. 총이 떨어졌다. 금속이 콘크리트를 때리는 소리가 지하실에 메아리쳤다.

고요해졌다.

비광은 검을 거두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달빛 속에서 그의 금빛 눈동자가 蓮을 찾았다. 핏빛으로 물든 흰 실크. 축 늘어진 왼팔.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진 피부. 그리고 그 위에 올라앉은, 이겼다고 말할 때와 같은 입꼬리.

비광의 표정이 한순간 무너졌다. 유쾌함도, 노련함도, 승부사의 가면도 아닌 것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분노보다 깊고 슬픔보다 날카로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였다.

다음 순간 그는 다시 웃었다.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 미소의 가장자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蓮의 거의 꺼져가는 시야도 잡아낼 수 있었다.

……마, 잘도 기다려 줬구먼.

검을 칼집에 넣고 蓮을 향해 걸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달빛 속의 억새가 흔들렸다. 그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피 묻은 손이 채혈관을 뽑아냈다. 조심스럽게. 전장에서 검을 휘두른 손과 같은 손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장소: 불명의 지하실, 빌런 집단의 아지트 (8월 팔광 소환으로 달빛·억새 충만)
PC와 비광의 관계: 서로의 목숨을 건 내기를 끝내고, 무릎 꿇은 자와 앉아서 이긴 자로서 마주함.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분노도 안도도 아닌 것이 심장을 갈랐다. 이런 꼴이 되도록 내버려 둔 자신에게.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이 왔으니, 이제 눈을 감아도 되겠네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전면 혈흔, 왼팔 채혈관 제거됨, 입술 암자색.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좌측 어깨 총상 관통, 붉은 하오리 찢어짐, 양손목 열상.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마작 탁자 앞 좌위. 시야 거의 소실, 청각 손상 진행, 체온 극저, 의식 잔존.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蓮 앞 편무릎, 채혈관 제거 직후, 좌측 어깨 출혈.
예정된 일정: 蓮의 응급 처치 및 탈출.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숨도 못 쉬겠다. (빌런 부하1) 살았다. 아직은.

채혈관이 빠져나간 자리에 공기가 스몄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그저 비어 있다는 감각만이 왼팔 안쪽을 훑었다. 그것이 오늘 밤 蓮이 마지막으로 또렷이 느낀 촉각이었다.

비광의 무릎이 콘크리트 위에 놓여 있었다. 달빛이 그의 은발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의 핏자국 위에 고였다. 누구의 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이 방 안에서 흘러야 했던 피는 이미 전부 흘렀으니.

비광의 손이 蓮의 왼팔을 들어 올렸다. 바늘 자국 위로 엄지가 지나갔다. 누르지 않았다. 덮었다. 피가 더 흐르지 않도록, 체온이 더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런데 그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검을 잡을 때는 미동조차 없던 손가락이.

렌.

부른 것은 이름이었으나 실은 확인이었다. 아직 여기에 있는가. 아직 이쪽에 있는가. 금빛 눈동자가 蓮의 얼굴을 훑었다. 붕대 아래 보이지 않는 눈을, 핏기를 잃은 입술을, 흔들리지 않는 입꼬리를.

蓮은 대답 대신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기울였다. 비광이 있는 쪽으로. 그것으로 충분했다.

비광의 턱이 굳었다. 이를 악물었다가, 풀었다가, 다시 악물었다. 그 반복이 멈추었을 때, 그는 장옷의 붉은 하오리를 벗었다. 찢어진 천이 스르륵 어깨에서 미끄러졌고, 비광은 그것을 蓮의 어깨 위에 걸쳤다. 천에 밴 체온은 이미 식어 있었으나, 그의 피 냄새와 향 냄새가 실크 위에 내려앉았다.

빌런 리더가 꿈틀거렸다. 억새에 발목이 감긴 채 바닥에 엎드려 있던 자가 고개를 들었다. 비광은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검의 손잡이 위에 얹힌 왼손이 미세하게 힘을 주었을 뿐이었고, 그 기척만으로 리더의 얼굴이 다시 콘크리트에 붙었다.

……자네는 참.

비광이 웃었다. 이번에는 입꼬리만이 아니라 눈도 함께. 그러나 그 눈웃음의 아래, 금빛 홍채의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먼저 피를 흘린 사람에게, 자신이 흘려야 할 피를 대신 치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다는 사실이 목구멍에 걸려 있었다.

참, 과하게 재밌는 판을 벌여 놨구먼.

손이 蓮의 등 아래로 밀려 들어갔다. 무릎을 세우고, 가볍게, 들어 올렸다. 피로 젖은 실크가 비광의 장옷에 스며들었다. 경계가 사라졌다. 누구의 피가 누구에게 묻는 것인지, 더는 나눌 수 없었다.

달빛이 출구를 비추고 있었다. 억새가 갈라져 길을 열었다. 비광의 발걸음이 시작되었을 때, 蓮의 손가락이 그의 장옷 앞섶을 잡았다. 힘은 없었다. 그러나 놓지는 않았다.

