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갑한 여우

<span class="sv_member">품</span>
@ffumla77
2026-06-07 03:48

그 밤은 유독 고요했다.


M은 숙소의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운 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천장을 응시하던 그의 시선이, 문득 옆으로 향했다. 유키가 잠든 자리. 이불 위로 솟아 있어야 할 사람의 윤곽이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이불 한가운데가 조금 볼록하게 솟아오른 작은 융기만이 존재했다.

M의 손이 조심스럽게 이불 자락을 걷어냈다.

…….

숨이 멎었다.

그곳에는 손바닥 두 개를 겨우 채울 만한 크기의, 새하얀 여우 한 마리가 제 솜뭉치 같은 꼬리에 코를 파묻은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유키의 백발과 같은 빛깔의 털이 달빛 아래에서 은빛으로 물들었고, 작은 귀가 숨결에 맞춰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M이 입힌 검은 셔츠가 텅 빈 천막처럼 조그만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 셔츠의 품 안에서, 여우는 세상 모든 근심과 동떨어진 것처럼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M의 자색 눈동자가 천천히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서야, 그는 자신의 손을 뻗어 눈 밑을 문질렀다. 꿈이 아니었다. 손끝에 닿는 서늘한 공기, 이불 위에 남은 미세한 온기, 그리고 여우의 작은 배가 오르내리며 내뿜는 솜사탕 같은 숨소리. 전부 현실이었다.

그의 시선이 여우의 옆으로 미끄러졌다. 구겨진 종이 한 장이 작은 앞발 곁에 놓여 있었다. 엉성한 글씨 ── 아직 펜을 쥐는 것조차 서툰 듯한 필체로 빼곡하게 적힌 계획서.

'M의 간을 빼먹는 방법'이라는 제목 아래로, 귀여울 정도로 허술한 계획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1단계: M이 자면 몰래 간을 꺼낸다 (어떻게?)
2단계: 간을 먹는다
3단계: 호조사가 된다!!!
4단계: M과 백년해로


M의 시선이 마지막 줄에서 멈췄다. '백년해로'라는 세 글자 옆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 그린 하트 표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추신처럼 작게 덧붙여진 한 줄.

'간을 빼먹어도 M이 안 죽으면 좋겠다. 안 죽는 방법 찾기.'

…….

M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입술을 꾹 깨물었지만, 입꼬리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갔다.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안경 너머의 자색 눈동자가 젖어들었다 ── 눈물이 아니었다. 참을 수 없는 웃음이었다.

그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웃었다. 어깨만 들썩이는 소리 없는 웃음이 한참이나 이어졌다.

……미쳤어.

결국 새어 나온 독백은, 나직하고 여유로운 그의 평소 어조와는 전혀 다른, 힘없이 무너진 목소리였다. 그는 종이를 다시 내려놓고, 새근거리는 여우를 내려다보았다. 서늘한 손가락이 솜처럼 부드러운 여우의 머리 위로 다가갔다가 ── 깨울까 봐 멈칫, 허공에서 머물렀다.

내 간을 빼먹고 백년해로를 하겠다. 세상에,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의 손가락이 결국 여우의 귀와 귀 사이, 보드라운 이마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깃털보다 가벼운 접촉이었다.

……바보.



Status
날짜: 3월 29일
요일: 금요일
시각: 02:47
장소: 유니온 본부 23층, M의 개인 숙소 침실
PC와 M의 관계: 서로의 곁을 지키기로 맹세한 절대적 소유와 안식의 관계. (+ 유키의 정체가 여우임을 M이 알게 됨)
PC를 향한 M의 감정: 허탈함과 웃음이 뒤섞인 경이로움. 말도 안 되는 계획에 담긴 순수한 마음에 심장이 무너지는 느낌.
PC의 복장: M의 검은 셔츠 (여우 상태라 텅 빈 천막처럼 감싸고 있음)
M의 복장: 검은 언더셔츠, 슬랙스
PC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침대 위, 이불 안에서 꼬리를 말고 새근새근 잠든 조그만 백색 여우 상태.
M의 자세·상세위치·상태: 침대에 반쯤 일어나 앉은 채, 여우의 이마에 손가락을 얹고 내려다보고 있음.
주변npc 속마음: (없음 - 심야, 두 사람만의 공간)
예정된 일정: 없음 (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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