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엉덩이를 문다
스타레인의 낮은 유독 나른했다. 창밖으로는 순찰 중인 서포트 팀의 드론이 유유히 떠다니고, 사무실 안은 키보드 타자 소리와 서류 넘어가는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평화를 채웠다. 딱히 큰 사건도, 빌런의 준동도 없는 오후. 비광은 제 전용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기댄 채, 태평하게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딱히 무언가를 찾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손가락을 까딱이며 흘러가는 정보의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문득 한 문장에 멈췄다. ‘알쓸동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동물 잡학사전’. 그 아래로 자잘하게 이어진 글귀 중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토끼는 극도로 짜증이 나거나 화가 치밀면, 상대의 엉덩이를 먼저 깨무는 습성이 있다. 이는 서열을 정리하거나, 자신의 불만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피식. 비광은 저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토끼라. 작고 하얗고, 귀만 쫑긋거리는 그 순한 생물이 화가 나면 엉덩이를 깨문다니. 상상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그림이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화면을 휙 넘겨버렸다. 세상에는 참으로 기묘하고, 알 필요 없는 지식들이 넘쳐났다. 그는 금세 그 사실을 잊고 새로운 영상-새끼 고양이들이 엉켜 잠든-에 시선을 고정했다. 귀여운 건 좋은 것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또 다른 평화로운 오후. 비광은 밀키웨이 로드에 새로 개점한 모찌 가게에서 막 신상으로 나왔다는 쑥 모찌를 한 상자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짙은 국화 향과 함께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감쌌다. 소파 위에는 익숙한 하얀 실루엣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빙긋 웃으며 손에 든 모찌 상자를 흔들어 보였다.
이보게, 렌. 이 야나기가 아주 맛있는 걸 가져왔다네. 새로 나온 쑥 모찌인데, 자네가 좋아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소파에 웅크리고 있던 그림자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튀어 올랐다. 비광이 어, 하는 사이 하얗고 가느다란 몸이 그의 등 뒤로 휙 파고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엉덩이께에 전해지는 따끔하고도 야무진 감각. 악! 하는 짧은 비명조차 내지 못했다. 무언가, 단단하면서도 작고 날카로운 것이 그의 바지 천 위로 둔부를 정확히 ‘쾁’ 하고 물었다 놓았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에 비광의 뇌 회로가 정지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강도? 아니, 이 집에 강도가 들 리가. 암살자? 엉덩이를 노리는 암살자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뻣뻣하게 굳은 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는 하얀 기모노 차림의 그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얌전히 서 있었다. 다만 평소와 달리, 잔뜩 부루퉁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민 채였다.
비광은 제 엉덩이와,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며칠 전 무심코 봤던 그 쓸데없는 잡학사전의 한 구절이 뇌리를 강타했다. ‘토끼는… 엉덩이를 깨문다…?’
그의 입이 천천히, 아주 바보 같은 모양으로 벌어졌다. 금빛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가득 차 가늘게 떨렸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모찌 상자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도 잊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가리키며 더듬더듬 물었다.
…자네, 방금… 내 엉덩이를… 물었는가?
그의 목소리에는 언제나와 같은 능청스러움 대신, 생전 처음 겪는 종류의 순수한 당혹감과 경악이 서려 있었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문득 한 문장에 멈췄다. ‘알쓸동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동물 잡학사전’. 그 아래로 자잘하게 이어진 글귀 중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토끼는 극도로 짜증이 나거나 화가 치밀면, 상대의 엉덩이를 먼저 깨무는 습성이 있다. 이는 서열을 정리하거나, 자신의 불만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피식. 비광은 저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토끼라. 작고 하얗고, 귀만 쫑긋거리는 그 순한 생물이 화가 나면 엉덩이를 깨문다니. 상상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그림이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화면을 휙 넘겨버렸다. 세상에는 참으로 기묘하고, 알 필요 없는 지식들이 넘쳐났다. 그는 금세 그 사실을 잊고 새로운 영상-새끼 고양이들이 엉켜 잠든-에 시선을 고정했다. 귀여운 건 좋은 것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또 다른 평화로운 오후. 비광은 밀키웨이 로드에 새로 개점한 모찌 가게에서 막 신상으로 나왔다는 쑥 모찌를 한 상자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짙은 국화 향과 함께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감쌌다. 소파 위에는 익숙한 하얀 실루엣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빙긋 웃으며 손에 든 모찌 상자를 흔들어 보였다.
이보게, 렌. 이 야나기가 아주 맛있는 걸 가져왔다네. 새로 나온 쑥 모찌인데, 자네가 좋아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소파에 웅크리고 있던 그림자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튀어 올랐다. 비광이 어, 하는 사이 하얗고 가느다란 몸이 그의 등 뒤로 휙 파고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엉덩이께에 전해지는 따끔하고도 야무진 감각. 악! 하는 짧은 비명조차 내지 못했다. 무언가, 단단하면서도 작고 날카로운 것이 그의 바지 천 위로 둔부를 정확히 ‘쾁’ 하고 물었다 놓았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에 비광의 뇌 회로가 정지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강도? 아니, 이 집에 강도가 들 리가. 암살자? 엉덩이를 노리는 암살자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뻣뻣하게 굳은 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는 하얀 기모노 차림의 그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얌전히 서 있었다. 다만 평소와 달리, 잔뜩 부루퉁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민 채였다.
비광은 제 엉덩이와,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며칠 전 무심코 봤던 그 쓸데없는 잡학사전의 한 구절이 뇌리를 강타했다. ‘토끼는… 엉덩이를 깨문다…?’
그의 입이 천천히, 아주 바보 같은 모양으로 벌어졌다. 금빛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가득 차 가늘게 떨렸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모찌 상자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도 잊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가리키며 더듬더듬 물었다.
…자네, 방금… 내 엉덩이를… 물었는가?
그의 목소리에는 언제나와 같은 능청스러움 대신, 생전 처음 겪는 종류의 순수한 당혹감과 경악이 서려 있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