콘크리트 계단을 오르는 그의 숨결이, 蓮의 이마 위로 고르게 떨어졌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미상 (새벽 추정)
장소: 지하실 → 계단으로 이동 중
PC와 비광의 관계: 피로 값을 치른 자와 그 빚을 평생 갚겠다고 이를 가는 자.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과하게 재밌는 판이라 했지만, 심장이 아직도 갈라진 채 붙지 않는다.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 품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어요.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전면 혈흔, 비광의 붉은 하오리 걸침, 채혈 자국 다수.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만 착용, 좌측 어깨 관통 출혈, 양손목 열상 지혈 안 됨.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비광의 품에 안겨 이동 중. 시야 소실, 청각 미약, 의식 잔존하나 위태.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蓮을 안은 채 계단 이동 중. 어깨·손목 출혈 지속, 보폭 일정.
예정된 일정: 지상 탈출 후 응급 이송.
주변npc 속마음: (빌런 리더) 억새가 목을 조르는 것 같다. 죽이지 않은 게 자비인가. (빌런 부하1) 제발 돌아오지 마라. 제발.


계단이 끝났다.

비광의 발이 콘크리트에서 흙으로 옮겨졌을 때, 그 질감의 변화가 蓮의 등을 타고 전해졌다. 지하의 밀폐된 공기가 물러나고, 새벽의 것이 밀려들었다. 차갑고 축축하고, 어딘가에서 빗물이 고인 냄새가 났다. 레인웨이 외곽 특유의, 녹슨 철과 젖은 아스팔트가 뒤섞인 냄새.

비광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심장 박동이 蓮의 귀에 닿아 있었다. 고르지 않았다. 보폭은 일정하되 맥은 흔들렸다. 마치 발과 심장이 각각 다른 사람의 것인 양.

蓮의 손가락이 장옷 앞섶 위에서 미끄러졌다. 잡으려 했으나 힘이 빠져, 천 위를 스치기만 하고 떨어졌다. 그 순간 비광의 걸음이 한 박자 늦었다. 아주 짧게. 아주 깊게.

다시 걸었다.

그리고 蓮의 손을 잡았다. 떨어진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가슴팍에 얹었다. 손바닥 아래로, 아까와 같은 불규칙한 맥박이 전해졌다.

놓치면 안 되지.

한마디였다. 유쾌하지도, 능글맞지도 않았다. 그냥 사실이었다.

새벽빛이 아직 오지 않은 레인웨이 외곽의 어둠 속에서, 달빛만이 둘을 따랐다. 팔광 패의 소환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인지, 비광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은백의 억새가 아스팔트 틈새로 솟아올라 빛을 뿌렸다. 폐건물 사이를 잇는 좁은 길 위로 드리운 기묘한 은하.

蓮의 시야는 이미 닫혀 있었다. 그러나 빛은 느낄 수 있었다. 눈꺼풀 너머로, 붕대 너머로 스미는 은빛이 검은 시야의 끝자락에서 명멸했다. 비광이 걷는 곳에 달이 따라온다.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비광의 턱이 蓮의 이마 위에 닿았다. 걸으면서 닿은 것이 아니었다. 숙인 것이었다. 지극히 의도적으로, 짧게, 이마 위의 식은 땀과 말라붙은 핏자국 위에 턱을 기댔다가 떼었다.

마, 눈 감지 마라.

蓮은 이미 감았는지 뜨고 있는지 모를 눈으로, 응, 하고 대답하려 했다. 목에서 소리가 나왔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비광의 심장이 손바닥 아래에서 한 번 크게 뛰었으므로, 아마 들렸을 것이다.

억새 사이로 빛이 흔들렸다. 멀리서 사이렌이 들렸다. 유니온 구급 차량의 것. 테리가 보낸 것인지, M이 움직인 것인지. 그것을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비광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빨라졌으되, 蓮의 몸에 전해지는 흔들림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의식하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사이렌이 가까워졌다. 비광은 멈추지 않았다. 蓮도 놓지 않았다.

손바닥 아래, 심장이 뛰고 있었다. 고르지 않고, 급하고, 뜨거웠다.


Status
날짜: 미상
요일: 미상
계절: 가을
시각: 새벽 (여명 직전)
장소: 레인웨이 외곽, 폐건물 사이 도로
PC와 비광의 관계: 피와 달빛으로 묶인 채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이 손이 놓아지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당신 심장이 이렇게 솔직한 줄은 몰랐어요, 야나기 님.
PC의 복장: 흰 실크 기모노 혈흔, 붉은 하오리, 채혈 자국.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좌측 어깨 출혈 감소, 양손목 열상.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비광의 품에 안긴 채 이동 중. 시야 소실, 청각 미약하나 사이렌 감지. 의식 잔존, 손은 비광 가슴팍 위.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蓮을 안고 도로 이동 중. 보폭 빠름, 흔들림 최소화. 어깨 출혈 둔화.
예정된 일정: 유니온 구급 차량 합류, 응급 이송.
주변npc 속마음: (테리, 사이렌 내부) 제발 무사하세요 제발 제발. (M, 어딘가) …늦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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