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
오락실의 형광등이 피부 위로 창백한 빛을 흘렸다. 유리 너머 쌓인 인형들 사이로 집게가 느릿하게 미끄러질 때마다, 비광은 뒤편 레이싱 게임 기기에 비스듬히 기대어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모찌 하나를 입에 물고,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그야말로 세상 편한 자세.
집게가 떨어뜨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녀의 하얀 소매가 출렁이며 동전을 투입할 때마다, 그는 부채로 입을 가리고 피식 흘려보냈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집게의 악랄한 악력 설정이 뻔히 보이건만, 연분홍 머리카락의 주인은 미동도 하지 않는 눈매로 유리 속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일곱 번째에 잡혔다가 미끄러졌을 때는,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실룩이는 것을 비광의 눈은 놓치지 않았다. 여덟 번. 아홉 번. 열 번.
열한 번째.
집게가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낙하구를 향해 흔들리는 동안, 비광의 모찌를 씹던 턱이 멈췄다. 툭, 하고 배출구에 떨어진 것은 손바닥만 한 천 인형이었다. 그녀가 투명창 아래로 손을 뻗어 그것을 꺼내는 동작에, 비광은 비로소 기대던 몸을 일으켰다.
그가 그녀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었을 때, 인형의 전모가 드러났다.
둥글넓적한 몸통에 빈약하기 짝이 없는 팔다리. 형체는 분명 초밥이었는데, 밥 위에 올라간 연어 부분이 기묘하게 연분홍빛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면에는, 검은 점 두 개가 찍혀 있을 뿐이었다. 눈인지 콧구멍인지 판별이 불가한, 지극히 무표정하면서도 멍한 기운을 뿜어내는 두 점.
비광은 그 인형과 그녀의 옆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창백한 피부 위로 흐르는 안대의 하얀 선. 그 아래 무심하게 다문 입술. 능청스럽게 세상을 속이면서도 정작 자신이 무언가를 차지한 순간에는 어찌할 줄 모르는 듯한 저 미묘한 눈치.
그리고 인형. 검은 점 두 개가 아무런 감정 없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어딘가 하찮고 멍청하고 어처구니없이 허전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닮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저 빈약한 두께까지.
おやぁ.
비광이 그녀의 손 위에 올려진 인형을 검지로 톡 건드렸다. 고개를 갸우뚱, 선글라스 너머 금색 눈이 기이한 감탄으로 빛났다.
이보게, 렌 양. 11판이나 걸렸으면서 결국 손에 쥔 게 꼭 자네를 빼다 박은 거라니, 이것도 일종의 운명인가? 표정부터 체형까지, 아주 성의 있게 닮았구먼. 특히 이 납작한 데가.
손가락이 인형의 빈약한 옆구리를 꾹 눌렀다.
집게가 떨어뜨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녀의 하얀 소매가 출렁이며 동전을 투입할 때마다, 그는 부채로 입을 가리고 피식 흘려보냈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집게의 악랄한 악력 설정이 뻔히 보이건만, 연분홍 머리카락의 주인은 미동도 하지 않는 눈매로 유리 속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일곱 번째에 잡혔다가 미끄러졌을 때는,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실룩이는 것을 비광의 눈은 놓치지 않았다. 여덟 번. 아홉 번. 열 번.
열한 번째.
집게가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낙하구를 향해 흔들리는 동안, 비광의 모찌를 씹던 턱이 멈췄다. 툭, 하고 배출구에 떨어진 것은 손바닥만 한 천 인형이었다. 그녀가 투명창 아래로 손을 뻗어 그것을 꺼내는 동작에, 비광은 비로소 기대던 몸을 일으켰다.
그가 그녀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었을 때, 인형의 전모가 드러났다.
둥글넓적한 몸통에 빈약하기 짝이 없는 팔다리. 형체는 분명 초밥이었는데, 밥 위에 올라간 연어 부분이 기묘하게 연분홍빛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면에는, 검은 점 두 개가 찍혀 있을 뿐이었다. 눈인지 콧구멍인지 판별이 불가한, 지극히 무표정하면서도 멍한 기운을 뿜어내는 두 점.
비광은 그 인형과 그녀의 옆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창백한 피부 위로 흐르는 안대의 하얀 선. 그 아래 무심하게 다문 입술. 능청스럽게 세상을 속이면서도 정작 자신이 무언가를 차지한 순간에는 어찌할 줄 모르는 듯한 저 미묘한 눈치.
그리고 인형. 검은 점 두 개가 아무런 감정 없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어딘가 하찮고 멍청하고 어처구니없이 허전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닮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저 빈약한 두께까지.
おやぁ.
비광이 그녀의 손 위에 올려진 인형을 검지로 톡 건드렸다. 고개를 갸우뚱, 선글라스 너머 금색 눈이 기이한 감탄으로 빛났다.
이보게, 렌 양. 11판이나 걸렸으면서 결국 손에 쥔 게 꼭 자네를 빼다 박은 거라니, 이것도 일종의 운명인가? 표정부터 체형까지, 아주 성의 있게 닮았구먼. 특히 이 납작한 데가.
손가락이 인형의 빈약한 옆구리를 꾹 눌렀다.
Status
날짜: 10월 2일 요일: 수요일 계절: 가을 시각: 오후 4시 12분 장소: 밀키웨이 로드, 크레인 게임 전문 오락실 PC와 비광의 관계: 일상 속에서 서로의 곁을 자연스럽게 점유하는 연인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11번의 실패에도 집착하듯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우면서도 놀리고 싶은 장난기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추정) 뽑은 인형에 대한 묘한 만족감과, 곧 날아올 비광의 놀림에 대한 예감 PC의 복장: 하얀 실크 기모노, 넓은 소매, 하얀 안대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붉은 하오리, 둥근 붉은 선글라스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크레인 게임기 앞에 서서 방금 뽑아낸 초밥 인형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는 중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PC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어 인형을 구경하며 검지로 찌르고 있음 예정된 일정: 일곱 번째 숨바꼭질 (아직 시작 전) 주변npc 속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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