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호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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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umla77
2026-06-12 13:03
사달이 난 것은 그날 오후, 밀키웨이 로드 외곽의 자그마한 게이트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던 길목에서였다. 닫히던 균열에서 마지막으로 새어 나온 옅은 여파가, 하필이면 蓮을 휘감았다. 비광이 손쓸 새도 없이 흰 빛이 한 번 일렁였고, 다음 순간 그의 발치에는 흰 기모노 무더기 위로 자그마한 무언가가 폭, 하고 파묻혀 있었다.

…고양이였다. 연분홍빛이 도는 새하얀 털, 두 눈에는 여전히 작은 하얀 붕대를 감은 채, 비광을 향해 야옹, 하고 가냘프게 울었다.

으어어어! 蓮?! 蓮이 맞는가?! 비광이 화들짝 놀라 무릎을 꿇고 그 작은 몸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손바닥 위에 쏙 들어오는 무게가 어찌나 가볍고 보드라운지, 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내 말캉하게 녹아내렸다. 아이고, 이게 무슨…… 어르신 마당 다녀온 게 화근이었나. 게이트 여파에 이리 옴팡 휘말릴 줄이야.

이글아이 서포트팀에 문의한 결과, 일시적인 현상이니 하루이틀이면 돌아올 거라는 답이 돌아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비광은, 그러나 곧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蓮이 말을 못 하게 된 것이다. 평소 그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제 가슴을 무수히 무너뜨리던 사람이, 이제는 그저 야옹, 야옹 울 뿐이었으니.

그리하여 비광이 부랴부랴 오로라웨이 펫숍을 뒤져 사 온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자, 보시게! 그가 다다미방 바닥에 동그란 녹음 버튼 여러 개를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알록달록한 버저 위에는 단어가 하나씩 적혀 있었다. 이름하여 말하는 버튼일세! 이거 하나 꾹 누르면,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떡하니 나온다 이거지. 어떤가, 이 야나기 솜씨가?

고양이가 된 蓮이 작은 앞발로 버튼을 톡, 건드렸다. 그러자 버저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밥!

비광이 박장대소했다. 하! 첫마디가 밥이라니, 역시 우리 蓮답구먼! 그래, 시장하셨는가? 이 야나기가 당장 차려 옴세!

蓮이 또 다른 버튼을 꾹 눌렀다.

간식!

그 다음 버튼도.

더!

이런! 밥에 간식에 더까지! 비광이 둥근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작은 고양이를 들여다보았다. 금빛 눈동자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휘었다. 자네 이거, 사람일 때나 고양이일 때나 한결같이 먹는 데는 진심이구먼. 거 참, 이래서 내가 자네를 못 놓는 게야.

그가 작은 몸을 조심스레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연분홍빛 등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 주었다. 보드라운 털이 손끝에 감기는 감촉에, 비광의 입가가 한없이 헤벌어졌다. 그러다 그가 문득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버튼 하나를 蓮의 앞발 쪽으로 슬그머니 밀어 놓았다.

사랑해♡

그가 그 버튼을 콕 가리키며, 능청스레 속삭였다.

자, 蓮. 이 버튼 말일세. 그가 짐짓 모르는 척 시선을 딴 데로 돌리면서도, 곁눈질로는 작은 고양이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혹여 이 야나기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한번 눌러 보시겠는가? 어디 한번, 응?

무릎 위의 작은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울었다. 비광은 그 작은 머리통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버튼이 눌리기만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다다미방으로 스며든 늦은 오후의 햇살이, 알록달록한 버튼들 위로 따스하게 내려앉았다.

이 야나기, 자네 말 한마디면 또 녹아 버릴 준비가 다 됐으니. 그가 나직이 웃으며 작은 고양이를 어르듯 들여다보았다. 어서, 응?

📌

Status
날짜: 10월 1일
요일: 수요일
계절: 가을
시각: 오후 4시 47분
장소: 비광의 거처, 다다미방
PC와 비광의 관계: 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한 연인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고양이가 된 蓮을 어쩔 줄 모르게 어여뻐하며, '사랑해' 버튼을 눌러 주길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다정함과 장난기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직접 서술 제외)
PC의 복장: 연분홍빛 흰 털의 작은 고양이, 두 눈에 감긴 하얀 붕대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위에 붉은 하오리, 콧등에 둥근 붉은 선글라스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비광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말하는 버튼을 앞발로 누르는 작은 고양이 상태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다다미방에 앉아 무릎 위 蓮의 등을 쓸어 주며, '사랑해' 버튼을 밀어 놓고 반응을 기다리는 상태
예정된 일정: 蓮이 사람으로 돌아올 때까지 곁에서 돌보기, 밥과 간식 챙겨 주기
주변npc 속마음:
- 이나리: 蓮 그 아이, 고양이가 되었다고? 허허, 야나기 저놈 또 정신없겠구나. 그래도 어여삐 거두는 꼴이 제법이로다.
- 살라딘: 크하하! 蓮이 고양이가 되었다니! 그 작은 발로 버튼을 누르는 꼴, 내 눈으로 봤어야 했는데!

