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 10가지 말하기
울프독 사무실의 소란은 늘상 있는 일이었다. 오늘은 유니온 상부에서 내려온 '팀원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페어 심층 분석 보고서'라는 거창한 이름의 서류가 그 소란의 중심에 있었다. M은 평소와 같은 온화한 미소로 서류를 나눠주며, 특히 '페어의 단점 10가지' 항목을 성실하게 작성해달라 부드럽게 압박했다. 다른 팀원들이 머리를 쥐어뜯거나 키득거리며 서로를 헐뜯는 동안, 비광은 제 자리에 느긋하게 앉아 턱을 괸 채 펜대만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아가씨의 단점이라. 이거야 원, 곤란한 주제를 던져주는구먼.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백지를 내려다보았다. 10년의 어둠을 끝내고 자신의 세상에 빛을 가져다준 유일한 사람. 그 존재에게서 흠을 찾아내 적으라니, 차라리 한겨울에 매화를 피워내라는 편이 더 쉬울 성싶었다. 하지만 텅 빈 백지로 제출했다간 M의 잔소리가 길어질 것이 뻔했다. 그는 펜을 바로 고쳐 쥐고, 능청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어디, 이 비광의 눈에 비친 아가씨의 '결점'을 한번 늘어놔 볼까.
그는 망설임 없이 첫 줄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가씨의 단점 10가지 - 비광 작성>
하나. 단것을 너무 밝힌다.
이 비광의 지갑이 거덜 날 지경이니, 이건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겠지. 모찌 가게를 지날 때마다 반짝이는 그 눈을 외면하기란… 어지간한 사내의 담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게야.
둘. 내기를 너무 좋아한다.
허구한 날 내기를 걸어오니, 이 비광이 져주느라 아주 등골이 휠 지경일세. 승부사의 자존심을 걸고 진심으로 임하고 싶어도, 아가씨가 시무룩해질까 봐 차마 그럴 수가 있나. 매번 일부러 져주는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셋. 돈을 너무 밝힌다.
스킨십 한 번에 화대를 요구하는 아가씨는 세상에 우리 아가씨밖에 없을 걸세. 물론, 그 돈이 전부 이 비광의 주머니로 다시 들어온다는 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지만. 이건 뭐, 왼쪽 주머니의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수준이니… 낭비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넷. 잠이 너무 많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만드니 큰일이다. 덕분에 테리에게 잔소리를 듣는 건 전부 이 비광의 몫이지.
다섯. 길을 걸을 때 자꾸만 이 비광의 쪽으로 기댄다.
이거야 원, 심장에 아주 해롭기 짝이 없다. 안 그래도 위태롭게 쌓은 모찌 상자를 들고 있을 때면 더욱더. 상자를 쏟을까, 아가씨가 넘어질까, 온 신경이 곤두서니 심신이 피로해진다.
여섯. 위험한 일에 스스럼없이 몸을 던진다.
C급인 양 약한 척 뒤에 숨어있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먼저 나선다. 그럴 때마다 이 비광의 간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걸 알기나 할까. 심장이 멎는 듯한 기분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네.
일곱. 남의 말을 너무 잘 들어준다.
특히 이 비광의 시답잖은 라쿠고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인 양 들어준다. 그 눈을 보고 있노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지니, 다음 날 임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여덟. 가끔 '오라비'가 아닌 '야나기 님'이라 부른다.
그럴 때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아 제 명에 못 살 것 같으니, 이것 또한 심각한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목소리에 홀려 무슨 약조라도 해버릴 것 같단 말일세.
아홉. 눈이 너무 아름답다.
그 순백의 눈동자를 마주하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단점이다. 이러다간 유니온뿐만 아니라 이 세상 전부를 아가씨 발치에 가져다 바칠지도 모를 일이지.
비광은 아홉 번째까지 적고는 펜을 멈췄다. 마지막 한 칸이 비어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껄껄 웃으며 마지막 열 번째를 채워 넣었다.
열. 단점이 없다.
이 비광,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아가씨의 단점을 찾을 수가 없으니, 완벽 그 자체라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리 완벽한 사람 옆에 있으려니, 이 비광이 더욱 정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피곤한 일이로다.
작성을 마친 그는 서류를 들어 만족스럽게 훑어보았다. 글자 하나하나에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보고서를 보며, 그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 본 M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그는 펜을 내려놓고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창밖의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당신의 모습만이 가득했다. 단점조차 사랑스러워 보이게 만드는 사람. 당신은 그에게 그런 존재였다.
아가씨의 단점이라. 이거야 원, 곤란한 주제를 던져주는구먼.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백지를 내려다보았다. 10년의 어둠을 끝내고 자신의 세상에 빛을 가져다준 유일한 사람. 그 존재에게서 흠을 찾아내 적으라니, 차라리 한겨울에 매화를 피워내라는 편이 더 쉬울 성싶었다. 하지만 텅 빈 백지로 제출했다간 M의 잔소리가 길어질 것이 뻔했다. 그는 펜을 바로 고쳐 쥐고, 능청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어디, 이 비광의 눈에 비친 아가씨의 '결점'을 한번 늘어놔 볼까.
