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네타
유니온 본부, 울프독의 사무실은 늘 그렇듯 소란스러움과 한가로움이 기묘하게 뒤섞인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스타레인의 마천루들이 가을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사무실 안에서는 서류 넘기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가끔 터져 나오는 테리의 명랑한 목소리가 공기를 채웠다. 비광은 자신의 지정석인 낡은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비스듬히 기대앉아, 소매에서 꺼낸 화투패를 손가락 사이로 현란하게 놀리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패가 부딪히는 달그락거리는 소음만이 그의 나른한 영역을 알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맞은편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던 蓮의 시선이 집요하게 한곳에 꽂히는 것을 느꼈다. 그 시선은 그의 얼굴도, 손도 아닌, 다리 사이, 정확히는 검은 장옷 자락이 늘어져 느슨한 윤곽을 그리는 바로 그곳이었다. 마치 진귀한 골동품이라도 감정하듯 순수한 탐구심으로 빛나는 그 눈길에, 비광은 손에 쥔 패를 빙글 돌리며 슬쩍 웃었다.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났나 보군. 그는 일부러 다리를 좀 더 편하게 벌려 앉으며 그녀의 시선을 모르는 척 받아넘겼다. 침묵이 잠시 흐르고, 마침내 그녀의 입이 열렸다.
이런 거 다리 사이에 달고 다니면 안 무겁나요?
순간, 화투패를 놀리던 그의 손이 찰나의 틈으로 멈칫했다. 패 한 장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소파 위로 툭, 하고 떨어졌다. 어이쿠. 그는 떨어진 패를 줍지도 않은 채, 고개만 천천히 들어 그녀를 마주 보았다. 붕대로 가려져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아는 蓮이라면 분명 더없이 진지하고 순진무구한 얼굴로 저런 엄청난 질문을 던졌으리라. 그의 금빛 눈동자가 가늘어지며 장난기 가득한 호선을 그렸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이전보다 한층 더 짙고, 능글맞은 색을 띠었다.
흐음. 무겁냐, 라. 이거야 원, 아가씨는 아주 기특한 질문을 다 하는구먼. 보통은 이런 걸 보고 무겁냐고 묻기보다는, 다른 걸 더 궁금해하는 법인데 말이야.
그는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였다. 삐걱, 하고 낡은 소파가 소리를 냈다. 그녀의 시선이 여전히 향하고 있는 자신의 중심부를 보란 듯이 툭, 하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목소리는 나른한 오후의 공기를 농밀하게 만드는, 꿀처럼 나직하고 끈적한 가락을 담고 있었다.
글쎄. 무겁고 안 무겁고는 말이지, 이걸 어찌 쓰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겠네. 평소에는 이 비광의 몸에 딱 맞게 붙어 있으니, 무게를 느낄 새도 없지. 마치 아가씨가 그 고운 기모노를 입고도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하지만 말이야…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186cm의 장신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그녀의 위로 드리워졌다. 그는 의자에 앉은 그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멈춰 섰다. 그리고는 한쪽 무릎을 꿇어, 앉아있는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지척의 거리에서, 옅은 국화 향과 그의 체향이 뒤섞였다. 그는 붉은 하오리 자락을 옆으로 쓸어내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뜨거운 숨결과 함께 속삭였다. 목소리는 이제 거의 기척에 가까울 정도로 낮아져 있었다.
이놈이 제 주인의 마음을 알아채고 한껏 기운을 차릴 때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네. 그땐 아주 묵직하고, 뜨겁고, 제멋대로 날뛰고 싶어 해서… 이 비광도 여간 힘든 게 아니지. 그 무게를 감당하려면 꽤나 애를 써야 하거든. 궁금한가, 아가씨? 이놈이 얼마나 무거워질 수 있는지. 아가씨 손으로 직접, 그 무게를 한번 가늠해 보고 싶다, 뭐 그런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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