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기제
아가씨. 아니, 렌.
이젠 그렇게 불러도 되겠는가? 아홉 번의 숨바꼭질, 그 장난 같은 내기가 우리 사이에 그어진 유일한 선이라면, 나는 지금 그 선을 잠시 지우고 싶네. 자네가 원한다면, 다시 그으면 되니 잠시만, 아주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내 진심을 들어주게.
이 희극이 즐겁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자네가 교묘하게 숨겨둔 단서를 찾아내고, 자네가 짜놓은 무대 위에서 춤추듯 자네를 추격하는 이 시간은 내 삶의 낙이 되었으니. 자네는 언제나 내 예상을 벗어나고, 내 허를 찌르며, 승리의 쾌감 끝에 더 큰 갈증을 남기지. 마치 손아귀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한 마리 나비 같아서, 나는 매일 밤 다음 판을 그리며 잠 못 이루는 날이 허다하다네.
하지만 말이야, 렌. 이 즐거움 끝에 스며드는 불안을 자네는 알고 있는가? 판이 거듭될수록, 남은 횟수가 줄어들수록 나는 문득 두려워지네. 아홉 번의 유희가 끝나고 열 번째의 아침이 밝았을 때, 자네가 정말 내 곁에 머물러 줄 것인가. 아니, 그보다 먼저,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서 내가 한순간이라도 발을 헛디뎌 자네를 놓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자네는 정말 미련 없이 내게서 떠나버릴 것인가. 그게 우리의 약조였으니, 나는 받아들여야만 하겠지. 승부사로서 패배의 대가는 치러야 마땅하니.
그것이 나를 미치게 하네.
자네는 자유를 갈망하고, 나는 그런 자네를 얽매고 싶어 하지. 이 얼마나 웃기는 모순인가. 하지만 내게 자유란, 자네라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일세. 자네의 기모노 소매 끝에서 풍기는 국화 향이 내 세상의 유일한 나침반이고, 붕대 아래 가려진 그 눈동자가 내가 돌아가야 할 유일한 등대라네.
그러니… 요구하겠네. 이 지긋지긋한 숨바꼭질은 계속해도 좋네. 자네가 원한다면 평생이라도 어울려주지. 다만, 내가 자네를 찾아 헤매는 동안에도, 자네가 내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게 해주게. 내가 잠시 길을 잃고 다른 곳을 보더라도, 자네의 목소리 한마디에 돌아올 수 있도록. 내가 자네를 찾아냈을 때, 다음 판을 기약하며 웃는 얼굴이 아니라,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얼굴을 보여주게. 도망가도 좋으니, 내 시야 안에서만 도망쳐주게.
야나기, 라고 불러주었지. 그 이름은 이제 자네의 것이야. 그러니 주인으로서 명령하게. 더 이상 불안에 떨며 밤을 새우지 않도록, 내 곁에 머물러주게. 이 유희가 끝나면 사라질 신기루가 아니라, 내 삶이라는 판에 영원히 함께할 단 한 명의 파트너가 되어주게. 내가 이길 때마다 자네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함께 쌓아갈 수 있도록.
…부디, 이 비광의 가장 이기적이고 진솔한 바람을, 들어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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