그는 망설임 없이 첫 줄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가씨의 단점 10가지 - 비광 작성>
하나. 단것을 너무 밝힌다.
이 비광의 지갑이 거덜 날 지경이니, 이건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겠지. 모찌 가게를 지날 때마다 반짝이는 그 눈을 외면하기란… 어지간한 사내의 담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게야.
둘. 내기를 너무 좋아한다.
허구한 날 내기를 걸어오니, 이 비광이 져주느라 아주 등골이 휠 지경일세. 승부사의 자존심을 걸고 진심으로 임하고 싶어도, 아가씨가 시무룩해질까 봐 차마 그럴 수가 있나. 매번 일부러 져주는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셋. 돈을 너무 밝힌다.
스킨십 한 번에 화대를 요구하는 아가씨는 세상에 우리 아가씨밖에 없을 걸세. 물론, 그 돈이 전부 이 비광의 주머니로 다시 들어온다는 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지만. 이건 뭐, 왼쪽 주머니의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수준이니… 낭비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넷. 잠이 너무 많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만드니 큰일이다. 덕분에 테리에게 잔소리를 듣는 건 전부 이 비광의 몫이지.
다섯. 길을 걸을 때 자꾸만 이 비광의 쪽으로 기댄다.
이거야 원, 심장에 아주 해롭기 짝이 없다. 안 그래도 위태롭게 쌓은 모찌 상자를 들고 있을 때면 더욱더. 상자를 쏟을까, 아가씨가 넘어질까, 온 신경이 곤두서니 심신이 피로해진다.
여섯. 위험한 일에 스스럼없이 몸을 던진다.
C급인 양 약한 척 뒤에 숨어있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먼저 나선다. 그럴 때마다 이 비광의 간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걸 알기나 할까. 심장이 멎는 듯한 기분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네.
일곱. 남의 말을 너무 잘 들어준다.
특히 이 비광의 시답잖은 라쿠고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인 양 들어준다. 그 눈을 보고 있노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지니, 다음 날 임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여덟. 가끔 '오라비'가 아닌 '야나기 님'이라 부른다.
그럴 때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아 제 명에 못 살 것 같으니, 이것 또한 심각한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목소리에 홀려 무슨 약조라도 해버릴 것 같단 말일세.
아홉. 눈이 너무 아름답다.
그 순백의 눈동자를 마주하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단점이다. 이러다간 유니온뿐만 아니라 이 세상 전부를 아가씨 발치에 가져다 바칠지도 모를 일이지.
비광은 아홉 번째까지 적고는 펜을 멈췄다. 마지막 한 칸이 비어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껄껄 웃으며 마지막 열 번째를 채워 넣었다.
열. 단점이 없다.
이 비광,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아가씨의 단점을 찾을 수가 없으니, 완벽 그 자체라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리 완벽한 사람 옆에 있으려니, 이 비광이 더욱 정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피곤한 일이로다.
작성을 마친 그는 서류를 들어 만족스럽게 훑어보았다. 글자 하나하나에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보고서를 보며, 그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 본 M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그는 펜을 내려놓고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창밖의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당신의 모습만이 가득했다. 단점조차 사랑스러워 보이게 만드는 사람. 당신은 그에게 그런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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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울프독 사무실은 간만에 찾아온 평화로 한산했다.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서류 작업만이 책상 위에 쌓여가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오후. 당신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붓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을 베고 누운 비광은, 제 머리카락을 장난감 삼아 만지작거리는 당신의 손길을 느끼며 세상에서 가장 태평한 얼굴로 잠이 들어 있었다. 색, 색, 하고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그런 그의 얼굴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이내 들고 있던 붓을 화선지 위로 가져갔다.
사건 보고서 대신 하얀 종이를 채우는 것은, ‘오라비의 단점 10가지’라는 해괴한 제목이었다. 당신의 붓끝이 사각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一. 쓸데없이 목소리가 좋다.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화를 낼 수가 없다.)
二. 쓸데없이 손이 예쁘다. (자꾸 만지고 싶어져서 곤란하다.)
三. 쓸데없이 아는 이야기가 많다. (밤새 듣고 싶어져서 잠을 잘 수가 없다.)
四. 쓸데없이 모찌를 좋아한다. (같이 먹다 보면 살이 찐다.)
五. 쓸데없이 길다. (머리카락도, 팔다리도. 시야에 전부 담기 벅차다.)
六. 쓸데없이 웃음이 헤프다. (보고 있으면 나까지 웃게 된다.)
七. 쓸데없이 다정하다. (마음이 멋대로 물렁해진다.)
八. 쓸데없이 빚 갚는 것에 진심이다. (덕분에 빚을 지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九. 쓸데없이 내기를 좋아한다. (이기든 지든 결국 이쪽이 손해 보는 기분이다.)
거기까지 적었을까, 당신은 마지막 열 번째를 채우지 못하고 붓을 멈췄다. 종이 위에 나열된 것은 과연 단점이 맞는가.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건 단점이라기보다, 어느새 당신의 일상을 가득 채워버린 그의 존재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에 가까웠다. 그때였다.
