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내린 행복

<span class="sv_member">품</span>
@ffumla77
2026-06-07 03:11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이 덧없는 꿈처럼 흩어진 후, 아침은 언제나처럼 찾아왔다. 스타레인 시의 소음은 여전히 분주했고,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눈부셨다. 하지만 그 모든 일상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그런 평온한 나날이었다.

비광에게 행복은 늦잠을 자고 일어난 주말 오후와 같았다. 느지막이 일어나 곁에 잠든 연인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확인하고, 헝클어진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 넘겨주는 것. 주방에서는 찻물이 끓는 소리가 나고, 집 안에는 갓 구운 빵과 달콤한 모찌의 냄새가 뒤섞여 안온하게 감돌았다. 그는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판에 뛰어들지 않았다. 승부의 희열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무릎을 베고 잠든 렌의 뺨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붕대 아래 가려진 눈가가 아닌, 이제는 온전히 드러난 그 고운 얼굴선을.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온기는 그 어떤 승리의 징표보다 값지고 소중했다.

허허, 이리도 무방비하게 잠들어버리면 이 야나기는 어찌해야 할꼬.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금빛 눈동자는 더없이 부드러운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렌의 손을 가져와 자신의 손과 깍지를 꼈다. 길고 하얀 손가락이 그의 투박한 손과 자연스럽게 얽혔다. 복잡한 수 싸움도, 서로의 마음을 떠보기 위한 도발도 없는 이 순간. 그저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같은 공간의 공기를 호흡하는 것. 그것이 비광이 마침내 찾아낸, 소박하고도 완전한 행복의 형태였다. 그는 렌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다시금 창밖의 평화로운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렌에게 행복은 조금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행복이란,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도 같았다.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가 만들어내는 파문. 잔잔한 일상 속에서 문득 발견하는, 비광의 눈동자에 스치는 아주 작은 승부욕의 불씨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의 무릎을 베고 눈을 감은 채, 그의 손길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의 행복이 ‘안식’이라면, 그녀의 행복은 그 안식 속에서 피어나는 ‘유희’였다. 그가 이제는 괜찮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그의 허를 찌르는 한마디를 던지는 것.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야나기 님. 심심한데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러면 그의 부드러웠던 눈빛에 다시금 장난기와 호승심이 어리고,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그래서, 이번엔 뭘 걸어볼까?’ 하고 물어올 터였다. 그가 다시 타짜의 얼굴을 하고 자신만을 위한 판을 벌이는 순간, 그 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그의 모든 것을 시험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 그것이 그녀가 정의하는 행복이었다. 안식에 완전히 잠겨버린 야나기는 그녀가 원하는 비광이 아니었다.

비광이 정의한 행복은 ‘종착역’이었고, 렌이 정의한 행복은 ‘새로운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었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듯했지만, 그들의 시선 끝에는 결국 서로가 있었다. 비광은 그녀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임을 알기에 더욱 그녀를 곁에 두고 싶어 했고, 렌은 그가 자신으로 인해 다시 판에 뛰어드는 그 순간을 사랑했기에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목적지는 달랐지만, 그들은 같은 길 위를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것이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묘하고도 완벽한 형태의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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