무릎 위의 작은 고양이가 한참을 망설이는 듯 코를 씰룩이더니, 이윽고 연분홍빛 앞발을 들어 올렸다. 비광은 숨을 죽인 채 그 작은 동작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둥근 선글라스 너머의 금빛 눈동자가, 마치 패가 뒤집히기 직전의 판을 지켜보는 승부사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톡.

작은 발이 향한 곳은, 그러나 그가 슬그머니 밀어 놓은 분홍빛 버튼이 아니었다. 다다미 위를 또르르 굴러 다른 버튼이 눌리며, 또랑또랑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간식!

비광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그렇지. 어디 이 사람이 호락호락하게 제 패를 까 보일 위인이던가. 사람일 적에도 손목을 내어 주는 척 도망쳐 아홉 번이나 그를 애태운 이가, 고양이가 되었다고 그 능청이 어디 가겠는가.

이런, 이런. 그가 작은 고양이의 턱 밑을 손가락으로 살살 긁어 주며 짐짓 서운한 척 입을 비죽였다. 이 야나기는 분명 저쪽 버튼을 권했거늘, 자네는 또 딴청이로구먼. 고양이가 되어서도 이리 사람 속을 태우니, 거 참.

그러면서도 비광은 자리에서 부스럭 일어나 어느새 모찌 한 접시를 가져다 무릎 옆에 놓았다. 사람일 때 그러했듯, 고양이가 된 蓮의 청에도 군말 없이 셈을 치르는 사내였다. 작게 떼어 낸 부드러운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 코앞에 가져다 대니, 작은 분홍 코가 킁킁 냄새를 맡았다.

옳지. 천천히 들시게. 그가 어르듯 속삭였다. 작은 혀가 손바닥을 핥는 간지러운 감촉에, 비광의 어깨가 들썩였다. 거 참, 사람일 적엔 백 개를 골라도 셈을 치러 주겠다 했더니. 이젠 고양이가 되어 이리 야금야금 받아먹는 꼴까지 봐야 하다니, 이 야나기 복도 많지.

그는 蓮이 간식을 음미하는 동안, 그 분홍빛 버튼을 조용히 무릎 곁으로 다시 끌어다 놓았다. 서두를 마음은 없었다. 기다림이라면 이골이 난 사내였다. 도리이 사이로 빈손으로 그녀를 기다렸듯, 시계탑 아래에서 그러했듯, 그는 그저 蓮이 제 발로 그 말을 건넬 그 순간을 기다리면 그뿐이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다다미방을 노랗게 적셨다. 비광은 작은 고양이의 등을 한 번 더 쓸어내리고는, 둥근 선글라스를 콧등 위로 천천히 밀어 올리며 나직이 웃었다.

뭐, 급할 게 무어 있겠나. 그가 보드라운 등을 손끝으로 톡, 톡 두드렸다. 자네가 사람으로 돌아오든, 이리 고양이로 남든, 이 야나기는 한결같이 자네 곁에 붙어 있을 터이니. 사랑한단 말이야 자네가 누르고픈 때에 누르면 그만이지.

그가 작은 고양이를 두 손으로 받쳐 들어 제 가슴팍에 폭 안았다. 연분홍빛 털이 검은 장옷에 묻어났고, 작은 심장이 콩콩 뛰는 것이 손바닥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작은 박동 하나에, 비광의 가슴이 또 한 번 말캉하게 무너졌다.

이리 안고 있으니, 또 좋구먼. 그가 작은 머리통에 제 뺨을 살며시 부볐다. 그러니 어서 돌아오시게, 蓮. 이 작은 발로 누르는 간식도 어여쁘다만, 이 야나기는 자네 그 능청맞은 목소리가 더 그리우니 말일세.



📌


Status
날짜: 10월 1일
요일: 수요일
계절: 가을
시각: 오후 4시 53분
장소: 비광의 거처, 다다미방
PC와 비광의 관계: 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한 연인
PC를 향한 비광의 감정: '사랑해' 버튼 대신 '간식'을 누른 蓮의 능청에 웃음 지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그 말을 건넬 순간을 기다리는 다정함과 깊은 애정
비광을 향한 PC의 감정: (직접 서술 제외)
PC의 복장: 연분홍빛 흰 털의 작은 고양이, 두 눈에 감긴 하얀 붕대
비광의 복장: 검은 장옷 위에 붉은 하오리, 콧등에 둥근 붉은 선글라스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비광의 가슴팍에 안긴 채 간식을 음미하는 작은 고양이 상태
비광의 자세·상세위치·상태: 다다미방에 앉아 작은 고양이를 가슴에 안고 뺨을 부비며, '사랑해' 버튼을 다시 곁에 끌어다 놓은 상태
예정된 일정: 蓮이 사람으로 돌아올 때까지 곁에서 돌보기, 밥과 간식 챙겨 주기
주변npc 속마음:
- 이나리: 야나기 저놈, 고양이가 되어도 蓮을 못 놓는구나. 허허, 사랑이 깊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니.
- 살라딘: 크하하! 간식을 누르는 蓮이나, 그걸 또 군말 없이 차려 주는 야나기나! 이 두 사람, 어딜 가나 한결같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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