으음… 아가씨, 좋은 냄새가 나는구먼.
잠결에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무릎을 베고 있던 비광이 천천히 눈을 뜬 것이다. 그는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당신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당신이 손에 든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붉은 선글라스가 벗겨진 채 나른하게 풀어진 금빛 눈동자가, 화선지에 적힌 글자들을 천천히 훑었다.
한 줄, 한 줄, 그의 눈동자가 글자를 따라 움직일 때마다 입가가 미세하게 실룩거렸다. 마침내 마지막 아홉 번째 항목까지 읽은 그의 얼굴에 뭐라 형용하기 힘든 표정이 떠올랐다. 놀란 것도, 기쁜 것도 아닌, 마치 예상치 못한 패를 받아든 타짜처럼 허를 찔린 얼굴.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푸흐흐, 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이거야 원… 이 비광, 아가씨에게 이리도 미움을 받고 있었을 줄이야. 하긴, 단점이 이리도 많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당신의 무릎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더니, 당신의 손에서 붓을 부드럽게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는 당신이 비워둔 열 번째 칸에 망설임 없이 글자를 채워 넣었다.
十. 蓮(아가씨)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자 단점이라며 붓을 내려놓은 그는, 당신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나른하게 속삭였다. 그의 숨결에서 아직 가시지 않은 잠의 향기와 달콤한 엿 사탕 냄새가 섞여 풍겨왔다.
자, 이걸로 열 가지가 전부 채워졌구먼. 이리도 결점이 많은 사내이니… 아가씨가 평생 옆에 붙어서 감시하고 고쳐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건 아주 공적인 제안일세.
그의 금빛 눈동자가 장난기 가득한 빛으로 휘어졌다. 단점을 빌미로 평생을 약속하는 이 능구렁이 같은 사내를, 당신은 과연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사건 보고서 대신 하얀 종이를 채우는 것은, ‘오라비의 단점 10가지’라는 해괴한 제목이었다. 당신의 붓끝이 사각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一. 쓸데없이 목소리가 좋다.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화를 낼 수가 없다.)
二. 쓸데없이 손이 예쁘다. (자꾸 만지고 싶어져서 곤란하다.)
三. 쓸데없이 아는 이야기가 많다. (밤새 듣고 싶어져서 잠을 잘 수가 없다.)
四. 쓸데없이 모찌를 좋아한다. (같이 먹다 보면 살이 찐다.)
五. 쓸데없이 길다. (머리카락도, 팔다리도. 시야에 전부 담기 벅차다.)
六. 쓸데없이 웃음이 헤프다. (보고 있으면 나까지 웃게 된다.)
七. 쓸데없이 다정하다. (마음이 멋대로 물렁해진다.)
八. 쓸데없이 빚 갚는 것에 진심이다. (덕분에 빚을 지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九. 쓸데없이 내기를 좋아한다. (이기든 지든 결국 이쪽이 손해 보는 기분이다.)
거기까지 적었을까, 당신은 마지막 열 번째를 채우지 못하고 붓을 멈췄다. 종이 위에 나열된 것은 과연 단점이 맞는가.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건 단점이라기보다, 어느새 당신의 일상을 가득 채워버린 그의 존재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에 가까웠다. 그때였다.
으음… 아가씨, 좋은 냄새가 나는구먼.
잠결에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무릎을 베고 있던 비광이 천천히 눈을 뜬 것이다. 그는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당신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당신이 손에 든 종이로 시선을 옮겼다. 붉은 선글라스가 벗겨진 채 나른하게 풀어진 금빛 눈동자가, 화선지에 적힌 글자들을 천천히 훑었다.
한 줄, 한 줄, 그의 눈동자가 글자를 따라 움직일 때마다 입가가 미세하게 실룩거렸다. 마침내 마지막 아홉 번째 항목까지 읽은 그의 얼굴에 뭐라 형용하기 힘든 표정이 떠올랐다. 놀란 것도, 기쁜 것도 아닌, 마치 예상치 못한 패를 받아든 타짜처럼 허를 찔린 얼굴.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푸흐흐, 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이거야 원… 이 비광, 아가씨에게 이리도 미움을 받고 있었을 줄이야. 하긴, 단점이 이리도 많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당신의 무릎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더니, 당신의 손에서 붓을 부드럽게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는 당신이 비워둔 열 번째 칸에 망설임 없이 글자를 채워 넣었다.
十. 蓮(아가씨)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자 단점이라며 붓을 내려놓은 그는, 당신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나른하게 속삭였다. 그의 숨결에서 아직 가시지 않은 잠의 향기와 달콤한 엿 사탕 냄새가 섞여 풍겨왔다.
자, 이걸로 열 가지가 전부 채워졌구먼. 이리도 결점이 많은 사내이니… 아가씨가 평생 옆에 붙어서 감시하고 고쳐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건 아주 공적인 제안일세.
그의 금빛 눈동자가 장난기 가득한 빛으로 휘어졌다. 단점을 빌미로 평생을 약속하는 이 능구렁이 같은 사내를, 당신은 과연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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