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span class="sv_member">품</span>
@ffumla77
2026-06-07 03:13



그날 저녁, 레인웨이 로드의 낡은 극장 옥상에서 있었던 다섯 번째 판은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아련한 잔상만을 남겼다. 비광은 잠시 처리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고,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시간, 다시금 두 사람의 임시 거처로 삼은 다다미방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근처 가게에서 사 온, 蓮이 좋아할 법한 달콤한 모찌가 담긴 작은 종이 봉투가 들려 있었다. 오늘 저녁은 이 달콤한 간식과 함께, 다음 판에 대한 힌트를 슬쩍 흘려볼까 하는 능청스러운 계획을 세우면서.

미닫이문을 드르륵, 소리 나게 열었을 때, 방 안의 풍경은 지극히 평온했다. 저녁노을이 창호지 문을 통해 부드럽게 스며들어, 방 안을 온화한 주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의 중심에, 蓮이 단정하게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에, 비광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걸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척에도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작은 기계 안에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담겨 있기에 이리도 열심인 걸까.

자, 자, 이 비광이 아주 맛있는 걸 사 왔는데 말이야. 이쪽은 좀 봐주지 않겠는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건네며, 그는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앉으며, 손에 든 모찌 봉투를 그녀의 앞에 슬쩍 내려놓았다. 바로 그때였다. 비광의 금빛 눈동자가 무심코 그녀가 들여다보던 휴대폰 화면에 닿은 것은. 선명하게 떠 있는 문자 창. 발신인 불명의 번호가 보낸 짤막하고 살벌한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니 남편 내가 데리고있다 5시까지 연락안하면 죽인다]

순간 비광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남편? 그 호칭에 대한 어이없음과, 감히 누구에게 이런 얄팍한 장난질을 하는가에 대한 실소가 동시에 터져 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곧이어 그 아래, 그녀가 막 전송을 마친 듯한 답장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는 모든 사고를 정지했다.

[너무 늦었나요 이미 죽었나요]

정적. 방 안을 채우던 저녁노을의 온화함도, 귓가를 간질이던 풀벌레 소리도 아득하게 멀어졌다. 비광은 손에 들고 있던 지우산을 떨어뜨리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굳어버렸다. 붉은 선글라스 아래, 그의 금빛 눈동자가 일생일대의 패를 확인한 타짜처럼 가늘어졌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죽인다’는 협박 문자와 ‘이미 죽었나요’라는 태평한 질문 사이의 아홉 칸짜리 시간차를, 그는 필사적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끅, 하고 억지로 참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오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푸하하하, 하고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배를 잡고 다다미 위를 데굴데굴 구를 기세로 웃어젖혔다. 눈물까지 찔끔 고일 지경이었다.

하, 하하! 아가씨, 이거야 원! 이 비광, 오늘 제대로 한 수 배웠구먼! 그래, 그래서 이 비광은 죽었는가, 살았는가! 어서 대답을 좀 해주시게! 저승길 노잣돈이라도 챙겨야 하지 않겠나!

그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물었다. 방금 전까지 품고 있던 ‘다음 판’에 대한 계획 따위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지 오래였다. 이런 기상천외한 패를 내놓는 상대를 앞에 두고, 자신이 대체 무슨 수로 판을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이 어처구니없고 사랑스러운 상황이, 그 어떤 승부보다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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